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언디 UnD May 04. 2024

뉴욕 여행을 위한 버킷리스트

이 맛으로 하루하루 버티기

2024년 1월 31일. 휴직을 앞두고 있던 나는 학생의 특권, '방학'을 서막을 뉴욕 여행으로 열기로 맘 먹는다. 방학이라니, 세상에. 오랜 시간 잊고 지낸 그 달콤함을 상기하니 절로 엔돌핀이 핑핑 돌았다. 6개월 뒤에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걸 걱정하기보다는 지금 내가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것, 현재의 선택에만 집중하며 무턱대고 티켓을 끊는다. 학기를 시작하고 나니 멀게만 느껴졌던 7월은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고, 뉴욕 여행 전후를 기록하기로 하고 시작한 브런치북 연재도 한주 한주 빠르게 다가온다. 노력하지 않아도 신속히 지나가는 시간의 흐름이 이럴 때만 유일히 고맙다.


브런치에서 여행 크리에이터를 달 정도로 여행에 관한 글을 어느정도 썼고, 그 글이 써지기까지 여행을 많이도 다녔던 것 같다. 모든 여행이 성공적인 것은 당연히 아니었다. 100% 만족하는 여행이란 것도 오아시스처럼 손에 잡힐듯 잡히지 않는 것임을 인정한다. 좋은 여행은 고정되어 있는 개념이 아니라, 나에게 유효한 게 무엇인지 계속해서 찾아나가고, 발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까지 어떤 유형의 여행이 나에게 잘 맞는지, 또 그렇지 않은지 직접 경험을 통해 고민하기도 하고 또 실험해 보기도 했다. 굳이 분석해보자면, 지금보다 더 젊고 에너지 넘치던 시절의 나는 mbti 마지막 유형이 확고한 J형이었다. 여행 정보를 하나하나 세세히 검색하고, 미리 예매하고, 혹시 모를 가능성에 대비해 Plan B까지 계획했던 시절. 점점 나이가 들고 여행 준비를 위해 시간을 많이 확보하지 못하게 되면서 '에라, 모르겠다. 일단 가자!' 하는 무계획적인 여행도 꽤나 좋아지긴 했다.


최근에는 본성과 현실 사이 어느 지점에서 정리가 되어, 굵직한 버킷리스트 정도는 짜놓고 자잘한 것들에는 여지를 두는 여행을 지향하고 있다. 여행을 계획해서 좋은 점은 선택과 집중을 후회 없이 할 수 있다는 것. 계획하지 않아서 좋은 점은 여행에 임하는 나 자신에게 실시간으로 집중할 수 있다는 것. 또 어떤 우연한 순간들에도 내 마음을 열어둘 수 있다는 것 정도일 거다.


그럼, 이번 뉴욕 여행은 어떠한 모습일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뉴욕 여행 버킷 리스트]가 필요하다. 가장 최근에 했던 이탈리아 여행은 사실 아래와 같이 아주 간단한 버킷 리스트 몇 가지만 있었다.

(아래 브런치북 링크에서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1) 토스카나 평원의 사이프러스 나무를 보는 것

2) 개들과 함께 트러플 버섯을 캐는 활동을 하는 것

3) 파란 이탈리아, 지중해 바다에서 수영하는 것


여행 준비 단계에서 우선 이 세 가지를 실현할 수 있는 스팟들을 여행 루트에 넣었다. 이 항목들이 여행의 핵심적인 목적이고, 가장 먼저 확정되어야 할 여행 계획의 일부였다. 그 외의 모든 것들은 내가 방문한 '지역'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밀라노, 피렌체, 시에나, 토스카나, 카씨노, 나폴리, 마이오리, 포지타노, 티볼리를 이동하면서 보고 듣고 맛본 것들이 이토록 충만한 이탈리아의 전반 내용이다. 각 도시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정하진 않았다. 브런치북에 기록했듯이, 여행에 대한 나의 기억도 장소의 이동과 숙소 중심으로 짜여져 있다. 여러 도시와 지역을 방문할 때는 이런 방식으로 여행기를 쓸 수 있다. 하지만 다가올 뉴욕 여행은 조금 다르다. 뉴욕이 큰 도시이긴 해도, 한 도시에 불과하다. 이전 여행들에 비해 동선이 훨씬 더 짧기 때문에 특정 주제에 집중하거나, 좀 더 구체적인 세부 목표를 세우는 식으로 여행을 준비할 수 있다.


근데 뉴욕은 정말, 너무 유명해서 오히려 뭘 해야할지 모르겠는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킷리스트 작성은 여행 준비의 설렘을 자극하는 '꿈의 시간'이라고 명명할 만큼 중요하다.(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명명했다.) 아직 설익은 내용이지만 막연하게 뉴욕에서 해보고 싶은 일의 목록은 다음과 같다.


1) 뉴욕 재즈바에서 라이브 공연 감상하기

2) 해질녘 뉴욕 거리(골든 타임!)를 사진으로 담기

3) 낯선 사람과 자연스럽고 즐거운 스몰톡 하기

4) 첼시지역 가보기

5) 길거리 예술가에게 팁 줘보기


그리고 지인들이 뉴욕에서 해보고 싶은 일이라고 추천한 항목은 아래와 같다.


1) 미술관 방문하기

2) 야구 경기장에서 뉴욕 양키즈 경기 관람하기

3) 로컬 카페 가보기


일단 이 목록을 바탕으로 시간이 날 때마다 정보를 탐색하고 필요한 게 있으면 준비를 해보기로 했다.

그 첫 걸음으로 지인 버킷 2번을 위해 급속 예매를 진행했다. 다른 사람의 추천이고 야빠(?)도 아닌 나지만, 야구의 본고장에서 벌어지는 야구 경기는 어떨까 궁금했고, 그걸 확인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데는 혹독한(!) 금전적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사실 또한 금세 알게 되었지만.

아... 내 돈.. 그래도 다시 없을 경험이겠지?


누군가 그랬다. 여행은 원래 준비하는 기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나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미 실현해버린 꿈만큼 시시하고 재미없는 게 또 없으니까. 나는 어쩌면 여행 그 자체보다 여행을 꿈꾸는 그 시간 때문에 여행을 이어나가는 몽상가 체질인 것 같기도 하다. 그게 무엇인지 아직 정확히 알지 못할 때, 대상에 대한 실체는 상상 속에서 더 선명하게 빛난다.


찌는 더위에 줄줄 흘러내리는 아이스크림과 팝콘을 들고 뉴욕 양키즈를 응원하는 미래의 나를 기억하며, 나는 오늘도 여행 버킷 리스트를 써 내려간다.


 

이전 02화 알고리즘은 그 누구보다 나를 잘 알고 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