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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디 UnD Apr 27. 2024

알고리즘은 그 누구보다 나를 잘 알고 있다

어쩌면 나보다도 더

지난 날을 돌아보면, 나도 포털사이트 블로그와 카페 글을 통해 여행 정보를 수집하던 때가 있었다. 포털 검색 창에 나라 이름을 쳐보고, 많은 사람들이 후기를 남기는 국가별 여행 커뮤니티 카페에 가입인사를 올리고 하며 손품을 열심히도 팔았더랬다. Z세대 이후의 사람들에게 검색엔진과도 같다는 유튜브. 나도 유튜브 사용률이 점점 늘면서 좀 더 효율적이고 직접적인 여행 정보를 얻는 데 유튜브를 활용하게 된 것 같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텍스트로 이거저거 연관된 걸 더듬더듬 검색해보는것보다야 눈으로 확실하게 보는게 편한 이유에서다.


하지만 검색 포털에서건 유투브에서건 키워드나 관심사를 입력한다는 것은 피라냐같은 알고리즘에 작은 먹이를 던져주는 것과 같다. 그렇게 되면 기다렸단 듯이 연관된 콘텐츠를 끊임없이 노출시켜 버리는 무시무시한 알고리즘의 덫에 걸리는 것이다. 이런 알고리즘을 의식하고 경계하는 나는 특정 동영상이 추천되는 이유를 찾으려 하거나, 현 시점의 관심사를 최대한 들키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얼떨결에 유도당하는 기분이 싫어서다.


재밌는 점은 처음에 뉴욕에 대해서 N도 검색하지 않았음에도, 어느 시점에선가 내가 접하는 콘텐츠가 뉴욕으로 쏠려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는 거다. 우연의 일치였을까? 당시 챙겨보던 이서진의 뉴욕뉴욕 시즌2, 조승연의 탐구생활에서 다룬 뉴욕 콘텐츠가 묘하게 비슷한 시점이라고 생각했고, 그즈음 뉴욕 사는 직장인 브이로그(아마 이 분도 그 흐름을 타 구독자가 꽤 많아진듯)가 추천 영상에 떴다. 알고리즘의 영향력인지 모르지만 이러한 흐름은 오프라인까지 이어졌는데, 한달 뒤 정도에 뉴욕을 배경으로 한 사진전까지 열려 회사 외부 활동으로 전시도 보러 가게 되었다.

이경준 작가 사진전 <원스텝 어웨이>

이렇게 뉴욕으로 혼연일치가 된 나의 온오프라인 세상. 게다가 나에겐 독일에서 오래 지내다 최근 뉴욕으로 이직 이주(?)를 한 오랜 친구 한명이 있다. 나의 내면은 내 귓가에 속삭였다.

’이건 다시 없을 절호의 기회야.‘


이쯤되면 나는 알고리즘을 경계하는 척 했지만 못이기는척 뉴욕을 다음 여행지로 정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거다. 뻔한 게 싫지만 또 뻔한 것에 이끌려가는 나를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물론, 여전히 마음 속 음모론은 거대한 미국 자본주의 혹은 관광 산업의 거대한 흐름에 나 같은 순진한 개인이 조종당하는 걸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포기 않았지만 말이다. 사실 10여년이 넘는 세월동안 띄엄띄엄 몇 번 가보기도 한 3번째 뉴욕 방문인지라 미지의 세계를 상상하는 설렘은 크지는 않다. 오히려 여기서 더 알면 별 거 아닌 게 되버릴까봐 이 이상으로는 자세히 파고들지 않고 있는 정도랄까. 추천되는 뉴욕 브이로그도 관심 없음으로 표시해버렸다. 유투브 시대가 생생한 간접경험을 가져다 줘서 좋은 동시에, 너무 많은 걸 미리 알려줘버린다는 게 아직도 아쉬운 나는 올드트래블러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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