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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궁 Jan 13. 2022

당일치기 혼자 제천여행(2)

관광택시 타고 제천과 인사해요

오기 전에 도시에 익숙해지기 위해 이런 저런 검색도 하고 행선지를 정해 놓아도 막상 기차역이나 터미널에 내리면 멈칫거릴 수밖에 없다. 그 도시의 공기와 친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나를 지켜보는 사람 아무도 없지만 연고가 없고 경험이 없는 도시에는 움츠린 어깨가 펴지기까지 시간이 좀 걸린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 친해지기 위해서는 아이스 브레이킹이라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도시하고도 그렇다. 제천역에 내려서는 바로 관광안내소로 향했다. 나를 가장 반겨주는 곳이니까. 다행히 월요일 아침인데도 관광안내소는 문을 열었고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해설사 선생님이 반갑게 맞아주셨다.


대략적인 일정은 배론성지를 다녀와서 점심을 시내 맛집에서 먹고 삼한초록길을 걸어서 의림지에 갔다가 교동민화마을을 보고 카페 놀이를 하다가 저녁을 먹고 서울로 돌아가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버스를 타고 배론성지를 다녀오는 것은 하루에 세 번 밖에 안 다니는 배차일정 때문에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부터 낭패였다. 그렇다면 의림지를 가면서 삼한초록길을 걷고 교동민화마을, 시장 구경 정도만 해야 할 판이었다. 버스만 타야 한다면 어쩔 수 없었다. 



제천에는 2년 전부터 운영하고 있는 관광택시가 있다. 제천 관광 홈페이지에도 블로거들의 후기에도 잘 소개되어 있는데 정작 예약 홈페이지는 먹통이어서 포기하고 내려왔는데 혹시나 싶어 관광택시는 비수기라 운행이 중단되었냐고 물으니 그렇지 않다며 직접 전화로 연결을 해주셨다. 곧 배차가 되었고 아이오닉 전기차 택시가 택시 20분 뒤에 관광안내소 앞으로 도착했다. 관광택시 여행의 시작. 가능하면 택시보다는 버스를 이용하려고 했는데 시내보다 외곽지에 볼 것이 더 많고 버스노선이 잘 닿지 않는 제천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홈페이지가 먹통이 된 것에 대해 시청 관광과에 민원을 넣어볼까 했으나 해설사님께 전달하고 잊었다. 



제천에서 운행중인 관광택시는 모두 스무 대다. 대부분 개인택시이고 택시 앞, 뒤 창에 관광택시 스티커가 붙어 있다. 예약은 홈페이지에서 해도 되고 제천시 관광협회(043-647-2121)로 해도 된다. 지금은 2기 기사들이 활동중인데 1기에 10대로 시작했다가 반응이 좋아서 두 배로 늘렸다고 한다. 그냥 알음알음으로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서류로 신청도 받고 엄격한 면접을 봐서 통과한 분들에게만 주어진다고 한다. 대부분 60이 넘은 제천의 베테랑 기사님들이라고 한다. 무사고 5년 이상이어야 하고 합격 후에도 친절 교육을 별도로 받을 정도로 시가 공을 들이고 있단다. 



요금은 5시간에 5만원이다. 택시 미터기 기준으로 한 시간이면 대략 2만원 잡으면 된다고 하니 반값인 셈이다. 너무 싸지 않은가 싶은데 예상대로 시에서 보조금이 나온다고 한다. 몇 해 전에 방콕에 가족여행을 다녀 오면서 하루 종일 택시를 대절해서 이용한 적이 있는데 20만원 가까운 비용을 썼는데 물가 수준이나 이용 시간을 고려하면 제천 관광택시는 매우 합리적인 선택이 아닐까 싶다. 렌터카를 빌려도 그 정도 비용이 나올 텐데 토박이의 해설과 안내까지 받을 수 있다면 꽤나 합리적인 선택이 아닐까 싶다. 


제천여행의 성수기이자 관광택시의 성수기는 10월, 11월인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관광택시를 찾는다고 한다. 그나마 제천이 사람을 끄는 이유는 청풍호 케이블카, 옥순봉 출렁다리 그리고 KTX의 개통이라고 기사님은 진단했다.


개발 말고는 할 게 없어, 겨우 생각하는 게 토목이야, 컨텐츠를 만들어야지 라고 말하지만 막상 일반 대중을 모으는 힘은 편리한 교통수단과 놀랄 만한 볼거리이다.


그 기차역사 그렇게 멋있게 크게 지어서 인구 14만 도시에서 어디에서 쓰냐고 싶지만 거기 사는 사람들은 그거라도 있어야 사람들이 온다고 생각한다. 위정자들이 토목공사에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일 것이다.



혼자 다니는 여행엔 사실 에피소드가 별로 없다. 그저 혼자 보고 먹고 마시고 느낄 뿐이다. 누군가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일도 흔치 않다. 버스 말고 택시를 탔더니 친절한 기사님이 좋은 말벗이 되어 주셨다. 제천에서의 삶, 관광택시, 여행지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들, 택시를 하면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 등등 여행지와 여행지를 잇는 사이를 아주 가득 채워주셨다. 제천이라는 도시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고 거스름돈 200원 이야기는 글로 남겨두어야 할 것 같아 소개한다.



50대 남자와 40대 남자가 만나도 의외로 수다의 주제가 다양하다. 목불암에서 스님에게 들은 말씀을 복기하며 부자 이야기를 하면서 택시에서 거스름돈 200원이 나오면 부자들은 받아가고 가난한 사람들은 기사님 가지라고 한다는 우스갯소리를 하자 기사님이 할머니 손님과 있었던 일화를 들려주었다. 임대아파트에 사는 할머니 한 분이 택시를 타셨는데 거스름돈이 200원이 나왔더란다. 백 원 짜리 동전 두 개를 챙기려는데 할머니그 돈으로 커피 사 먹으라며 받지 않으셨는데 커피가 300원인데 100원이 모자라서 어떻게 하냐며 오히려 미안해 하시더란다. 그런가 하면 제천에서 제일 비싼 아파트에 사는 어떤 할머니는 그날따라 신호가 많이 걸려 택시비가 평소보다 몇 백원 더 나오자 요금이 왜 이렇게 많이 나왔다며 타박하더란다. 기사님과 나는 마음이 부유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는데 이미 기사님은 그런 분 같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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