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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i Jun 03. 2024

공원에 다녀왔어요!

투투 이야기


구름이 참 예뻤습니다. 그래서인지 투투 엉덩이에 자꾸 바람이 들어갔나 봐요. 마당에서 놀던 투투가 집에는 안 들어오겠다며 " 낑낑낑~ " 떼를 썼습니다. 혼자 놀면 되는데 엄마도 마당에 나와 서 있으라고 성화입니다. 간식을  준다고 해도 들어오질 않습니다. 그래서 엄마는 하던 일을 접고 투투와  공원으로 갔습니다. 환경부가 조성한 공원인데 강이 있고 나무 그늘이 시원하여 자주 찾는 곳입니다. 주차를 하는데 투투는 벌써 흥분하기 시작했습니다. 빨리 주차를 하라고 하품을 해대며 재촉을 합니다. 산책이 그렇게 좋은 걸까요?


수풀로 공원 입구
잔듸 마당

입구에 들어서면 넓은 잔디 마당이 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다리를 번쩍 들고 마킹을 합니다.  투투는 집 앞에서 볼일은 보고 왔습니다만 또 몰라서 배변봉투를 준비했습니다. 주말 오전이라 사람도 강쥐도 많이 보이지 않습니다. 투투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는 반면 개들을 보면 흥분하고 특히 큰 개에겐 짖으며 달려듭니다. 엄마를 보호하려는 걸까요? 아니면 겁이 나서 그러는 걸까요? 정말 뭘 믿고 그러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조심해야 합니다. 가슴줄과 목줄을 한꺼번에 채우고 끈은 짧게 잡은 채 엄마는 주변을 살핍니다. 개들이 오면 방향을 바꿔 다른 길로 가야 하니까요. 기분 좋게 나온 산책에서 서로 얼굴 붉힐 일이 생기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구름이 예쁘다!

쾌청한 날씨와 청량한 바람이 기가 막힙니다. 구름도 어찌나 예쁜지요. 바람이 앞쪽에서 불면 꽃냄새가 났고 옆에서 불어오면 강물 냄새가 났습니다. 쥐똥나무가 많아 특유의 진한 향이 주변을 맴돌았습니다. 몸을 숙이면 토끼풀향이 나는 공원에는 온갖 향기로 가득합니다. 후각을 자극하는 것이 너무 많아 투투는 매우 흥분해서 정신없이 냄새를 맡고 다리를 번쩍 들어 마킹을 합니다. 들어 올리는 다리가 하늘을 찌르겠습니다.


뒷발질 하는 투투

마킹을 한 투투는 아주 리드미컬하게 뒷발질을 합니다. 뒷발질은 자존감입니다. 뒷발질 후 혀를 빼물고  엄마를 돌아보는데 그 모습이 "꼭 나 잘했죠?" 하며 웃는 것 같아  너무 귀엽습니다. 때로 엄마에게 폴짝 뛰어오르기도 합니다. 꼬리는 위로 한없이 올라가 있고 세상 당당합니다. 다리 수술 후 7개월이 되었습니다. 다시 걷고 뛰는 모습이 어찌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걷는 모습이 고맙기만 합니다.


장미 앞에서 걸음을 멈춘 투투가 갑자기 줄을 당기며 뛰어갑니다. 나비를 쫓아가느라 헥헥거립니다. 줄을 풀어주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는 없어서 함께 달립니다. 엄마 힘들다며 주저앉으니 되돌아와서 혀로 핥아 줍니다. 다정하기가 이를 데 없습니다. 사진 찍자고 하니 또  멋진 포즈를 취해주는 투투. 가끔 투투가 개인지 사람인지 모르겠습니다. 배경보다 투투가 더 푸르고 싱그럽습니다. 투투에게서 푸른 냄새가 납니다.


장미도 피고
3살의 투투
어, 기차가 지나가요

유모차에 탄 작은 강아지가 지나가자 물끄러미 쳐다봅니다. 노견입니다. 털도 다 빠지고 눈도 흐릿한 것이 주변에 아무 관심이 없습니다. 그 보호자가 투투에게

"어머, 너 아직 애기구나. 이쁘게 생겼네."

하고 말하자 경계심이 없던 투투의 가슴이 갑자기 불룩해지며 왁~짖으려 니다. 줄을 툭 잡아당기니 엄마에게 시선을 돌립니다. 겁이 많은 투투는 낯선 이 가 인사하는 것을 받아주지 않습니다. 조금씩 나아지곤 있지만 겁이 많은 투투는 여전히 사람을 경계합니다. 엄마들끼리만 눈으로 인사하고 벤치에 앉아 투투에게 짧은 훈계를 하고 물을 주었습니다. 나무에서 작은 가지 하나가 툭 떨어지자 펄쩍 뛰며 엄마 뒤로 숨더니 낑낑거립니다. 낯선 들을 경계하는 투투 마음을 모르지 않지만 때로는 그 때문에 산책길이 불편합니다. 엄마에게 혼이 나서 그런지, 떨어진 가지 때문에 놀랐는지, 차로 돌아올 때는 다른 개가 지나치거나 사람들이 "안뇽" 하고 인사를 해도 무관심했습니다. 투투는 또 조금씩 세상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집에 도착하니 뭐가 그렇게 좋은지 겅중거립니다.  산책도 좋지만 집이 더 좋은 가 봅니다. 탱이에게 까불더니 후다닥 집안으로 들어가 화장실 앞에서 기다립니다. 발을 닦고 물을 마시고 남은 간식을 먹은 투투는 공을 물고 "왁왁" 이상한 소리를 내며 뛰어다녔습니다. 물 한 잔 마시고 돌아보니  녀석, 그새 잠이 들었습니다. 열어놓은 창으로 살랑살랑 바람이 불어와 투투의 귀가 팔랑팔랑거립니다. 

"투투, 잘 자라."

이제 엄마의 시간입니다.


산책 후 꿀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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