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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i Jul 11. 2024

또 병원에 갔어요

투투 이야기


"쩝쩝 쩝 쩝쩝"

이상한 소리에 엄마는 잠에서 깼습니다. 먼동이 트는지 창밖은 희뿌옇고 시계를 보니 5시였습니다. 자고 있는 투투를 눈으로 더듬는데 보이진 않고 쩝쩝거리는 소리만 들립니다. 응? 이 녀석이 뭐 하는 거지? 배를 위로 향하고 활개를 친 모양으로 자고 있어야 할 녀석은 없고 무언가에 열중한 소리만 들렸습니다.


"투투"

불러도 반응이 없습니다. 꼬리를 치며 다가와야 할 녀석이 초승달 모양 흰자위가 가득한 눈으로 나쁜 짓 하다 들킨 놈처럼 엄마를 쳐다봅니다. 게다가 몸을 만지려는데 "으르릉" 합니다.

"왜 그러니?"

웬만해선 엄마에게 으르렁 거리지 않는 투투인데 이상합니다. 가만히 보고 있으니 오른쪽 뒷다리에 코를 대고 자꾸 냄새를 맡습니다. 쎄한 느낌이 들어 다리를 살펴보니 수술할 때 박아놓은 핀 부위가 부어있고 빨갛게 진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투투는 10개월 전 십자인대 파열로 뒷다리를 수술했고 인대를 고정하기 위해 핀을 두 개씩 박아놓았습니다. 두 개의 핀은 그 끝이 조금 돌출되어 있습니다. 다리를 더듬어 만져보면 핀을 느낄 수 있는 정도입니다. 가끔 산책하고 돌아와 발을 씻기고 나면 투투는 뒷다리를 정성껏 핥곤 했는데 아무래도 무슨 탈이 난 것 같았습니다. 서둘러 고깔을 꺼내 씌우고 다리를 살펴보니 못마땅한지 자꾸만 쩝쩝거립니다. 스트레스 신호를 보내는 것이지요. 다리엔 이미 상처가 나서 진물이 흐르고 있었고 조만간 피도 비칠 모양새였습니다. 엄마의 심장이 

또 내려앉았습니다.


X레이를 찍은 선생님은 다리에 박은 핀이 빠지지 않고 잘 있는데 가느다란 핀 하나가 피부 가까이 닿아 있어서 피부를 자극하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핀은 뼈가 고정되면 더러 빼주기도 한다면서 작은 핀은 뽑는 게 좋겠다고 했습니다. 잠깐 잠을 재우고 뽑으면 된다구요. 잠을 재운다는 건 마취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핀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10개월 전 인공 인대를 넣어 뼈를 고정하면서 매듭을 지어 놓았는데 그 매듭이 투투를 자극했다고 합니다. 선생님은 늘어진 인대의 매듭을 조금 잘라내 다시 뼈에 붙어있도록 고정했고 부어오른 살도 잘라냈다고 했습니다. 문제는 인대가 늘어났다는 것인데 늘어난 만큼 얇아졌다는 것이고 끊어질 수도 있으니 지켜보자고 했습니다. 움직이는 동물이기에 인대는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쿵, 하고 마음이 내려앉았습니다. 그렇게 투투는 또 마취를 하고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하고 4바늘을 꿰맴

마취가 풀린 투투는 꼬리를 늘어뜨리고 헥헥대며 벌벌 떨었습니다. 투투도 엄마도 마음이 심란했습니다. 저녁에 집으로 돌아온 투투는 세상 우울한 얼굴로 고깔을 쓴 채 엎드려 있습니다. 고깔이 싫어서 자꾸 몸을 털어대고 어떻게든 다리를 핥아보려 하지만 할 수가 없습니다. 간식을 준다는 말에도 꼬리를 치지 않고 초승달 모양 흰자위가 가득한 눈으로 엄마를 쳐다보기만 합니다. 어쩝니까. 싫어도 고깔은 써야 합니다. 부디 상처가 잘 아물었으면 좋겠습니다. 부디 인대가 잘 붙어있으면 좋겠습니다. TPLO인지 용어도 생소한 수술은 안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일상에서 안녕하게 지낸다는 것이 얼마나 귀하고 감사한 일인지 또 한번 느낍니다. 


우울한 투투. 움직이질 않는다
사람처럼 끙끙거립니다


아무 움직임 없이 엎드려만 있는 투투를 바라봅니다. 

"투투야, 꿰맨 데가 많이 아프지? 욱신거리고 정신도 아득하고 우울하지? 괜찮아질 거야.

수술하고 잘 지냈잖아. 앞으로도 그럴 거야. 그치?"

아픔을 견디는지 지그시 감았던 눈을 뜨더니 엄마를 쳐다봅니다. 저를 쳐다보는 엄마의 마음을 알까요? 이 연민한 마음을 투투는 알까요? 투투는 엄마의 마음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엄마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고 핥아줍니다. 그러더니 손을 핥고 얼굴을 핥습니다. 투투가 아픈 집안은 적막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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