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생각
시간의 신 크로노스가
어머니의 울부짖음을 듣고
아버지 우라노스의 거시기를 잘랐을 때
피와 물이 퍼져나가 물거품이 되었고
그 거품 속에서 아프로디테가 탄생했다고.
모두 다 아는 이야기.
미와 사랑의 여신인 아프로디테가
물거품에서 탄생했기에
아름다움도 사랑도 물거품이라는 것.
이것도 다 아는 이야기.
물거품인 것을 또 잊고
변치 말자 맹세를 하고
헛된 기대 속에 손에 넣은
복권 또한 물거품.
영원을 약속한 사랑도
변하지 않을 것 같던 아름다움도
변할 수 있다. 물거품이니까.
그런데
물거품이 아닌 것도 있다.
사랑도 우정도 아닌
그 중간 어디쯤에 위치한 부부가
서로를 버리지 않는 건
의리 때문이다.
아름다움과 사랑은 물거품이지만
의리는 아니다.
의리는 그와 더불어 자신을 지키며
끝내 돌아서지 않는 것.
이건 알거나 혹은 알아도 모른 척하거나
그래서 당신이
알 수도 있고 모를 수도 있는
그런 이야기.
*커버그림 핀터레스트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