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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꿈과 복권

by audry hye Jun 0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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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하는 일이 잘 되지 않아 고민이 많다. 뭘 어찌 해야 할지 모르겠고, 가만히 있자니 답답하고 무기력한 것 같아서 하루하루가 힘들다. 그간 즐기던 게임도 하고 싶지 않고, 친구들과의 만남과 통화가 적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복권을 사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로또 복권, 연금 복권. 이걸 사서 1등에 당첨이 되면 그간의 어려움이 해소될 것 같고, 앞으로의 삶도 행복해질 것 같았다. 


로또 복권 1등에 당첨되면 10억 정도를 손에 쥐게되니 이것으로 뭘 하지? 잘 하면 당첨금이 40억 원이 될 수도 있다. 집을 사고도 남겠구나.  김칫국을 한 사발 마시며 이런 저런 생각을 했다. 

복권을 사서 1등에 당첨되기란 어려운 일이니 확신을 갖지는 말자. 그러나 혹시 1등에 당첨이 될 지도 모르니 그 후를 준비해보자. 


먼저 복권에 당첨 된 사람들의 후기를 찾아 봤다. 1등에 당첨됐지만 불행한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았다. 1등 당첨금을 나눠 가진 형제에게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는 기사도 있었다. 

참 어려운 문제다. 당첨이 되어도 고민할 것이 넘쳐났기 때문이다. 


1등에 당첨되면 일단 가족에게는 비밀로 하는 것이 나을 거 같다. 그리고 평소와 똑같은 생활을 하면서 당첨금을 어떻게 쓸지고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생각으로 여러 밤을 보내던 중 똥꿈을 꿨다. 꿈 내용이 자세히 기억 나지 않지만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갑자기 배변 욕구가 생겼다. 너무 급했던 것 같다. 참으려고 했지만 참지 못했고 결국 바지에 실례를 하고 말았다. 더욱이 변이 몸에도 묻어서 당황해 하며 어찌할 줄을 몰라 했다. 

이 꿈을 꾸고 난 후 일어나자마자 복권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는 복권을 사는 것이 확률적으로 볼때 돈을 버리는 일과 같다고  생각이 들어서 복권사는 것을  쓸데 없는 일이라고 여겼지만,  똥 꿈을 꾸고 나니 꼭 사야할 것만 같은 기분에 휩싸였다. 


어떤 복권을 살까 고민 하다가 로또 복권과 연금 복권을 사기로 했다. 로또 복권 1등에 당첨돼 목돈을 갖게 되고, 또 연금 복권 1등에 당첨이 되어 매달 500만원 씩 돈을 받는다면, 최소 20년은 생활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고 살 수 있겠구나 싶었다. 


복권을 어디에서 사야할지 몰라서 인터넷에서 찾아봤다. 집 근처에 두 군 데 정도 있었다. 

가까운 곳에서 살까? 아니다 웬지 정성이 부족한 것 같다.  좀 발품을 팔더라고 정성을 들여 20분 정도 걸리는 곳에서 복권을 사자. 복권을 사러가니 로또 복권과 연금 복권 외에도 여러 복권이 있었다. 그러나 나는 이미 마음먹은 대로 주저없이 로또 복권 5천 원 어치와 연금 복권 6천 원 어치를 샀다. 

로또 복권은 복권에 쓸 번호를 정하는 것이 어려웠다. 똥꿈을 꾸긴했지만 번호까지 계시 받은 것이 아니어서 어떤 번호를 정해 구입을 해야할지 몰랐다. 그래서 자동으로 샀다. 

연금 복권을 구입할 때는 생각보다 종류가 많아서 어떤 것을 사야할 지 정할 수가 없었다. 연금 복권은 1조부터 9조로 나누어져 있고, 각 조에는 순서대로 번호가 적혀 있는 복권이 10장 이상 씩 있었다. 내 앞에 있는 것만해도 90장 정도의 복권이 있으니 전부 살 수도 없고 그 중에 하나만 사자고 하니 당첨 확률이 너무 떨어져 보여서 몇 장이나 사야할지 고민됐다. 그러던 중 4조를 보니 통째로 비워져있었다. 

어떤 복권을 연구하는 사람이 4조의 당첨 확률이 높다고 생각해서 4조만 다 사갔구나라고 생각을 하고, 그럼 나는 3조 3장과 5조 3장을 사는 것이 낫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복권을 연구한 사람(4조의 복권을 다 사간 사람)이 아무리 철두철미하게 당첨 확률을 연구했다고 해도 그것도 결국은 확률 싸움을 하는 것이 아닐까. 그 사람의 계산에도 허점이 있을 터이니 나는 그 사람이 계산한 주변의 몇 장을 사고 내 꿈을 꾸고 얻은 운을 더해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3조에서 3장을 고르고 4조에서 3장을 골라 집으로 왔다. 

집으로 오면서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몸과 마음은 가벼웠다. 사고 싶던 게임기를 사서 집으로 가는 기분이랄까? 가면서도 당첨이 되면 어떻게 하지?하는 부질없는 고민을 하면서 집으로 향했다. 

집에 와서 복권을 둘 곳을 찾을 때도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1등에 당첨되더라도, 아내 모르게 평소와 같은 생활을 하고 싶은데 그러려면 안 보이는 곳에 두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복권이 든 지갑을 옷장 깊숙한 곳에 넣어두었다. 

이렇게 저렇게 밤마다 행복한 미래를 설계하며 한 주를 보냈다. 

로또 복권 추첨일이 왔다. 바로 확인할까? 아니다. 연금 복권과 함께 당첨 확인을 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았다.  혹시라도 당첨되지 않더라도 그동안 밤마다 하고 있던 즐거운 상상의 나래를 더 펼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로또 복권 당첨 확인을 연금 복권 당첨일까지 참기로 했다. 


오늘은 당첨일이다.  느긋하게 점심을 먹고 와서 아내 없는 거실에서 미뤄 두었던 숙제를 하는 기분으로 컴퓨터를 켜고 복권 당첨을 확인했다. 진지하게 여러 번 확인했다. 혹시라도 당첨됐는데 확인을 잘 못해서 당첨된 복권을 그냥 버리는 불상사가 생기면 안 되니 말이다.  


결과는 연금 복권 1천 원, 로또 복권 5천원 당첨. 

아예 꽝은 아니니 꿈의 효력이 어느 정도 있긴 한 거 같다. 그런데 아쉬움이 묻어 나오는 썩소를 참을 수가 없다. 이것은 기대감이 때문이리라. 지금까지의 일을 돌아보며 글로 적어본다.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찹찹한 기분과 허무감이 든다. 당첨을 기대하며 했던 일들이 부끄럽기도 했다. 현실에서 생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막연한 기대감에 기대어 살았다니...... 그래도 지난 10여 일 간 힘들었던 시간을 잘 보냈다고 생각하며 이제 현실에서 나에게 주어진 문제를 풀기 위해 더욱더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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