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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과거 삼팀 팀장 Nov 29. 2023

퇴사를 하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 #6

#6. 시간을 쓰는 방법이 달라졌다.

#6. 시간을 쓰는 방법이 달라졌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의 꿈은 퇴사이다. 그렇기에 퇴사를 하면 그동안 못했던 것들 중에 하고 싶은 것들을 다 할 것이라고 계획한다.

하지만 역시 계획은 어디까지나 계획이다.

막상 퇴사를 하게 되면 그 많던 하고 싶은 것들이 다 하기 싫어진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많은 부분들이 귀찮아진다. 그동안 내가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들은 내가 출근하는 시간에, 출근해서, 일을 하면서 생각할 때 너무나도 하고 싶었던 것이지, 실제로 그것을 할 수 있는 시간에는 많은 것들이 귀찮아진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생각이 달라진다. 이제는 언제라도 내가 마음만 먹으면 모든 걸 다 할 수 있다. 다시 출근하는 것만 빼면.

그렇기에 하루하루 미루게 된다. 내가 처음에 퇴사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서 제일 먼저 계획한 일은 해외여행이었다. 불교를 믿는 불자이지만 순례자의 길을 걷겠다는 계획도, 태국 한 달 살기를 하고 싶다는 계획도, 이 세상을 주도하는 미국에 다녀오고 싶다는 계획도, 아니 가까운 제주도라도 다녀오겠다는 계획도.

모두 계획일 뿐 하나도 실천한 게 없다. 해외여행은 여권이 만료되어서 재발급해야 하나 여권사진을 못 찍었다는 이유로, 제주도는 더우니 여름은 피하고 가을에 가자는 핑계를 대기는 했지만 결국에는 겨울이다.

그렇다 하루에 뭘 하는지 모르는데 시간은 빨리 지나가고, 그중에 퇴사 전에 하겠다고 했던 것들은 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루는 곰곰이 고민을 했다. 왜 하루가 이렇게 바쁠까? 그러면서 최근에 가장 집중했던 것들을 기억했다.

- 일단 캘린더 앱을 열고 마트 정기 휴무 전날 기록하기

- 러닝을 시작할 장소까지 타고 갈 자전거 및 용품 구매하기 및 러닝 코스 짜기

- 자동차 트렁크 정리하기

회사 다닐 때는 마트가 1달에 2번이나 쉬는 줄 몰랐다. 근데 퇴사하여 시간이 많으니 오히려 쉬는 날에 맞춰 마트를 갔던 적이 많다. 그래서 정성스럽게 캘린더에 마트 정기 휴무 전날을 기록한다.

이런 것들이다. 이런 것들로 인해서 하루가 바쁘고, 아니 몇날 며칠이 바쁘다. 이렇게 적어두면 10분만 하면 될 것 같지만 막상 저것들을 하다보면 1주일이 훅 지나간다. 그러고 나면 그 다음주에도 저것들을 반복한다.


그리고 평소에는 안하던 요리에 관심이 생기고, 책에 눈이 가고, 소원하던 누나들과도 자주 연락을 한다.

가끔은 내가 이런데 관심이 생겼나 할 정도로 뜬금없는 곳에 관심이 가기도 한다. 예를 들면 부모님께서 좋아하시는 반찬은 언제 보내드려야 할지, 얼마전 빠진 조카의 앞니가 왼쪽인지 오른쪽인지, 남자인 친구가 기르는 장발 머리는 언제 자를 건지 등...

회사다니면서 바쁘다는 핑계로 하지 못했던 것들에 관심이 가는 것 같다. 마치 회사에 다니며 바쁘다는 핑계로 갖지 못했던 사람다운 냄새를 다시 찾아가는 것 같다.




아무리 바쁘고, 힘들고, 주변을 볼 시간이 없어도 가끔은 주변을 돌아보며 우리가 왜 이렇게 사람다움을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무엇을 위해 바쁘게 사는지,

사람다운 냄새를 찾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 지 생각해볼 필요는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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