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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과거 삼팀 팀장 Dec 04. 2023

퇴사를 하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 #7

#7. 다른 보통 사람이다.

#7. 다들 보통 사람이다.


퇴사를 하면서 가장 좋았던 일 중에 하나는 더 이상 직장 사람들을 안 봐도 된다는 것이었다. 더 이상 그들과 얼굴을 마주하며 밥을 먹을 일도, 보고를 할 일도, 일을 알려줄 필요도 더 이상은 없었다. 이것이 퇴사가 나에게 준 가장 큰 매력이었다.


출근하던 그 시기를 회상해 보면 직장을 다니면서 하루에도 수천, 아니 수만 가지 생각을 하겠지만 그중에 가장 많이 한 생각은 "내 주변에는 왜 다 저런 사람밖에 없을까? 왜 다 또라이일까?"였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위에서 말한 또라이 중에 70%는 상사, 10%는 동기, 20%는 후배였다.

마치 그들이 다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 같았다.

말도 안 되는 일을 하라고 시키기도 하고, 그렇게 바쁘다는 일은 마감 직전에 알려주기도 하고, 급하다고 해서 일을 마치고 보고하면 거들떠도 안 보기도 하는 상사.

앞에서는 하하 호호하며 뒤에서 비수를 갈고 있는 동기.

그리고 "저는 MZ인데요?"라는 표정으로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하는 후배.

그때는 내가 이상한 사회 한가운데 있다고 생각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나마 제외하고 주변이 다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끔은 내가 이상한 사람이라 내 주변이 다 이상하게 보이나? 내가 비정상인가?라는 고민도 많이 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말 같지만, 퇴사를 하고 나니 직장에서는 그렇게 얼굴 보기 싫던 사람들이 가끔 그리울 때가 있다. 히스테리만 부리던 상사도, 밉상짓만 골라서 하던 동기 놈도, 어리숙하기만 했던 후배도.

당시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지만 그런 그리움에 못 이겨 상사와, 그리고 후배와 밥을 먹은 적이 있었다.


먼저 상사와 밥을 먹으면서 정말 코끝이 찡했다. 이유는 '그 사람도 나와 같은 정상적인 사람이었다는 것'

회사 밖에서 본 상사이자 선배는 생각보다 좋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불쌍한 사람이었다.

얼굴이 좋아졌다고 말하면서 네가 부럽다는 말만 연신 반복하였다. 본인도 고민은 많이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퇴사를 선택 못하고 있다고. 이런 말들.

회사 밖에서 본 상사는 더 이상 워커홀릭의 히스테리만 부리는 직장인이 아니라 나처럼 빨리 퇴근하고 싶어 하고, 와이프에게 혼나고 싶지 않아 하고, 멀어진 아이들과 어떻게 하면 그 간극을 좁힐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술에 취해 눈물 보이던 그냥 우리가 아는 '보통의 가장'이었다.

그 사람도 그냥 사람이었다.


후배와 밥을 먹으면서는 큰 충격을 받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후배가 바라보는 나는, 내가 바라보는 내 상사와 같은 모습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말을 직접 한 후배가 당돌하긴 하지만, 나에게 말하길 "전 선배님이 진짜 회사 대주주인줄 알았어요. 무슨 일을 그렇게 미친 듯이 하고, 그렇게 의욕만으로 하시는지... 솔직히 선배님이 안 나가셨으면 제가 나갔을 거예요. 전 선배님이 계실 때 부장님이 두 분 계시는 것 같았어요. 하하하"

그 자리에서 나도 너무 당황해서 같이 웃기는 했지만 집에 와서 생각해 보니 충격이었다. 그리고 글을 쓰는 지금도 충격이다.

"나는 저 사람과 다를 것이다, 나는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저 사람과 나는 다르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생활했지만 제삼자가 보기에는 똑같았다는 사실. 솔직히 마주하기엔 불편한 사실이다.



내가 진짜로 싫어했던 사람도 그냥 보통의 사람이고, 나도 보통의 사람이다. 남이 보면 다 똑같은 보통의 사람.

그러니 그 사람을 너무 미워하기보다는 나도 그런 사람이 아닌지를 잘 살펴야 할 것 같다.

우리 주변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나를 포함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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