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평소에 고향집에 자주 갔어야 했다.
#13. 평소에 고향집에 자주 갔어야 했다.
나 같은 경우는 대학을 다니면서부터 집에서 독립해서 살았었다. 그리고 군대를 다녀오고, 회사를 다니면서 고향 집에 잘 가지 않았다. 지금 돌아보니 핑계가 많았다.
대학 때는 이것저것 놀러 다니느라, 군대에서는 휴가 나오면 동기들, 친구들 만나느라, 그리고 회사를 다니면서는 주중에 못 가진 나만의 시간을 갖거나 재충전을 한다는 핑계로...
퇴사를 하고 나니 실제로 시간이 많아졌다. 위에서 말한 시간들을 다 갖고도 남는 시간들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집에 자주 가지 않는다. 지금은 또 다른 핑계가 생겼다.
'부모님이 나를 걱정하실까 봐...'
퇴사를 할 때 가족들이 다 말렸다. 오랜 기간 잘 다니고 있는 회사를 왜 나오려고 하느냐고... 물론 이것저것 많은 이야기를 통해서 결국에는 퇴사를 하였지만, 사실 그냥 넘어가 주신 것이다. 속으로는 100% 공감하지는 않지만 결국 자신이 나오겠다는데 누가 말리겠는가.
그래서 지금은 부모님과 통화를 하거나 집에 내려가게 되면 결국에는 걱정을 하시는 말씀으로 끝이 난다.
식사를 하셨느냐는 나의 간단한 안부로 시작된 전화는, 서로의 건강을 확인하고, 마지막에는 나를 걱정을 하시는 부모님의 말씀으로 끝이 난다.
집을 내려가면 처음에는 오랜만에 본 아들 얼굴로 기뻐하시며 반가워하신다. 그러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결국에는 또 걱정으로 끝이 난다. 부모님들은 많은 부분들이 걱정되시나 보다. 물론 내가 그 걱정을 줄여드리지 못하는 게 가장 큰 잘못이겠지만...
이런 경우를 여러 번 겪다 보니 자연스럽게 집에 가는 횟수도 줄어들고, 전화도 잘 드리지 않게 되는 것 같다. 처음에는 퇴사를 하면서 그동안 자주 못 찾아뵙지 못한 부모님도 많이 자주 뵙고, 형제들도 자주 만나려고 했지만 이제 시간은 있지만 마음이 불편해서 그러지 못한다. 아니 안 한다.
이러다 보니 차라리 서로의 마음이 편할 때 왜 더 자주 찾아뵙지 못했고, 자주 전화를 드리지 못했을까라는 후회가 남는다. 물론 지금이라도 자주 연락드리고, 자주 찾아뵙고 하면 되지만 부모님께서 걱정을 많이 하실까 나도 걱정이 된다.
걱정을 해주시는 것도 감사하고, 얼른 걱정을 안 하시게 해드려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또 한편으로는 걱정을 하시는 말씀을 듣더라도 전화를 자주 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 맞다. 결국은 내가 전화를 할, 아니 전화를 했을 때 내가 들을 걱정+잔소리가 싫은 것이다.
그래 이게 맞다. 내가 싫어서 안 한 것이다.
특별한 이벤트가 있어야 집을 가는 게 아니라, 아무것도 없을 때 자주 찾아뵙는 게 맞았던 것 같다.
그래서 내일은 꼭 전화를 드려야겠다. 그 걱정과 잔소리를 들을 수 있을 때...
도봉구 아파트 화재 피해 뉴스를 보고 아버지가 보고 싶어졌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