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적이며 상대적인 가치
세상에는 셀 수 없이 다양한 회사가 존재한다.
그중 반도체 업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365일 24시간 쉼이 없다. 잠시라도 반도체 라인 가동이 멈추면 엄청난 손실을 마주한다.
누군가는 늦은 저녁까지 야근을 하고 고된 하루를 마무리해도, 누군가의 일은 현재 진행형이며 더 늦은 밤과 새벽에 출근하는 사람도 존재한다.
나의 업무 시작은 오전 7시.
자율 출퇴근 제도가 시행된 이래로 동일한 루틴을 유지 중이다.
새벽 감성, 적막 속 고요함이 퍽이나 마음에 든다.
야간, 주말에 발생한 이슈나 일정 등을 메일로 빠르게 확인하며 복기하고 새롭게 계획, 수정한다. 그리고 오늘 하루, 더 나아가 일주일로 확대하여 고민하고 실행한다. 중요한 프로젝트는 월간을 넘어 분기, 온기로 실행한다.
반도체 회사 취업을 준비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8대 공정만 이야기하며 실상 8대 공정의 세부 내용을 모르는 경우도 다반사다. 8대 공정이라는 말은 사실 삼성에서 주로 통용되는 방법이고 각기 다른 회사마다 세부 내용 및 분류는 조금씩 상이하다.
더 나아가 8대 공정 외 수 없이 다양한 직군과 직무가 존재하며 나도 이에 포함된다.
나는 반도체 분석 엔지니어다.
공정은 ‘fabrication’로써 fab 내에서 반도체를 제작하며 발생하는 일을 일컫는다.
다시 말해 반도체 제조 관점에 초점을 맞춘다.
실상 8대 공정보다 설계, 소자, 공정(Photo, Diffusion, Etch, Thinfilm, C&C) 등 전공정(Front-end)/Package and Test, Module & Application 등 후공정(Back-end)으로 나눠 파악하는 것이 수월하다.
각 직무별 필요한 내용을 중심으로 현재를 넘어 미래를 경험하고 구체화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는 각 회사 채용 홈페이지 내 직무 소개, 필요역량 및 플러스 요인에서 확인 가능하다.
현직자의 입장에서 다양한 내용 중 눈에 들어오는 키워드는 '향상, 극대화, 최적화' 등이다. 다시 말해 엔지니어 관점으로 접근하고 풀어가야 한다. 본인이 공부하며 쌓고 있는 역량을 단순히 장황하게 풀어놓고 설명하기보다 위의 키워드 중심으로 연결시켜 풀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실제 기업의 현업은 순수한 연구보다는 개발/양산성 또한 중요한 평가 지표이며 핵심 요소이다. 엔지니어링이라는 것이 시간, 돈 관점의 최적화/고도화/극대화 등과 연결되므로 해당 관점으로 공부하고 연구 중인 내용을 풀어야 한다.
현재는 4차 산업 혁명 속 다양한 기술들과 마주하며 살아가고 있으므로 이와 관련된 역량을 갖고 있다면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표출할 수 있다. 반도체 공정은 수백 개가 넘으며 해당 공정을 진행하며 다양한 이슈들이 발생하고 무수히 많은 종류 및 개수가 존재한다. Big data analytics 역량이 필요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반도체 미세화 및 난이도 고도화가 끊임없이 지속되는 가운데 단순히 인간의 기준과 잣대로 불량의 원인을 파악하고 해석,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수많은 결과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해당 역량이 필요하다.
불량 이슈를 정의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python 기반 모델 세워 Machine learning, Deep learning 하여 학습하며 오류를 수정하고 최종 고도화, 자동화로 풀어낸다.
Big data 기반 통계적인 해석으로 문제를 판단하고 현재보다 미래지향적인 관점으로 역량을 키우고 이를 현업과 연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반도체 멘토링을 진행하면 반도체 분석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감을 못 잡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쉽게 설명해 사람은 몸이 아프면 병원에서 검사를 한다. 반도체도 동일하다.
반도체가 아프거나 (불량 분석) 정기 건강검진으로 미리 아플지 (선행 연구개발) 예상해 분석을 진행한다.
반도체 미세화 및 제작 난이도 증가에 따라 수많은 문제가 발생하며 정확한 문제 원인을 찾아서 해결해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반도체를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전자현미경(SEM, TEM)도 반도체 분석 장비 중 하나다.
궁극적으로 분석을 통한 핵심 난제나 불량 mechanism 규명을 위해 정확한 기준으로 분석을 진행한다.
아버지와 술 한잔 기울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
아버지가 지금의 내 나이에 있었던 일화 하나가 여운이 남는다.
회사 생활의 매너리즘을 느끼는 시기, 새벽 3시를 넘은 시각 찾아간 가락시장의 경매 현장.
예상과 전혀 다른 모습을 마주했다.
그곳에서 에너지와 활력은 넘쳤고, 특히 사람들은 피곤에 쩔은 모습이 아니라 되려 열정과 땀으로 빛이 났고 그 모습은 몇십 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고.
그날 이후로 각성이 필요해 몇 번 더 찾아갔다고 했다.
문득 든 생각.
인생은 절대적이며 지극히 상대적이다.
세상 어느 누구에게 주어진 24시간은 동일하게 통용된다.
나의 24시간은 절대적인가, 상대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