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누보 Aug 23. 2022

프로젝트의 일상화

엔지니어의 기초

어릴 적 CSI를 보며 나중에 나도 멋지게 사건을 해결하는 과학수사대의 모습을 그려보곤 했다.


한주를 마무리하는 일요일 저녁은 짜릿함과 흥분으로 가득 차 다음 날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CSI 사건 이야기할 생각으로 잠들곤 했다.




회사에 입사하고 신입사원 시절, OJT를 마치고 첫 프로젝트가 주어졌다. NAND Flash의 Tunnel Oxide 특성 평가 방안을 개선하는 내용이었다. 보다 정확하게, 재현성 있도록.


과제 리더인 책임님과 함께 6개월 동안 첫 연구 과제를 수행했다. Incidence angle 변화를 통한 개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민했고 실행했다.


주요 변화 인자에 맞춰서 반응 결과 또한 변화하고 원하는 Target 값을 도출하였다.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최적 결과의 재현성을 반복 확인하고 최종적으로 우리만의 결과가 아닌 다양한 팀의 피드백으로 마무리하였다.


수년의 시간은 흘러,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였고 현재도 프로젝트 리더로서 진행 중이다.




프로젝트의 일상화

학창 시절에는 프로젝트의 중요성보다 과제 및 시험의 중요성이 더 컸고 자연스럽게 학점으로 연결되었다. 회사는 아니었다.


반도체 회사에 입사 후 하고 싶은 일과 예상했던 일들은 실제 회사 속 마주한 현실과 간극이었다.


루틴 한 업무보다 주어진 프로젝트를 보다 완벽하고 그 이상의 성과로 창출할 때 갖는 의미가 더 컸다. 대내적 뿐만 아니라 학회 발표나 논문 등 대외적으로 표출하는 의미도 있었다.



제조업은 궁극적으로 제품을 만들고 판매해 이익을 창출한다. 반도체 회사는 그 매개체가 ‘반도체’이며 전체 과정 속 연구/개발/양산 등 위치가 다소 다를 뿐이다. 직군 속 세부 직무는 동일한 경우가 많다.


간극을 줄이기 위해 ‘프로젝트의 일상화’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본인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어필할 수 있다. 단순히 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본인이 세운 목표를 주도적, 능동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결과의 성공과 실패는 중요하지 않다.

처음과 끝, 전체의 과정을 온전히 경험하고 완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멘토링을 하며 다양한 스토리를 마주한다. 그중 각인되고 조금은 특별하게 느껴진 경우의 대부분은 자기 주도하에 경험을 이끌었다.


 음식점 아르바이트를 단순히 맹목적으로 용돈 벌이를 위해 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우선 가게에서 판매하는 음식을 분석(자사 분석)하고 가게 주변의 상권을 분석(타사 분석, 환경 분석)하고 시간대별 손님을 파악(타깃 구체화)하여 이에 맞는 프로모션이나 마케팅을 펼쳤다. 그 결과 가게 매출 상승뿐만 아니라 사장님에게 인정받아 알바생임에도 불구하고 인센티브도 받았다.


인턴 후배도 그러했다.


주어진 레퍼토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본인만의 스타일로 새로운 것을 창출하기 위해 부딪히고 모르는 것은 선배의 도움을 받고. 이를 수없이 반복하며 자연스럽게 체득하고. 특히 기존의 타성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시도하여 그 결과를 보는 것만으로도 본인에게 큰 도움이고 이를 지켜보는 입장 또한 새로운 배움이었다.


결국 처음과 끝이 있는 하나의 프로젝트였고 그들은 정량적으로 성공적인 결과를 이뤄냈다.



자신에게 주어졌던 일 중 가장 어려웠던 경험은 무엇이었습니까? 그 일을 하게 된 이유와 그때 느꼈던 감정, 진행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과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했던 행동과 생각, 결과에 대해 최대한 구체적으로 작성해 주십시오.



<허상에서 실상으로>


생애 첫 태국 배낭여행 중 접한 '팟타이'

언젠가 팟타이 장사를 할 것이라는 다짐까지 할 정도로 그 맛에 완전히 매료되었습니다. 결국은 이뤄냈습니다.

여행 후 몇 년이 흐른 어느 날, 친한 친구와 회포를 풀던 중 '팟타이'가 나왔고 이 친구 또한 저와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그날로 웹상에 카페를 만들어 자료를 하나둘씩 수집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어떠한 형태로 장사를 할 것인지 고민을 하였고, 음식장사의 가장 중요함은 ‘맛’과 ‘현지화’라 생각하여 팟타이를 파는 음식점을 섭렵하였고 그러던 도중 귀인을 만나 재료 구하는 것의 수고로움을 덜 수 있었습니다.


끊임없이 만들어 먹어본 끝에 ‘우리만의 특별한 레시피’를 만들었습니다. 그 후에도 콘셉트와 재료, 가격, 상품용기, 디자인, 유니폼 등 끊임없는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학업과 병행하며 장사 준비를 하는 것은 쉽지 않았고 밤낮을 새워가며 잠과의 싸움을 이어나갔습니다. 낮에는 학교 공부를 하고 밤에는 친구와 만나 장사에 대한 준비를 하는 3개월의 시간은 하루하루가 고됨의 연속이었습니다. 하나 마음먹은 것에 있어서 최선을 다해 이루려고 하는 성격, 그리고 친구와 함께하기로한 약속 때문에 이를 악물고 버텼습니다. 실행을 하였고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맛에 대해 수많은 찬사가 끊이지 않았고 고객의 행복을 눈앞에서 보았습니다. 그동안의 노력, 시간은 그 어떤 걸로도 대신할 수 없는 값진 가치가 되었습니다. 특히나 장사를 통해서 돈의 가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였고 진정한 일의 보람과 성취감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사람은 진실된 새로운 경험을 통해 성장하며 그 중심은 사람과의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경험을 통해 이와 부합하는 제 자신을 보았고 한 걸음 더 성장하였습니다.


- 나의 SK하이닉스 자소서 항목 중 일부 내용 발췌




지난봄, 우연히 들른 서점에서 100번째 명탐정 코난 단행본을 보았다. 잠시나마 느껴진 반가움과 자연스럽게 떠오른 문장 하나.


“真実は いつも一つ!” (진실은 언제나 하나!)


‘어쩌면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꽤나 오랜 시간 동안 진실을 찾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코난은 신이치로 돌아갈 수 있을까.

나의 인생은 성장 중인 것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