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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롱블랙에서 여준영 대표의 인터뷰가 큰 화제가 되었다. 지인들의 인스타 스토리에 각종 캡처 글이 올라온걸 보니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일깨워줬으리라 짐작된다. 나 또한 그 글을 흥미롭게 읽었는데, 우리 대표님이 기획자인 나를 앉혀다 놓고 잔소리를 듣는 듯 뼈 맞은 기분이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여대표의 꿰뚫는 인사이트와 직설적으로 확고한 신념을 표현한 내용을 통해 사업과 성공적인 브랜드를 운영하는 베테랑의 경영 철학을 배울 수 있어서 많은 귀감이 되었다.
여준영 대표에게 어떻게 그리 다양한 사업체를 운영할 수 있느냐고 물었을 때 그가 웬 파이프와 밸브들이 결합된 사진을 보여주며 말했다. 기업이 가지고 있는 중심축만(파이프) 튼튼하게 잘 갖추고 있다면, 새로운 사업(밸브 유닛)을 펼칠 때 그리 큰 리스크가 아니라는 것이다. 모기업체가 브랜드와 제품을 알리는 방법을 이미 잘 알고 있으니 신사업으로 대상이 달라져도 그 본질은 변함이 없는 것이다.
회사 농심이 대체육 사업을 시작한다고 한다. 라면 만드는 회사가 갑자기 웬 대체육인가 싶겠지만, 여준영 대표가 말하는 위 철학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 사례로 들고 와 보았다. 라면 회사가 대체육을 하는 이유는 우선 라면 안에 들어가는 스프의 고기 또한 식물성 원료로 만든 대체육의 한 종류로, 수십 년 전부터 이미 관련 제품을 개발해 온 내공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라면이 이 세상에 처음 나올 때도 그러했듯 대체육이 부족한 현재의 식량위기를 구해 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먹고살기 힘들었던 전쟁 직후 쌀을 대신하여 대체식품인 라면을 보급했던 농심의 기업 이념과 철학이 대체육으로까지 이어진 셈이다. 대체육이란 매출의 78%가 라면인 농심 입장에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꽤 고심한 분야였을 테다. 하지만 나는 농심의 새로운 이 도전이 전혀 무모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데, 그 이유인즉슨 아래와 같다.
1) 농심은 식품 개발 관련 수십 년의 내공과 제조기술을 충분히 갖추었고
2) 비슷한 식자재를 사이드로 개발해 본 이력이 있으며
3) 배고프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싸고 질 좋은 식량을 제공한다는 기업의 철학, 즉 코어 밸류가 굳건하기 때문이다.
즉 인프라가 완비되어 있으며, 그에 따른 R&D 리소스가 충분하며, 기업이 수십 년 이어 왔던 성공 공식이 증명된 이념에 부합하는 신사업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여러 분야를 관찰하며 신사업을 검토할 것이다. 그럴 때 농심의 사례를 한번 떠올려 보면 어떨까? 기업이 가지고 있는 에셋을 잘 활용하여 레버리지를 시킬 수 있는 것부터 차근히 검토해 보는 것이다. 신성장동력은 먼데 있는 것이 아닌, 내가 가장 잘하고 있는 분야로부터 시작일 수 있다. 그 작은 걸음이 모여 기업의 강력한 동력을 만들어 낼 수도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