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하지 Jun 27. 2023

보노보노가 장래희망입니다

물 만난 물고기 되기 프로젝트 10

  배영도 조금씩 레벨업을 하고 있다.


  전에는 킥판을 배에 올려두고 발차기를 하다가, 이제는 킥판 끝을 손으로 잡고 그 손을 허벅지로 뻗어 발차기를 하고 있다.

  포인트는 내 힘으로 엉덩이를 물에 띄우는 데 있다.     


  혼자서 유아풀에서 배영 발차기를 연습할 때는 모든 것이 여유롭고 물에 떠있는 그 순간 자체가 평화로움인데,

  강습시간에 다른 수강생과 함께 같은 레인에서 발차기를 하면 속도가 많이 느리다 보니 빨리 가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자꾸 어깨와 목이 경직된다.     


  강습시간 내내 굳은 채로 발차기를 하다 보니, 수업이 끝나고 유아풀에서 혼자 연습을 할 때도 강습시간에 굳게 굳어버린 몸을 풀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하지만 배영 자체는 정말 좋다.

  물을 침대 삼아서 누워있는 기분이란.. 괜히 몰랑몰랑하고 아득한 게 정말 다른 세상에 있는 느낌이다.

  우주를 떠다닌다면 이런 느낌일까? 아니, 물고기들은 항상 이 기분 속에서 평생을 영위한다고? 싶은 생각들이 들다가도, 또 너무 쉽게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 순간을 마주하기도 한다.


  원래도 보노보노를 좋아했지만, 진심으로 보노보노의 생활을 부러워하게 됐다.

  금방 프로(?) 보노보노가 돼주겠어!



  사실 어제는 이상하게 몸에 힘이 잘 안 들어가는 날이었다.

  컨디션이 최악이어서 레인 끝에 도착할 때마다 멈춰 서서 숨을 고르며 오래 쉬었다.

  걸음걸음이 무겁고 관절에 힘을 제대로 안 주면 팍 풀려버릴 것 같은 느낌이 내내 들었다.

  이렇게 컨디션이 안 좋았던 날은 또 처음이어서, 그래도 빠지지 않고 수영장에 나와서 찔끔씩이라도 수영을 한 내가 대견했다.

  하지만 다음에는 짤 없이 집에 가야지, 내가 제일 소중하니까...               




  자유형은 아직도 해도 해도 모르겠다.

  어떤 날에는 감을 확실히 잡았구나 싶게 물을 쏜살같이 가르면서 앞으로 치고 나가고,

  어떤 날에는 언제 그랬냐 싶게 물도 계속 먹고 호흡도 부족하고 발차기도 이상하다.


  언제쯤 제대로 잃지 않는 감으로 기복 없이 수영할 수 있게 되는 것일까.


  그래도 조급한 마음은 아닌 것이 나와 함께 5월달에 함께 시작한 ‘5월 뉴비’들 중에는 그나마 내가 제일 진도가 빠르다는 것이다.


  운동을 좋아하는 나의 개인적 흥미도도 있거니와, 초등학교 때 육상선수를 했던 짬바와 근육이 잘 붙는 몸인 것도 한몫을 하는 것 같다.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큰 이유는 월경컵이다.

  월경컵에 관련해서는 아예 한 게시글을 쓰려고 계획 중이다. 기대해도 좋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