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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지 Jun 21. 2023

몸이 물을 가르는 감각

물 만난 물고기 되기 프로젝트9

  이제 자유형이 뭔지 대충 알 것 같다.


  지난 게시글에서 너무 무섭다고 했는데, 다행히 그 무서움은 물을 가르는 재미가 이겨버렸다.


  왼손으로 물을 잡아 뒤로 날리고 오른손에 바통터치,

  오른손이 내려가는 동시에 고개를 돌려 숨 들이쉬기,

  숨이 들어옴과 동시에 고개를 물에 훽 박으면서 오른손 돌아오기,

  다시 왼손에 바통터치.


  그 안에 손으로 물을 잡는 감각과 몸이 물을 가르는 감각, 그리고 특유의 리듬이 존재한다.


  내 생각에 자유형을 할 때 중요한 지점은,

  숨을 들이쉴 때 왼팔에 얼굴을 잘 다 붙이면서 왼손을 앞으로 쭉!!! 쭈욱!! 뻗어 앞으로 가려고 하는 점에 있는 것 같고,

  그다음은 숨을 들이쉰 고개와 오른팔이 훽 돌아오는 타이밍을 잘 느끼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이 두 가지를 자각하면서 하려고 노력하니까 뭔가 앞으로 쑥쑥 나가는 느낌이다. 바닥의 타일이 빠르게 내 앞을 지나간다.


  자유형 발차기는 아직도 많이 부족한 느낌이지만, 나의 팔.. 힘이... 발차기를 대신해주고 있다.ㅎ

  그래도 어디 하나라도 힘이 짱짱하니 이 얼마나 다행인가.

  속도가 붙으니까 확실히 재미있다. 무섭지 않은 것은 전혀 아닌데, 확실히 상쇄되고 있다.




  이렇게 내가 자유형의 감을 이제 막 잡아가고 있는데 강사님이 또 나를 붙잡아 유아풀로 소환시키더니,

  갑자기 킥판을 배에 붙이고 보노보노처럼 유아풀에 나를 띄우고는 내 종아리를 물 밖으로 내놓으셨다.

  진짜 인간 보노보노처럼 유아풀의 천장만 보면서 편히 주무시면 된다고 하셨다.


  편. 히.  주. 무. 시. 면. 된다고요?

  하나도 안 편한데요?

  그렇게 종아리만 차가운 수영장 바닥에 붙은 채 유아풀에 떠있는데, 자꾸 어깨와 목 뒤쪽에 힘이 들어가고 뻐근했다.

  점점 힘을 빼려고 노력했지만 잘 되지 않았고, 계속 힘을 빼는 연습을 할 때쯤 강사님이 돌아오시더니 배영 착지법을 알려주셨다.


  하, 나는 왜 쓸데없이 키가 큰 것인가. 아니 상체가 긴 건가.

  유아풀에서 배영 착지법을 연습하니까 자꾸 꼬리뼈가 바닥에 닿았다..

  물에 둥둥 떠있다가 턱을 쇄골에 붙이며 고꾸라지면서 배영 착지 연습을 할 때마다 유아풀 바닥에 튕겨 통통 튀는 나를 본 강사님은,

  나를 유아풀 말고 기존 레인 가장 끝에서 배영 착지 연습을 하게 하셨다.


  '하 민폐 싫어요..' 하면서 연습을 하니, 그래도 확실히 유아풀 보다 여유가 있어서 착지를 하는 느낌이 들기는 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이 모든 것은 수업이 끝나기 10분 전에 일어났다.




  그리고 그다음 강습시간.

  제발 강사님이 내가 배영 착지를 배운 걸 까먹으셔라 까먹으셔라 빌었지만,

  안타깝게도 강사님은 건망증이 있기엔 꽤나 젊어 보이셨기에 나는 조금 슬펐다.


  그렇게 또또 수업이 끝나기 10분 전, 아니 15분 전인가에 배영 발차기를 알려주시고 무작정 레인에 나를 띄우셨다.........

  킥판을 처음 때고 자유형을 했을 때만큼이나 무서울 뻔했으나!

  나에게는 아직 킥판이라는 구원이 나의 배에 올려져 있었다.

  킥판 하나에 나의 온몸을 맡긴 채로 민폐를 끼치기 싫어서 열심히 발차기를 했다.


  하, 역시 나는 보노보노 체질인가.

  유아풀에 덩그러니 혼자 남아 천장을 바라볼 때도 어쩐지 밀려오는 평화로움에 맘이 편해졌는데,

  레인을 갈 때도 자유형 보다 훨씬 맘이 편해지는 것을 느꼈다.


  다음 강습시간에도 배영 발차기를 시키시겠지..?

  아직 자유형도 마스터 못했는데.. 원래 수영 강습의 메커니즘은, 알 듯~할 때 다음 영법으로 넘어가는 것이 국룰인 것인가요......

  나는 하나 제대로 마스터하고 넘어가고 싶다고요..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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