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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지 Jun 12. 2023

수영 간다.. 힛

물 만난 물고기 되기 프로젝트7

 지난주 연휴를 끼고 초급반 강사님이 휴가를 가셨다.


 그래서 상급반 강사님께서 하루동안 초보반을 가르쳐주셨다. 중요한 건 상급반 강사님은 엄청난 스파르타형 강사님이셨다...

 그 쌤의 강습 스타일을 은연중에 알고는 있었지만, 진짜 스파르타 쌤의 수업을 듣게 되니까 초보반 강사님이 얼마나 우리에게 맞는 강사님이셨는지 뼈저리게 깨달았다.


 스파르타 쌤은 지각을 하시더니 스트레칭이 끝나고 상급반에게 어떤 영법을 몇 바퀴 돌아라 시키시고는 초보반에 와서 각자의 진도를 물으셨다.

 나는 당당하게 "지난 수업에 처음으로 자유형 호흡 배웠어요."이라고 말했는데,

 다른 수강생들의 진도를 쭉 듣더니 나보다 더 당당하게 바로 자유형 호흡을 하면서 팔 돌리기를 하는 걸 알려주겠다고 하셨다.

 실화..?


 그리고는 당장 전 수업에서 배운 호흡에 바로 업그레이드해서 팔을 돌리며 호흡을 했다.

 왼손 차렷하고 호흡만 하는 것보다야 팔을 같이 돌리는 게 속도가 나서 민폐를 덜 끼지는 느낌이라서 좋았지만,

 당황스러움은 감출 길이 없었다.


 지난 수업에 귀에 물이 자꾸 들어가서 귀 때문에 다른 게 집중이 한 개도 안 됐다.

 그걸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수업 전 귀마개를 사갔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됐다!

 확실히 귀마개를 쓰니까 오로지 몸을 굴리는 데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바닥의 타일이 눈앞을 슝슝 지나가는 게 진짜 재밌고 성취감이 솟아오른다!


 근데 아직 호흡이 안정화가 안되니까 물을 먹는다. 입으로도 코로도..

 분명 음파음파 팔 돌리기만 할 때는 물을 전혀 들이키지 않았는데!

 자유형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는 물을 아주 꿀꺽꿀꺽 마시게 된다..

 고개를 돌리는 타이밍, 숨을 들이쉬는 타이밍이 자꾸 엇박으로 들어가니까 쉽게 물을 먹게 된다.

 하씨, 수영장 물맛 진짜 별론데..ㅠ



 살짝 언급했지만, 스파르타 쌤의 강습법은 "무슨 영법으로 몇 바퀴 돌게요"였다.

 상급반과 초보반을 동시에 가리키기 위한 술수였겠지만, 초보반 수강생들의 표정은 회를 거듭할수록 빠르게 어두워졌다.

 거의 마지막쯤에는 내가 처음 표정들을 한 사람들이 눈앞에 있었다.

 영혼이 탈곡된 사람들의 얼빠진 표정.


 그래도 보통 수업 후에 나 말고도 같이 연습을 하다 가는 사람들이 몇 명은 있었는데, 그날은 바로, 모두가, 순식간에, 약속이라도 한 듯, 샤워실로 향했다.

 정말.. 처음 보는 기이한 현상이었다.



 그러고 나서 초보반 강사님이 돌아오셨다.

 한결 편안해진 얼굴의 수강생들이 눈에 띄었다. 이렇게나 평온할 수가..

 다시 평소의 루틴으로 돌아온 수강생들의 표정에 괜히 나도 마음이 안정됐다.

 역시 초보반은 초보에 맞는 강사님이 필요해..ㅎ





 확실히 수영은 너무 재밌다.

 내가 해본 몇 개 안 되는 운동들 중에 수영은 진짜 No.1이다.

 땀도 안 나고, 물을 가르는 것은 바람을 가르는 것과는 또 다른 재미이다.

 내가 물을 이렇게 좋아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어제는 자기 전에 침대에 누워서 이런 말을 내뱉었다.


 "내일 수영 간다.. 힛"


 정말 육성으로 '힛'이라고 했다. 어이가 없어서..

 그만큼 진심으로 수영이 가고 싶었나 보다.

 이렇게 내일이 기다려졌던 적이, 대학교 졸업 후에 있었나..?

 역시 새로운 걸 배우는 것은 늘 짜릿한 즐거움이고,

 멈추지 않고 이런 호기심과 열정이 생기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


 이따 수영 간다.. 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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