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하지 Jun 05. 2023

쫓기는 거 너무 싫어요

물 만난 물고기 되기 프로젝트6

 나는 마음에 준비가 안 됐는데 자꾸 진도가 나간다.

 이게 맞나..


 양팔 돌리기를 나가고 바로 다음 수업시간인데(물론 연휴와 휴장으로 일주일의 시간이 지났지만)

 강사님이 레인을 출발하려는 나의 손목을 낚아채 왕초보2 옆에 세우더니, 다짜고짜 수영의 모든 과정을 통틀어서 가장 어려운 걸 배울 거라고.. 겁을 주시며 운을 떼셨다.


 자유형 호흡이었다.

 귀에는 물이 자꾸 들어가고 어깨는 미심쩍어하며 꺾어는 보는데..

 하, 쉽지가 않다.


 벽을 잡고 하는 것도 이게 맞나, 이게 맞나를 한참 생각하면서 음파음파했는데

 강사님이 갑자기 이리 오라며 손짓하더니 또 다짜고짜 한 손으로 킥판을 잡고 발차기를 계속하라고 하셨다.


 아니, 이게 진짜 맞아요?!

 더구나 오른손만 킥판을 잡고 왼손은 차렷을 하고 있으라신다..

 발차기를 하니까 나가긴 하는데.. 속도가 진짜 엄청 느려졌다.

 내 앞으로는 광활한 빈레인이, 내 뒤로는 빽빽한 교통정체가 보였다.


 하, 민폐 끼치는 거 너무 싫어요.. 쫓기는 거 너무 싫어요... 내가 쪼렙인 거 너무 싫어요...


 또 수업 막바지에 진도가 나간 거라 수업이 끝나고 유아풀에서 연습을 하는데..

 역시나 속도가 거북이다 거북이. 거북거북..


 원래 오늘은 수업이 있어야 하는 월요일인데, 이놈의 수영장은 왜 이렇게 휴일이 많은지 여기서 일하는 강사가 부러울 정도이다.

 설립기념일이라고 또! 또!! 쉰다고 휴장이란다..

 나 수영 언제 늘어..

 그만 휴장하라고!!


 이번 자유형 호흡은 진짜 혼자만의 연습이 너무나 필요한 과정인 거 같은데 자유수영도 없고 그냥 휴장이면 어떡하냐고요!

 안 쫓기고 혼자 연습하고 싶다고요!!





 나 나름대로 수영친구라고 생각하는 수친이 있다.

 나와 함께 왕초보의 길을 시작한 사람들인데, 위에 왕초보2라고 불리는 친구가 수업도 자주 나오고 나이대도 비슷한 거 같아서 괜히 말을 걸게 된다.


 여튼 수친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우선 같은 진도를 나가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크다.

 음파음파 발차기부터 지금의 자유형 호흡까지 혼자가 아니라 같이 할 사람이 있다는 게 마음이 한결 편안하다.

 더구나 거울이 없는 수영장에서 나의 상태를 거리낌 없이 물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정말 좋다.


 그게 나만의 생각이 아닌 것 같은 것이, 왕초보2와 왕초보3(어머니신데 엄청 살가우시다!)이 나에게 뭘 물어보기 시작했다.


 - 팔 돌리기가 왜 이렇게 빡빡한 거야?

 "아 그게! 앞쪽 근육이 짧아서 그래요~ 벽에다가 팔 대고 늘려주면서 허공에서 팔 돌리기 하면 좀 괜찮아져요!"

 - 너무 오랜만에 팔 돌리는 거라 헷갈리는데 팔 돌아올 때 방향이 어떻게 됐죠?

 "나도 돌려봐야 아는데.. 잠깐잠깐! (팔을 돌려본다) 이렇게 검지가 먼저 물에 닿아야 하는 거 같은데? 근데 이런 건 강사님한테 여쭤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냥 내가 하는 거, 내가 맞는 거 같은 걸 알려줬는데.. 나도 왕초보라 내가 알려줘도 되나 싶다.

 그래도 뭐, 이렇게 묻고 대답해 줄 수 있는 관계가 있다는 게 정말 다행이다.

 나도 내 자세 같은 걸 물어보곤 하니, 내 수영 자세에 대한 확신이 생기는 것 같다.


 이제 2달차가 됐는데 3달차가 됐을 때 왕초보2에게 치맥 하자고 물어볼 꺼다...

 지금은 낯을 가리니까... 아직 안되고..ㅎ

 나중에 수친과의 치맥 후기도.. 올려야지..ㅎ


 그때는 자유형을 좀 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이전 05화 취미에도 근면한 대한민국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