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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지 Jun 14. 2023

무서움의 벽

물 만난 물고기 되기 프로젝트8

 너무 무섭다.

 내가 물을 무서워했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월요일에 처음으로 킥판을 뗐다.

 수업 중간에 내 킥판을 치우려고 하는 걸, 내가 손에 힘을 꽉 주고 잡아서 오늘은 넘어가나 했는데..

 기어코 강사님은 수업 끝나기 10분 전에 나를 잡아 세우고는 킥판을 떼고 손을 돌리는 법을 알려주셨다.


 손에서 킥판이 사라지니까 너무 너무 너무 무서웠다.

 어미를 잃은 강아지처럼 분리불안이 생기는 것 같고, 정말 손이 발발 떨렸다.

 강사님께 너무 무섭다고 유아풀에 가서 하면 안 되냐고 물어봤는데

 킥판 잡고 자유형 호흡하는 사람은 떼고도 잘만 한다고 말씀하셨지만..

 내 기분은 전혀 그게 아니었다.


 킥판 없이 맨 몸뚱이로 물에 던져진 느낌.

 오롯이 나의 손등에만 의존한 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게..

 갑자기 혼자 남은 것만 같아서 어쩐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무서워서 긴장을 하니까 숨은 얕아지고 짧아지고 몸도 경직됐다.

 킥판 잡고 자유형 호흡을 하며 팔을 돌릴 때는 어느 정도 자유형에 대한 감을 잡아가고 있는데,

 지금은 다시 말짱 도루묵이 되어버린 기분이다.


 분명 물을 떠다니는 것이 재미가 있었는데, 다시 물이 무서워졌다.

 이대로 계속 있다가는 큰일이 날 것만 같아서 어제 자의로 두 번째 자유수영을 나갔다.


 어떻게 좋아하게 된 물인데..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긴 싫었다.

 이미 알아버린 물의 재미는 내가 만든 무서움의 벽을 스스로 깨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자유수영에서는 쫓기듯이 할 필요가 없었고

 내가 쉬고 싶을 때 쉬고 싶은 만큼 맘껏 쉴 수 있었다.

 이대로 물과 멀어질 수는 없었기에 내가 물을 향해 손을 뻗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큰 용기이고 물을 향한 짝사랑을 시작하는 기분이라 기분이 묘해졌다.


 강습에서는 맘대로 멈출 수 없으니까 물에서 서툴게 물과 맘을 맞추려고 노력했는데..

 아직은 잘 모르겠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까 진짜 짝사랑 같아서 더 열심히 하고 싶어졌다.

 짝사랑을 해본 지가 정말 언젠지..ㅎ

 후회 없이 찐하게 해 보련다, 짝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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