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을 거닐다 Apr 19. 2020

여행은 계속된다

0. 에필로그

프롤로그에서 밝혔듯이 이 여행 이후 내 삶은 많이 변했다. 겉으로는 비슷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삶을 바라보는 태도와 관점이 한결 여유로워지고 폭넓어졌다고나 할까. 이유는 이 여행의 시간을 통해 내 삶의 가치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했고, 나에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가치는 포기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이 세상 모든 좋은 가치를 내 손에 움켜쥐려고 했다. 머리로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지만 마음으로 따르지 못했다. 번민이 뒤따랐고 삶의 방향을 곧잘 잃기도 했다. 당시 여행을 시작할 때가 만으로 33살이었다. 그때 소망은 마흔 이후의 삶은 더 이상 삶의 방향을 찾아 헤매지 않는 것이었고, 그러기 위해 한번 멈춰 서서 내 삶을 정리해보고 싶었다. 어딘가 메모에 중년을 잘 준비하고 싶다고 써 놓았었다.


이제는 마흔이 넘었다. 여전히 뚜렷한 삶의 방향이나 목적은 없다. 때로는 좌충우돌하며 번민하기도 하고, 이때가 되면 끝날 줄 알았던 진로 고민을 아직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제는 괴로운 고민이나 막연한 불안감이 아니라 희망 섞인 구상과 설렘이 교차하는 구체적인 고민이다. 거창한 삶의 목적이 없어도 이제는 크게 불안하지 않으며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추구하는 가치와 선호에 따라 충실히 길을 걷다 보면 그 길이 이어져 내 삶의 목적지에 다다르게 될 것이란 믿음이 있다. 무엇이 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그저 머리로 되뇌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수용하게 되니 조급함이 사라졌다.


여러 가지 요인들이 영향을 미쳤겠지만 이 여행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래서 언젠가 한 번은 꼭 정리를 해 두고 싶었다. 마음의 숙제였는데 이렇게 기록을 정리하게 되니 미뤄둔 숙제를 끝마친 듯이 후련하다. 스스로도 마음이 불안해지고 요동치려 할 때, 삶의 갈피를 잡지 못할 때, 욕심으로 조급해질 때 다시 꺼내어 읽으며 음미하고 되짚고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이야기는 여행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삶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방황하다 떠난 장기여행에서 얻은 지혜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리고 그렇게 살아가려 하는 한 개인의 여행 꾸러미이기도 하다. 읽는 분들에게 여행을 떠나라고 권유하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살라고 설파하려는 것도 아니다. 그저 '이런 삶도 있다', '어떤 삶을 살아도 당신으로서 살아가는 것이 괜찮다'라고 말하고 싶다. 여행길이 여러 갈래이듯 삶의 경로도 다양하다. 한 개인이 경험하고 느낀 점을 정리한 이야기이지만, 읽는 분들이 공감해준다면 감사하고 기쁠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읽는 분들도 자신만의 삶의 여행 꾸러미를 만들어 나가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글을 마치며 다시 여행을 떠날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 이번에는 어디로 가냐고요? 어디긴 어디겠습니까?


제 삶으로의 여행이죠.^^

이전 24화 오늘이 생애 첫날인 것처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