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ssian Mar 03. 2017

은빛 시베리안 허스키 XXV

허스키를 기른다는 것(상)  - 의식주 편


 지금까지 제노 이야기를 통해 시베리안 허스키라는 견종을 소개하고 알리는 과정을 가졌다. 이 연재의 가장 큰 목적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허스키라는 견종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오해나 선입견을 풀고 조금이라도 이 매력적인 견종에 대해 흥미를 느끼게 하기 위함이었으며, 나아가 제노가 반려견으로서 살아가는 순간들이 단지 가족인 우리뿐이 아니라 보다 많은 이들의 뇌리에 오래 남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내용들을 돌아보니 조금이라도 더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달하려는 마음에 늘 강조하던 내용만 다시 반복하여 강조해왔고, 결국 '시베리안 허스키' 자체에 대한 정보 전달 면에서는 다소 부실했다는 자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 화부터 세 차례에 걸쳐 도시에서, 그리고 실내에서 시베리안 허스키와 함께 살아가는 삶에 대해 하나부터 열까지 조금 더 현실적이고, 생생한 이야기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볼 예정이다. 시베리안 허스키를 기르기 위한 매우 간략하고 현실적인 팁이라고 봐주시면 감사하겠다.


한참 지났지만 메리 크리스마스!





- 들어가는 말


 지금으로부터 약 2년 하고도 3개월 전, 어린 제노의 모습에 홀딱 반한 우리는 녀석을 가족으로 맞이하기로 결심했다. 모든 것이 순식간에 일어났다. 원래 반려견을 기르려던 계획은 없었지만 기왕 시작할 거면 미리 제대로 공부하고 준비한 다음 제노를 데려오겠다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막상 공부를 시작하려다 보니 시베리안 허스키라는 종에 대한 제대로 정리된 형태의 정보나 책을 구하기가 어려웠다. 물론 애견카페나 블로그 등에서 조각조각의 정보를 모아 합산할 수도 있었겠지만 웹서핑만으로 토종 견종도 아닌 녀석들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가 과연 얼마나 가능할지 의문이 들었다. 우선 국내에는 시베리안 허스키라는 견종을 다루고 있는 서적이 아예 없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있었지만 이미 '절판'된 뒤였다(그 이후에 신간이 출간되었는지는 모르는 일이다).


 그래서 뒤져본 것이 미국의 아마존 북스토어였고, 제노가 오기 전날 밤까지 약 일주일간 작은 휴대폰 화면으로 킨들 앱을 넘겨가며 시베리안 허스키에 대해 전문적으로 다룬 서적 6권을 독파했다. 당시 독서에 완전히 질려 책을 등한시하던 내가 1년간 읽은 책과 맞먹는 양이었다. 곧 강아지의 아빠가 된다는 책임감이었을까? 당시엔 그저 개의 주인이 되는 것일 뿐 무슨 '아빠'냐는 마음이었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 순간부터 나 자신을 제노의 아빠라고 자칭하고 있었다. 이렇게 다들 반려견을 반려 가족으로 받아들여가는구나, 싶었다.


가장 큰 도움을 받은 책


앞부분은 한 번쯤 읽어볼 만 하지만 중반부부터는 다른 견종들과 이야기가 상당부분 겹친다.


 당시 읽은 가장 유명한 여섯 권 중 추천하고 싶은 두 권은 Lorie Long이 집필한 'The Siberian Husky'와 Kathleen Kanzler의 'A New owner's guide to Siberian Huskies'이며, 혹시 허스키를 가족으로 맞이할 계획이 있어 보다 깊은 공부와 이해를 필요로 하는 분이라면 꼭 읽어보시기를 추천하는 바이다. 물론 개체적인 차이가 워낙 크기에 이와 같은 개론서들을 읽는 건 마치 한국인을 만나기 전에 '일반적인 한국인'이라는 제목의 소개 책자를 읽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읽고 안 읽고 여부는 허스키를 겪으면서 생기는 의문들과 의아함들이 얼마나 빨리 해소되느냐에 분명한 차이를 불러온다.


 가끔 받는 질문들을 보면 아직 어떤 사료가 가장 적당한 것인지, 산책 때 녀석들이 왜 견주의 뒤를 잘 쫓아다니지 못하는지 모르는 분들도 많다. 물론 '우리 개는 내가 가장 잘 안다'라고 믿으며 기르는 것도 양육의 한 방법이겠지만, 그래도 녀석들의 역사와 본성, 핏줄에 내재된 습성을 이해하고자 하는 최소한의 노력이 병행된다면 견주도, 허스키도 서로 훨씬 스트레스가 적은 행복한 나날들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시베리안 허스키의 '의衣'생활 (입을 것)


 허스키는 한 마디로 털북숭이다. 영화 썰매개나 에이트 빌로우를 보신 분이라면 알겠지만 시베리안 허스키나 알래스칸 말라뮤트 같은 녀석들은 섭씨 영하 40~50도에서 눈밭을 파고 기어들어가 눈더미를 이불 삼아 덮고 숙면하는 무시무시한 녀석들이다. 아무리 추운 지역의 기후와 생활에 익숙해져 있고, 그 역사가 타고난 피에 흐르는 녀석들이라고는 해도 추위에 대한 허스키의 강인함과 적응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런 녀석들에게 대체 무슨 의생활이 있다는 것인지 의아할 분들이 많겠지만, 평생 입을 옷을 미리 장착하고 태어나는 녀석들에게 있어 몸에 붙어 있는 피모의 관리와 유지야말로 바로 궁극의 패션이자 의생활인 셈이다.


 

제노는 아니고, 제노의 절친이자 동생인 니클라스 (앞으로도 종종 등장할 예정입니다)


[피모의 구조]


 시베리안 허스키의 피모 구조는 기본적으로 2중이다. 빽빽하고 미세하게 곱실거리는 안쪽의 내측모와, 그 위로 살짝 길게 솟아있는 직모질의 외측모가 함께 자리를 잡고 있다. 내측모는 피부를 보호하고 추위를 막아주는 방한의 역할에 충실한 반면 외측모는 내측모에 눈이나 수분이 엉겨 얼어붙는 것을 방지하는, 일종의 실드 역할을 한다. 실제로 허스키는 봄, 여름 비 오는 날의 산책을 조심해야 하는데, 그 이유는 내측모가 빗물에 그대로 노출될 경우 수분을 완전히 머금고 배출하지 않게 되어 단기간에 저체온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랑비 이상의 우천 시에는 꼭 애견용 우비를 착용하는 편이 좋다.


 목욕 뒤에도 내측모의 깊은 곳까지 꾸준히, 완전하게 건조시켜야 저체온증이나 감기를 피할 수 있으며 또한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피부 질환도 예방할 수 있다. 피부가 두터운 털로 덮여있는 견종들은 특히나 피부가 민감하고 예민하다. 아기들 피부보다 두 배, 심하게는 세 배까지 민감하다고 생각하면 쉬울 것이다. 따라서 견주인 우리는 보다 각별하게 녀석들의 의생활(피모의 건강유지)에 신경을 쏟을 필요가 있다.


제노의 우비 - 털이 빽빽하다고 우비를 입히지 않고 방심하면 순식간에 온 사방팔방에 콧물을 뿌리고 재채기하고 돌아다니는 털뭉치가 탄생한다


[목욕]


 목욕은 직접 시키기도 하고 동물병원의 전문가에게 맡기기도 하는데, 아무래도 설비나 전문성의 차이가 있다 보니 직접 시킬 경우 목욕의 효과가 전문가에게 맡겼을 때에 비해 절반밖에 지속되지 않는 느낌이었다. 시베리안 허스키의 경우 가장 적합한 목욕의 빈도는 약 1개월에서 2개월이며, 제노처럼 야외 활동이 활발하고 많은 녀석일 경우 약 4~5주 간격이 적당하다.



[면도 및 관리]


 실내에서 허스키를 기르며 외출을 자주 할 경우 발바닥 사이의 털들이 많이 웃자라게 되어 산책을 다녀오면 발을 닦는 데 엄청난 시간을 소비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발바닥의 피부 건강이나 위생을 위해서라도 반려동물 전용 면도기를 꼭 하나 구비하여 약 열흘에서 2주에 한 차례씩 발바닥의 웃자란 털을 말끔하게 정리해주는 편이 좋다. (꼭! 동물 전용 면도기를 사용하자. 더 이상 안 쓰게 된 내 전기면도기를 사용해보려다가 엄청난 모량과 빽빽함에 2분 만에 면도기가 털을 더 이상 절삭하지 못하고 사망했다. 생생한 경험담이다.)


제노가 사용하는 면도기.. 절대 사람용은 쓰지 맙시다 면도기를 위해



[피모 영양 보조]


 모질에 큰 문제가 없다면 사료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나, 워낙 피모의 건강이 중요한 녀석들이다 보니 영양제도 간혹 챙겨주는 편이다. 사료 위에 뿌려주는 오메가 오일이나 생선류 간식 정도면 충분하며, 어느 정도 회복이나 충전이 필요하다면 마이부(마이뷰?) - mybeau 피모 영양제도 때때로 사료에 곁들여주면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미용]


 시베리안 허스키는 미용에 손이 가지 않는 견종으로 유명하다. 추운 지방에서 살면서 발달한 엄청난 모량과 모질로 인해 기본적으로 피부에 분비되는 유분이 거의 없으며, 그 결과 개 특유의 냄새가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건조한 피부를 유지한다. 따라서 허스키는 개 냄새가 가장 나지 않는 견종이며, 유분이 거의 분비되지 않기 때문에 사람에게 개 알레르기를 가장 적게 유발하는 견종으로도 알려져 있다. (물론 털 알레르기가 있는 분들은 제외) 허스키의 털은 많고 길어 보이지만 알래스칸 말라뮤트나 사모예드와 달리 기본적으로 단모종이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 웃자라는 모발이 없어 특별한 미용기술이나 미용 시술이 필요하지 않다. 주기적인 목욕과 필요할 경우 간단한 면도 정도만 병행해주면 항상 깔끔한 털 뭉치 같은 외모를 유지하는 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


[털갈이]


 털갈이의 경우 개체적인 차이가 상당해서, 계절이 바뀔 때마다 허스키 한 마리씩을 쏟아내는 녀석, 일 년에 한두 차례 허물을 벗는 녀석, 털갈이를 안 하는 것 같은데 일 년 내내 털이 날리는 녀석 등이 존재한다. 쉽게 말해 일괄적으로 이렇다 저렇 단정 지을 수 없는 부분이다. 제노의 경우 일 년에 털갈이를 딱 한 차례 하는데, 문제는 그 털갈이가 364일 동안 지속된. 하루에 두 차례, 세 차례 청소기를 돌리고 바닥 청소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시베리안 허스키의 '식食'생활 (먹을 것)


 허스키를 기르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 두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는 산책(운동)이고 다른 하나가  바로 식생활이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시베리안 허스키는 다른 견종들에 비해서 식생활, 즉 먹거리의 구성과 식사 습관이 매우 중요하다. 그 이유는 녀석들이 3천 년 넘는 세월 동안 생존해 온 역사와 유전적 기질에 있다.


 시베리아 벌판에서 굶주리던 녀석들이 밥 안 먹고 그냥 잔다. 요즘 시베리안 허스키들은... 쯧쯧


 시베리아 벌판에서 생존했던 유목민족인 추크치 족은 주로 수렵과 어획을 통해 생존 물자를 확보하던 민족이었다. 우리가 오늘날 시베리안 허스키라고 부르는 견종은 바로 이 추크치 족이 시베리아의 엄혹한 설한과 한파에 적합한 썰매견이자 사역견을 탄생시키기 위해 수십수백 대에 걸쳐 품종을 개량하고 개발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매 차례 태어나는 자견들 중 가장 뛰어나고 건강한 한 쌍만을 교배견으로 두고 나머지는 중성화를 통해 사역견으로 종사시키는 과정이 수천 년에 걸쳐 지속되었으니 허스키의 정체성과 역사가 얼마나 엄격한 기준 하에 세워져 왔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추크치 족이 허스키들에게 급여할 수 있는 가장 손쉽고 영양이 많은 음식은 바로 생선이었다. 따라서 시베리안 허스키의 소화기관, 피모, 영양적 균형은 어류의 섭취를 통한 식사에 가장 적합하게 적응, 발달, 진화해왔고 이는 오늘날의 허스키들에도 동일하게 녹아 있다.


[적합한 주 사료]


 반려견이 섭취하는 사료를 결정하기 전에 견주가 꼭 알아두어야 할 것은 자기 반려견의 식성 및 소화 기능의 특성이다. 시베리안 허스키의 경우 식단 조절이 매우 까다롭고 어려운 편에 속하며, 이는 종의 핏줄에 흐르는 역사는 물론 선천적으로 무척이나 예민한 소화기관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견주는 시베리안 허스키라는 견종이 기본적으로 이 매우 예민하고 소화 기능이 약한 편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지해 두어야 한다. 그런고로 허스키에게는 피해야 할 성분이나 음식류가 상당히 광범위한 편이다.


 우선적으로 사료를 선택할 때 곡물 원료가 들어가지 않은 동물성 원료를 베이스로 삼고 있는 사료인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사료들은 보통 상표에 그레인 프리(grain-free) 사료라는 사실을 크게 기입해두기 때문에 찾기 어렵지는 않다. 다시 언급하지만 추크치 족은 수렵과 어획을 주 생존수단으로 삼고 살아가던 부족이었고, 그들이 기른 견종인 시베리안 허스키의 소화기관은 곡물보다는 육류에 적합하게 발달, 진화하였다.


 육류 중에서도 돼지, 소 등의 육류 베이스로 한 사료보다는 닭이나 오리와 같은 가금류 베이스 사료가 허스키의 소화에 조금 더 수월하다고 한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시베리안 허스키에게 가장 좋은 것은 어육을 베이스로 한 사료이다. 사실 그레인 프리 + 어육 단백질 베이스로만 만들어진 사료는 그리 종류가 많지 않다. 성장을 최우선으로 삼는 자견 시절에는 육류 단백질 함량이 높은 사료를 먹여 영양 균형에 부족함이 없도록 하고, 성견이 된 후에는 식이 알레르기나 피부, 소화기관의 원활한 기능을 위해 어육 단백질 함량이 높은 사료를 먹이는 편이 좋다. 추후에 기회가 있다면 특별편 등의 구성을 통해 시중에 나온 제품들 중 실제로 제노가 섭취하는 상품이 어떤 것인지도 소개하는 기회를 가져보려 한다.


[적합한 보조 사료]


 기본적으로 시베리안 허스키를 위한 사료를 자견일 경우 - 곡류가 미포함된 고단백 사료, 성견일 경우 - 곡류가 미포함된 어육 단백 베이스 사료로 잘 선택하였다면 그다음 단계가 존재한다.


 시베리안 허스키의 경우 중형 혹은 중대형으로 분류되는 견종으로서 권투 체급으로 치자면 미들급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덩치 큰 개들 중에서는 가벼운 편이지만 그럼에도 허스키는 기본적으로 절대 중량이 20~25kg에 하며, 격렬한 운동이나 활동 시 관절들이 감당해야 할  하중이나 충격은 미미한 수준이 아니다. 따라서 관절을 보조해주는 사료를 일정 비율로 사료에 섞어 급여하면 보다 오랫동안 허스키들의 관절 건강 및 야외 활동을 순조롭게 지켜나갈 수 있다.


 이러한 관절 사료 역시 종류가 많지는 않으며, 급여하는 시기는 활동이 가장 활발해질 무렵인 생후 약 1년 정도부터가 적당하다. 자견 시절에 관절 보조 및 강화 사료를 급여할 경우 견종에 따라 관절이 웃자라거나 비대칭으로 골격이 형성된 부작용 사례도 보고된 바 있다. 따라서 관절 보조 사료의 종류나 견종, 급여량 등에 대해서는 성견이 될 때까지 견주가 자신의 반려견에 대해 충분히 숙지한 다음 결정하는 편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양 보조제 및 식품]


 굳이 먹이지 않아도 괜찮지만, 그래도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은 것이 견주와 부모의 마음이 아닐까.


 사료에 섞어서 먹여주면 좋을 법한 영양 보조제나 식품을 추천한다면 역시 시베리안 허스키의 아름다운 모질을 더욱 가꾸어 줄 피시 오일(오메가 연어 오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는 어육 베이스 주 사료에도 상당량이 포함되어 있을 성분인데, 털갈이 시즌이나 건강이 회복 중인 시기를 겪을 때마다 아무래도 모질이 푸석푸석하고 거칠어져 약간의 보조가 더 있었으면 하는 순간은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럴 때 사료에 몇 차례 뿌려서 급여하면 머지않아 털 위에 흐르는 윤기가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에이~ 설마 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경험상 진짜다. 덩치가 큰 개들은 한 두 끼 식사 메뉴가 바뀌는 것만으로도 그 차이가 외형에서 금방 드러난다.


 또 한 가지로는 유산균인데, 이 역시 좋은 사료를 급여한다면 충분히 포함되어 있을 성분이다. 다만 허스키처럼 소화력이 약하고 장이 예민하거나, 반려견의 변 상태가 단단하지 못하고 심하게 악취를 풍길 경우 유산균 파우더를 일주일에 한 두 차례 사료와 함께 급여하는 것으로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 다만 이렇게 급여하는 유산균 파우더는 다소 비싸더라도 전문 반려동물 의약품 생산업체에서 제조한 제품으로 구매하는 편이 좋다.


[간식]


 최대한 먹이지 않는 편이다. 몇 번을 강조하지만  외모만 놓고 보면  뭐든 잡아먹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시베리안 허스키는 장이 예민하고 소화력이 약하기로 유명한 견종이다. 유제품이 함유된 간식이나 개껌 등은 설사 유발 확률이 99.9%에 가까우므로 절대로 피해야 하며, 진짜 동물 뼈는 씹어 부수어 삼키다가 목에 걸리는 위험한 경우가 벌어질 수 있어 가까이 두고 지켜볼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추천하지 않는다.  


 경험을 통해 적어 내려가는 말이지만, 정말 자신의 허스키를 소중하게 여긴다면 일반적인 반려견 간식은 거의 전부를 끊는 편이 좋다. 쿠키, 저키류, 개껌, 뼈 등 거의 모든 종류의 간식을 급여해보았으나 그 이후 변 상태가 완벽히 정상이었던 적은 거의 없었다. 이는 제노뿐 아니라 주변에 알고 지내는 허스키 서너 마리에서도 동일하게 벌어진 증상이었으며, 위에 소개한 허스키 전문 서적에서도 여러 차례 강조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시베리안 허스키들이 무리 없이 소화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간식은 역시 생선류이다. 연어나 대구, 참치 살코기를 냉동 건조한 큐브 형태, 혹은 살코기가 생선 껍질에 돌돌 말린 형태의 간식은 허스키의 소화기에 무리를 일으키지 않는다. 때때로 염지하지 않은 커다란 멸치도 허스키의 간식으로는 제격이다. 물론 급여량은 한 차례에 두세 조각, 하루에 산책을 다녀온 후 두어 차례이며, 그 이상 급여할 경우 사료 섭취에 차질을 빚을 수 있으므로 간식 섭취는 가능한 한 최소한으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햇살아 제노오빠 간식 좀 그만 줘...


간식에 관하여 언젠가 수의사 친구가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반려견에게 가장 건강하고 좋은 간식을 챙겨주고 싶다면 품질 좋은 사료와 깨끗한 물을 늘 준비해 둬. 그리고 당장 모든 간식을 끊어. 그게 제일 좋은 간식이야."

 




시베리안 허스키의 '주宙'생활 (사는 곳)


 옛날처럼 마당에 목조 개집이 있고 그 앞에 묶어놓은 개가 우두커니 앉아 주인을 기다리는 장면은 아마 이젠 동화책에나 등장할 법한 시대가 되어버렸다. 요즘 도시의 반려견들은 대부분 아파트나 공동주택과 같은 실내 생활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내리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다. 물론 우리와 제노도 현재 실내 생활을 하고 있으며, 이는 어릴 적 마당에서 도베르만을 기르던 시절과는 매우 다르다. 늘 가족과 함께 붙어 지내고, 식사할 때나 한가한 시간을 보낼 때도 항상 서로가 보이는 곳에 기거하기 때문이다. 요즘 실내 생활에 익숙해진 반려견들은 자신을 바깥에서 길러지는 '개'나 '동물'이 아닌 '사람' 혹은 '가족의 어엿한 구성원 중 한 명'으로 자각하는 것처럼 보일 때도 많다.


 제노? 제노는 말할 것도 없다. 햇살이에게 새로운 장난감이 생기면 왜 자기는 새로운 장난감이 없냐며 기존의 장난감을 물고 와 한껏 투정을 부리고, 머릿속에는 [식사+아빠간식1차+아빠간식2차+물+엄마간식] 이라는 공식이 있어 그 흐름이 조금이라도 엇갈리면 종종 삐쳐서 구석에 쭈그려 있기도 한다. (간식을 많이 주는 것처럼 오해하실 것 같지만 1,2차 간식과 엄마 간식을 다 합해놔야 엄지손톱만 한 말린 생선 두세 조각과 찐 고구마 두어 조각이다.) 이처럼 반려 동물과 함께한다는 삶의 모습 자체가 불과 10년 전과도 크게 달라졌고, 이제는 녀석들에게 오히려 실내 생활이 당연한 것이며 광활한 자연은 이따금씩 만끽하는 레저나 여가 차원의 환경이 되어가는 듯한 느낌이다.


[집]


 시베리안 허스키는 기본적으로 인간과 함께 생활한 역사가 매우 길기 때문에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한다. 제노 같은 경우엔 항상 집에서 모두가 보이는 위치, 예를 들어 엄마가 주방에, 아빠가 거실에, 햇살이가 복도에서 놀고 있다면 주방, 거실, 복도가 모두 보이는 정중앙 통로 지점에 누워 모두가 함께 '있음'을 만끽하며 안도감을 느끼는 것 같다. 어릴 적에는 더위도 많이 타고 하루 종일 물그릇이 놓인 화장실에 들락거리면서 끊임없이 목을 축여대지만 일단 성견이 되고 나면 물도 전처럼은 마시지 않으며 실내의 기온에도 제법 적응하는 모습을 보인다.


실내생활에 지나치게 적응하면 이렇게 된다. 지나치게..


 시베리안 허스키를 실내에서 기를 경우 가장 바깥바람이 잘 통하는 다용도실이나 베란다, 현관 근처에 쿠션을 하나 놓아주는 것이 좋다. 영역 본능이 아주 미약한 견종이라서 경비견으로 전혀 적합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족들의 인기척을 느낄 수 있는 위치에 덩치가 큰 쿠션을 하나 놓아주면 뒤뚱뒤뚱 그 위로 다가가 한숨을 푹푹 내쉬며 릴렉스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허스키가 덩치가 큰 개이기 때문에 집이 아주 커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겠지만, 녀석들의 운동량을 충족시킬 주 무대는 90% 이상이 야외일 수밖에 없다. 녀석들이 집을 비좁고 답답한 곳으로 느끼느냐, 아니면 안락하고 편안한 휴식처로 느끼느냐는 전적으로 허스키를 기르는 견주가 함께 밖으로 나가 얼마만큼의 칼로리를 태우는지에 달려 있다. 시베리안 허스키에 관한 격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은,


"허스키의 진정한 행복은 오로지 얼마나 주인과 함께 달리며 공기를 가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그들의 행복은 집의 크기, 제공되는 음식의 양, 반짝이는 어떤 것과도 비례하지 않는다."


 허스키와 함께하는 운동과 산책에 대해서는 이어질 [허스키를 기른다는 것(중) - 산책(운동) 편에서 보다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배뇨 / 배변]


 이는 습관을 들이기 나름인 부분이지만, 제노의 경우 쉬와 응가를 모두 밖에서만 한다. 좋은 점은 집안에 비위생적인 배변판이나 패드를 두는 일이 없고 배설물의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아 청결함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힘든 점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 최소 2회에서 3회는 배뇨 배변을 위해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방광염이나 너무 오래 참는 것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방지하기 위해 무조건 나가야 한다. 폭우가 쏟아지는 날,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날, 한파가 불어닥친 날은 정말로 울고 싶을 정도다.


"아빠, 쉬마려워요."


 처음 제노가 야외 배변에 맛을 들인 것은 잔디를 밟고 쉬야를 하면 기분이 좋다는 사실을 깨달은 다음부터였던 것 같다. 문제는 당시 우리 침실 카펫이 하나 깔려 있었는데 그 카펫을 밟는 기분이 잔디와 비슷하다고 느낀 제노가... 약 30초간...... 뭐, 결국 그 카펫은 그날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이후 북실북실한 무언가가 집에 새로이 깔리는 일은 없었다.  


[장난감]


 타 견종들에 비해 허스키들의 턱 힘이 그리 센 편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큰 개다 보니 마음먹고 부수지 못할 장난감은 다. 집에서 갖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은 되도록 가장 튼튼한 봉제인형이나 무독성 고무 장난감 종류로 구비해두는 편이 좋으며, 이빨로 물고 휘두르거나 끌어당겨 놀아주는 것은 치아에 손상을 줄 수 있으므로 영구치가 난 뒤부터는 피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허스키들은 장난기가 많아 장난감을 가지고 잘 놀지만 가끔 힘 조절이나 '정도껏'을 지키지 못하므로 지나치게 장난감을 가지고 흥분할 경우엔 진정시켜 줄 필요가 있다.


니 장난감 아니야 제노..


 한편 절대 주지 말아야 할 장난감으로는 이로 부술 수 있는 동물의 뼈와 테니스 공이 있다. 실제 미국에서 허스키 사망 원인 1위가 차고에 비치한 부동액(달콤한 향기가 나는 바람에 쏟아서 핥아먹고 즉사), 2위가 전선을 씹다가 감전하는 경우, 3위가 이빨로 부수어 삼킨 테니스(장난감) 공이 목구멍에 걸리는 경우라고 한다.




 한참을 주저리주저리 적다 보니 지나치게 글이 길어진 것 같다. 기다리는 분들이 계셨다면 죄송하다는 말씀과 함께, 원래 예정했던 게시일보다 사흘이나 늦어진 데에는 쓰다 보니 자꾸 더 전하고 싶은 이야기, 내용들이 속속들이 떠올라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시베리안 허스키 종의 역사는 추크치 족과 함께한 순간부터 어림잡아 3천 년이다. 반면 우리가 녀석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고작 15년이다. 약간의 노력을 통해 녀석들의 앞선 3천 년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된다면, 이 허스키라는 매력적인 녀석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비록 짧지만 서로에게 훨씬 평화롭고,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따뜻한 꿈을 품으며, 이번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은빛 조금은 바보같은 시베리안 허스키를 길러봅니다




 다음 글 예고


은빛 시베리안 허스키 XXVI : '허스키를 기른다는 것 (중) - 산책(운동)편'

이전 20화 은빛 시베리안 허스키 XXIII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