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공항에 내려 광양시로 가는 택시 안 창밖을 바라보는 나는 기분이 들떠 있었다. 아이들 없이 남편과 함께한 외출이라 그런지 데이트하는 기분도 들고 말이다. 엄마 고향인 남원도 가보지 못한 내가 광양을 와보다니. 처음 가본 여수 공항도 처음 보는 ‘이순신 대교’도 신기하기만 했다.
이순신 대교: 전라남도 여수시 묘도(猫島)와 광양시 금호동 사이를 연결하는 총길이 2260m의 현수교 (출처: 두산백과)
‘대한민국에 5천만 원도 안 되는 아파트가 있다고?’ 부동산 수업을 듣던 어느 날 ‘5천만 원’이라는 말에 귀가 번쩍 뜨였다. 수업이 끝나고 그 지역의 수요와 공급량을 따져보고 매매와 전세 시세를 알아보니 소액으로 투자가 가능하다는 확신이 생겼다. 다음날 부동산 중개업소 몇 군데와 통화하고 마음이 가장 가는 부동산 중개업소 사장님을 찜하고 아파트 고르는 작업에 들어갔다. 애 키우며 일하는 워킹맘이 그것도 북쪽 끝 파주에 사는 소심한 아줌마가 남쪽 끝자락 광양아파트를 살 용기가 어찌 생겼는지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3~4일에 걸쳐 사장님과 문자와 전화로 내부 상태까지 원격으로 파악한 뒤 최종 2집을 골랐다. 매매계약서 작성일을 한 날로 잡고 그 주에연차휴가를 내는 치밀한 작전을 세워광양으로 내려갔다. 처음 만난 부동산 사장님은어색하지 않고 오래 만난 사이 같았다. 부동산 2채를 사면서 계약하는 날 처음 와보다니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던 시절이었다. 그렇게 처음 가본광양에서매매계약서를 쓰고 남편과 근처 식당에서 회 한 접시까지 맛있게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지난 투자를 복기해 보면 패기 넘치던 시절이었고 아쉬움도 많다.
16평형이 24평형에 비해 임대도 잘 나갔고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의 비율)도 높아 투자 금액이 적게 들어가는데 사장님의 브리핑에 넘어가 24평을 사버린 것이 첫 번째 실수였다. 처음 마음먹은 대로 16평으로만 2채를 샀어도 수익률은 2배가 되었을 텐데 아쉽기 그지없다.
두 번째 아쉬운 점은 월세가 아닌 전세로 세팅을 한 것이다. 지방 소액 물건이라 대출을 충분히 받을 수 있어서 월세로 임대를 맞췄다면보유 기간 동안 임대 수익까지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처음에 전세 만기가 남은 집으로 사긴 했지만 만기에 맞추어 월세로 바꿀 수 있었는데 귀찮아서 그냥 전세를 놓아 버렸다. 월세로 돌리려면 에어컨, TV, 냉장고 등 기본적인 전자 제품을 넣어서 풀옵션을 맞춰 주어야 했었는데 일하다 보니 알아볼 틈도 나지 않기도 했다.
마지막 아쉬운 점은 아파트를 팔 때 벌어졌다. 매가가 상승한 것을 확인하고 매도하기로 마음먹은 나는부동산 시세를보다가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다. 분명 같은 평수에 동과 층도 비슷한 2개의 물건인데 매가가 약 2천만 원이나 차이 나는 것이었다. 정답은 바로 인테리어에 있었다. 400~500만 원을 들여 도배장판은 물론 몰딩, 화장실, 베란다 새시까지 몽땅 수리하여 집을 환골탈태시킨 뒤 1천5백에서 2천만 원 정도 더 높게 올린 물건이 있었던 것이다. 인테리어 업자를 끼고 동일한 방법으로 작업하는 방식이 눈에 보였고 중개사 사장님을 통해 확인도 하였다.
‘나도 이렇게 수리 싹~해서 비싸게 팔아봐?’ 시간과 수고를 들이면 최소 천만 원은 더 벌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지만, 나에게 광양은 너무 먼 곳이었다. 인테리어 업자를 정하고 수리가 잘 되는지 체크하는 등에 시간을 뺏길 것이며 분명 스트레스도 받을 것 같아 포기하고팔아 버렸다. 전업 투자자가 이런 식으로 투자를 했다면 분명 망했을 것이다.
아쉬움 투성이투자를 한 나는 과연 얼마를 벌었을까?
필요 경비 및 양도세를 모두 제하고 내 손에 쥐어진 돈은 740만 원이었다. 보유 기간 2.5년 동안 내 돈은 2천400만 원이 들어갔으니 수익률은 약 31%이다. 일 년 기준으로 12%의 수익률을 올린 셈이다. 부동산 투자 책에서 많이 보아왔던 수익률 200, 300%에 비하면 형편없는 성적이다. 더군다나 무피 투자(내 돈이 한 푼도 들어가지 않는 투자)로 이러한 높은 수익을 내는 고수들에 비하면 참 거지 같은 투자를 하였다.
그럼, 나는 정말 거지 같은 투자를 한 것일까?
2003년식 16평, 24평 아파트 2채를 사면서 내 돈 2천400만 원을 투자했고 순이익 740만 원을 벌었다. 740만 원이란 돈은 누군가에게는 2개월 또는 3개월치 월급을 고스란히 모아야 하는 소중한 돈이다. 나는 돈도 벌었지만 더 소중한 경험을 얻었다. 워킹맘이 지방 물건을 투자할 때 어려운 점이 무엇이고 주의사항이 뭔지 체험한 것이다. 이번 경험을 거울삼아 나는 비슷한 투자를 한다면 더 잘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광주가 그리고 지금은 울산 부동산이 hot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나는 이제는 그곳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전라도가 그렇게 먼 곳인지 지금은 알고 있으니까.
전업투자자가 아닌 워킹맘으로 부동산 투자를 할 때 내가 중요시하는 것은 몸과 마음의 리듬을 깨지 않는 ‘균형(Balance)’이다.
만약 내가 집을 팔 때 인테리어를 싹 하고 내놓았다면 천만 원을 더 벌 수 있었겠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나는 소중한 시간과 정신 건강의 균형을 유지하는 쪽을 선택하였다.(잘 아는 지역이었다면 도전해 볼 수도 있었겠지만) 업자를 알아보고 수리가 잘 되는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분명 나는 시간을 쏟고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다.
남편과 회를 맛있게 먹고 돌아온 계약 날 이후로 보유 기간 2.5년 동안 광양에 한 번도 내려가지 않았다. 신규 전세 계약뿐 아니라 마지막 매도할 때에도 위임장을 보내 부동산 사장님께 모든 일을 처리하도록 부탁하였다. 부동산 사장님께 내 일을 위임하여 나의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 비록 천만 원을 더 못 벌었지만 그 시간 나는 회사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고 내 아이와도 며칠을 더 놀아 줄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고 생각한다.
출처 : Pixabay
삶의 균형을 잡는 것은 쉽지 않다.
워킹맘이 일과 육아 사이에서 균형 잡는 것도 어려운데 부동산 투자까지 하는 것은 공 3개를 가지고 하는 저글링과 똑같다. 균형을 잡는 것이 얼마나 어렵겠는가. 정답은 없지만 부동산 투자로 버는 '돈에 대한 욕심'을 조금만 버리면 균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직장 다니면서도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열심히 살아가며 완벽히 투자하는 투자자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나는 그 정도 고수의 레벨이 아니기에 스트레스받지 않으면서 오래도록 맘 편히 투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