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의 냄새 사건, 그 뒷이야기

영화 '기생충'의 제목을 '냄새'로 바꾼다면

by 오공부

친구가 냄새난다고 자신에게 화를 내서 속상했다고 털어놓은 며칠 후, 첫째가 등원을 하지 않았다. 그 날은 친정 아빠가 봐주셨는데 구슬르고 다그쳐도 안 돼서 그냥 데리고 계신다고 했다. 퇴근하고 돌아와 첫째에게 '왜 어린이집엘 안 갔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다시 꺼낸 그 이야기. 친구 둘이 자신에게 냄새난다고 화를 내서 가기 싫었다고 했다. 'ㅇㅇㅇ 너 냄새 나~'라고 했다고 친구들의 말을 그대로 흉내내기도 했다. 마음이 와르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애써 진정하고 '그런 말 하면 화가 나니까 하지 말라'고 친구에게 말하라고 했더니, 그 친구들은 자신보다 몸집이 크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고 했다. 그래도 같은 다섯 살 친구니까 화가 나면 화가 난다고 이야기해도 된다고 말해주었다.

자기도 마스크를 쓰고 친구도 마스크를 써서 후각이 거의 차단되다시피 한 상황에서 친구에게 무슨 냄새가 난다고 놀렸을까. 대체 무슨 냄새가 난다고 그런 걸까? 밤잠을 설치고 출근길에는 생전 듣지도 않던 오은영의 오디오 클립도 들어보았다. 그 주에 담임선생님 휴가기간이라 선생님이 돌아오시면 전화통화라도 해볼까 싶었지만, 그전까지 아이가 계속 그런 말을 듣는다면 마음의 상처가 너무 클 것 같았다. 통근버스에서 계속해서 고민하다가 모바일 알림장에 그 간의 일을 남기기로 했다. 회사에 도착해 식당으로 가서 알림장을 써 내려가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아이의 설움이 내 설움으로 바뀌면서 그 크기와 무게가 불어난 것 같았다. 구구절절 썼지만 요지는 이런 거였다.

'친구에게 냄새가 난다고 공개적으로 이야기해서 망신을 주거나, 놀잇감을 가지고 놀지 못하게 하는 행동은 함께 생활하는 공간에서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다. 아이들에게 최소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에 대해 교육시켜달라. 다섯 살 어린아이들이니 모두 상처 받지 않고 이번 기회로 배우며 성장할 수 있도록 선생님의 도움이 필요하다.'

내 아이만 위하는 못난 부모로 비칠까 마음을 졸이며, 쓴 글을 몇 번이나 다시 읽어보고 남편에게도 읽어보라고 톡을 보내주었다. 그러면서 눈물이 그치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장문의 알림장을 올리고 나서도 한참을 식당에 앉아 있었다. 물론 밥은 한 숟갈도 삼키지 못했다. 충혈된 눈으로 사무실에 돌아와 업무를 하며 마음이 차분해질 때 즈음 원장 선생님의 댓글이 달렸다. 휴가 중이던 담임 선생님의 댓글도 올라왔다. 그런 일이 있었다니 많이 속상하셨겠다는 말과 전화를 드리겠다(원장 선생님), 상호 배려하는 교육에 더 신경 쓰겠다(담임선생님)는 메시지가 쓰여있었다.

그 날 점심시간에 원장 선생님과 통화를 했다. 원장 선생님은 알림장을 확인하고 담임선생님, 대체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셨다고 했다. 첫째가 이야기했던 그런 상황을 직접 목격한 분은 안 계셨고, 다만 교실이 조리실 바로 옆이라 점심시간이 가까워오면 아이들끼리 '냄새난다'는 이야기를 자주 나눈다고 했다. 그때의 냄새 이야기는 전혀 부정적인 성격의 것이 아니었고 어떤 음식 냄새인지 서로 이야기하곤 했다는 것이었다. 월요일에 담임선생님과도 통화를 하고 내린 결론은, '냄새난다'는 말은 첫째의 반에서 자주 쓰는 말이자 유행어의 성격을 지녔던 것 같다. 그 아이들 외에도 '냄새난다'는 말을 많이 쓰는 아이가 있다고 했다. 그래서 별생각 없이 아이들은 그 말을 자주 했을 것이고 첫째에게 놀리듯이 말할 때도 그 표현을 사용한 것 같다. 첫째는 그 말이 화를 내는 것으로 들려서 싫은 마음이 들었던 거고. 담임선생님은 아이들과도 이야기를 나누었고 부모님께도 연락해 아이들의 언어 표현에 신경을 써 달라고 부탁드렸다고 했다. 나는 선생님께 감사를 전하며, 나 역시 첫째의 마음을 더 단단히 할 수 있도록 가정에서 신경 쓰겠다고 말씀드렸다.

예전에 영화 '기생충'을 보면서 영화 제목을 '냄새'로 바꿔도 무방하겠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냄새는 너무나 민감해서 그것을 상대에게 표현하는 것은 좋은 냄새라면 몰라도 안 좋은 냄새일 때는 대단히 큰 실례일 수 있다. 그것이 상대가 어찌할 수 없는 이유로 나는 냄새라면 더더욱. 반지하 냄새로 표현되는 한 가족의 빈곤한 상황은 가족 간에는 전혀 문제 될 게 없으나 부잣집 사람들이 인상을 쓰며 킁킁거릴 때에는 커다란 당혹과 수치를 안겨준다.

첫째의 일은 단순한 유행어를 놀리듯 사용해서 벌어진 것이었지만 이 일을 겪으며 '나는 인간으로서 최소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지키고 있는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이렇게 세상 큰 일 같지만 몇 년 지나고 나면 별 일 아니었을 사건 하나가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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