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싱글맘맘이야> 를 보면서
오래전부터 만화광이었던 나는 자연스레 웹툰을 즐겨보는데, 정식 연재되는 작품만큼이나 베도에 올라오는 작품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리고 한 번씩 그렇게 즐겨 보던 작품들이 정식 연재 제의를 받고서 당당히 포털사이트 웹툰 메인화면에 개시되는 것을 볼 때, 마치 내가 이룬 일인 양 기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나는 베도에서 주로 '일상툰'이라고 명명되는 작가 개인 경험담을 담은 웹툰을 즐겨본다. 나와 아무 연고도 없는 사람의 이야기이지만 이 사람의 작품이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드는 이야기들이 있다. 그것은 작품의 완성도나 퀄리티에 상관없이 자신의 어려운 이야기를 펼쳐놓기 까지 고민했을 작가의 마음과 그것을 이겨낸 한 사람의 용기와 도전에 힘을 실어주고 싶은 마음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작가가 직접 경험한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큰 공감과 위로를 넘어 깊은 깨달음을 주게 될 때, 그 마음은 한층 더 커지는 것 같다. 내가 즐겨 보는 '싱글맘맘이야'라는 웹툰이 바로 그런 작품 중의 하나이다.
'싱글맘맘이야'라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 웹툰의 주 내용은 엄마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이야기다. 첫 시작은 당연한 물음이라 할 수 있는 '작가가 어쩌다 싱글맘이 되었는지'부터 시작한다. 나를 포함한 아마 대부분의 독자들이 작가의 기구한(?) 사연에 분개를 하면서 보기 시작을 했을 것이다. 남편의 폭탄과도 같은 발언 뒤에 앞으로 일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하는 궁금증 역시 빼놓을 수 없으리라. 나 역시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내 나이로 짐작되는 그녀의 이야기가 마치 내 친구의 일인 양 기가 막히게 다가왔고, 지인들에게 그 웹툰을 알리면서 그녀 남편의 기이한 행적에 비난의 여론을 덧붙였다. (그녀의 남편은 아이가 태어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다른 여자가 생겼다면서 이혼을 요구한다. 더 궁금한 사항은 직접 웹툰을 보면 좋을 것 같다.) 공감과 위로의 댓글을 다는 다른 독자들의 노선에 합류하진 않았지만 매주 화요일에 업로드되는 작가의 작품을 꼬박꼬박 챙겨보는 것으로 그녀의 삶과 그녀의 작품을 응원하였다.
그렇게 시름시름 챙겨보던 작품이 첫 회를 시작한 지 1년쯤이 되어가는 시점에 작가는 웹툰을 그리는 시간 동안 많은 것이 변했다고 고백하는 에피소드가 하나가 올라온다. 자기 안에 있던 남편에 대한 미움과 원망이 많이 사라졌다고 말이다. 짐작건대 아마 자신의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풀어내면서 그 행위 자체로 많은 위로를 받았을 것이다. (내가 경험해 보니 글쓰기에는 그런 치유력이 있다.) 그리고 그렇게 풀어내는 동안 비록 안면식도 없는 사람들이겠지만 그들로부터 받은 많은 공감과 위로가 또 다른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담담히 고백한다. 사건이 터지고 1년이 지난 지금, "누군가의 마음이 내 것일 수 없다"는 자명한 진리만을 가슴에 새겼다고 말이다.
삶이 괴로운 것은 무엇하나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 때문일지 모른다. 내 남편의 이해되지 않는 행동이나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자식들의 모습들을 보면서 괴로움을 쌓아간다. 내가 잘만하면 원하는 대로 될 것 같지만 실상은 그 무엇 하나 내 맘에 드는 대로 원하는 대로 흘러가는 법은 없다. 그래서일까. 그녀가 깨달은 바가 오래도록 내 마음 한 켠에 자리했다.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 상대방도 나를 사랑한다고 해서 그 사람의 마음이 내 것일 수는 없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하나밖에 없을 수는 있지만 인간의 마음은 하나가 아니기 때문이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에 상대방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만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을 살아가는 인간에겐 그 마음 하나만 존재할 수는 없는 법이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다'던 옛 유행가의 가사처럼 한 사람의 마음속엔 너무도 많은 마음이 존재한다. 상대방을 사랑하는 마음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나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도 있고,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도,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도, 상사에게 밑 보이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는 것이다. 삶이란 사랑하는 사람 둘이서 사랑만 하고 사는 것은 아니기에 한 인간이 현실을 살아내기 위해 마음 써야 할 곳은 생각보다 많다.
결혼을 하고, 일을 하고, 또 아이를 키우면서 누구보다 오롯하고 지난한 현실을 살아가고 있지만 종종 이 자명한 사실을 잊는 내가 있다. 두 주인공의 극적인 로맨스를 위한 클리쉐가 곳곳에 흘러넘치는 드라마나 순정만화를 보고 자라온 세월 때문인지 아직도 가끔씩 상대방의 마음이 온전히 나에게만 있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혼자서 알게 모르게 서운함을 느끼는 아직 어리석은 내가 있다.
우리는 늘 이기적인 인간이라 결국 내 입장이 가장 중요해서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기가 참 어렵다. 다 큰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그렇다. 상대방이 나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나보다 더 나를 위해주리라는 기대가 욕심이라는 걸 자꾸만 잊어버린다. 나는 그만큼 해주지 않으면서 생떼를 부리는 우리 둘째처럼 자꾸만 바라는 내가 있다. 멋진 어른이 되는 일은 참으로 어렵기만 하다. 깨달았지만 막상 적용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알면서부터 더 어렵다 느껴지는 것 같다. 작가도 아마 그럴 것이다. 많은 것을 깨달았지만 불현듯 치고 올라오는 분노가 여전히 존재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신할 수 있는 것은 그녀를 짓누르던 인생의 무게가 조금은 가벼워졌을 것이라는 거다. 그래서 한 번도 본 적도 없는 사람이지만 나의 열렬한 응원을 보낸다. 매주 당신의 작품이 올라오기를 기다렸고, 보면서 많은 공감과 위로를 그리고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이다. 언젠가 그녀가 또 다른 작품으로 정식 연재를 하게 되기를 기도한다. 베도가 아닌 웹툰 메인 화면에 뜨는 그녀의 그림을 볼 때, 마치 내 일인 양 정말 기뻐할 것 같은 내 모습을 상상하며 작가의 깨달음에 많은 위로를 받았던 한 독자의 고백을 마무리 해본다.
표지 그림 : 웹툰 <싱글맘맘이야> 76화. 미워하는 마음 없이 중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