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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진주 Mar 30. 2022

돈 '만원'으로 해결되는 아파트 주차문제

 20년이 넘은 우리 아파트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주차 문제다. 원래 1가구 1 차량을 중심으로 설계된 아파트 주차장은 밤마다 주차 문제로 시끄럽다. 아이들 학원용, 동네용으로 경차를 제2의 차량으로 사용하는 세대가 점점 늘어난 탓이다. 그 덕에 매일 퇴근하고 차량이 댈 곳이 없어 이리저리 헤매던 남편이 화를 내는 일이 부쩍 늘어났다. 그는 “최소한 1가구 1 차량은 댈 수 있게 해야 하지 않느냐”라며 매번 분노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감정을 어디다 하소연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몇 년 전, 우리 집과 같은 불만들이 관리소에 많이 접수되었는지 1가구 1 차량이 아닌 가구에는 주차비를 만원이 아닌 더 큰 비용으로 올리자는 내용이 투표로 올라왔다. 당연히 우리 집은 찬성을 했지만, 생각보다 1가구 2 차량을 가진 세대가 많은 탓인지 투표 결과는 과반수를 얻지 못하고 예전으로 다시 돌아갔다. 원래의 규칙대로 각 세대에서 추가되는 차 한 대당 단 만 원씩만 받는 것으로 해서 말이다. 남편은 “있는 사람들이 더하다”라며 더 분노했지만, 솔직히 이 주차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각 세대에서 추가되는 차 한 대당 만 원을 더 내는 주차비 정산은 우리 아파트뿐만 아니라 많은 지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 해답을 처음 생각한 사람은 모자란 아파트 주차 문제가 정말 단돈 '만 원' 한 장으로 해결되리라 생각했는지 궁금하다. 과연, 이 ‘만 원짜리 추가 주차비’는 누구를 위한 걸까? 어쩌면 처음 제안자는 원래 공짜로 사용할 수 있는 아파트 주차에서 추가로 비용을 내면 각 세대들이 차량을 덜 사고, 또 추가로 거둔 그 비용으로 아파트 다른 복지 부분에 투자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은 ‘만원’이라는 돈의 의미에 너무 큰 기대를 한 듯싶다. 해마다 계속 오르는 시장의 물가를 생각하지 못하고 말이다. 예전의 ‘만원’은 그 금액이 가진 상징성과 더불어 지금보다는 더 큰 가치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지금의 ‘만원’은 중고등학생 아이들 용돈보다 작은 비용이다. 우리 아이들, 특히 중학교 3학년 둘째가 한 달에 2만 원을 받는다. 사실 그마저도 올해 초, 큰 마음을 먹고 올린 돈이었다. 그 녀석이 하도 ‘만원’을 가지고는 한 달 살기가 너무나 힘들다고 툴툴거리는 통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올렸다. 사람들은 아파트 주차 해결의 최후의 보루처럼 의례적으로 ‘만원’을 내고 있지만 사실 이 금액이 1세대 2차랑 소유자들의 죄책감을 덜어주는 도구처럼 사용되지는 않은 지 살펴봐야 한다. 원래는 내지 않아도 될 돈, 만원. 본인 집 앞 주차비로 ‘만원’을 투자하면서 ‘나는 할 도리는 다했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 수단으로 말이다. 만일 처음 이 방법을 생각했던 제안자가 돈으로 이 모든 주차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면 이 해답은 이미 제안 시작부터 실패작이다. 그렇다면 이 주차 문제의 주범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어느 한 사람에게 책임을 지울 수는 없지만 사람, 사회, 시공사 측면에서 한 번쯤 생각해 볼 수는 있다.


 첫째, 눈치 없이 2대 이상의 차량을 몰고 다니는 사람들이 아파트 주차난의 주범일까? 단돈 ‘만원’만 내고서 1가구 1차랑의 권리를 해치는 사람들 말이다. 그것도 알 수 없다. 차량을 1대 누리던, 2대 누리던, 그들만의 사연이 있고 사정이 있을 테니 말이다. 생계를 위해 차량을 2대 몰 수 있고, 불가피한 사정으로 차를 추가로 몰 수 있다. 그런 이유로, 그들을 향해 단돈 ‘만원’만 내고서 아파트 주차장을 빼곡히 차지하고 있다고 비난할 수만은 없다. 여분의 차를 모는 것은 온전히 그들의 권리요, 자유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차량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일까? 해가 갈수록 기후 위기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노화된 차량의 배기가스 규제가 점점 강화되고 있다. 운전자들은 차를 10년 이상 몰다 보면 점점 차에서 문제점을 발견한다. 그에 따라 정부는 차량 규제와 차량 감독을 더 엄격하게 한다. 소비자들은 일정한 기간이 되면 새로운 차량을 구매하고 그들이 판매한 중고차량으로 다시 중고 시장으로 돌아간다. 차를 구하기 어려운 과거보다 차 구매가 더 쉬워진 것이다. 사람들은 이런 중고 시장에서는 차량을 쉽게 구매하고 사용한다. 어쩌면 신차를 구매하기 전에 편하게 타는 용도일 수도 있고, 가정용으로 몰고 다니는 차일 수도 있다. 이런 구매 문화와 자본주의 사회가 집집마다 그리고 거리마다 차량 수를 점점 늘리고 있다. 이런 문화와 사회 분위기 속에서 주차난을 위해 차를 그만 사라고 다그칠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이런 주차난을 예측하지 못하고 미리 주차장 공간을 넓게 확보하지 못한 아파트 시공사의 문제일까? 사실 애초에 아파트 주차장이 넓었다면 이 모든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다. 같은 아파트 주민들과 얼굴 붉히는 일도 없었고 ‘만원’으로 더 내니 마니 하는 문제로 논쟁할 필요도 없었다. 여유가 있으면 모든 일에 너그러워지는 것처럼, 아파트 주차 공간이 넓었다면 주차 문제는 모두 해결되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보통 사람들이 그렇듯이, 시공사 역시 근시안적인 관점만 가지고 있어 1 주택 1 차량만을 생각하며 주차장을 지었다. 20년 후의 미래는 생각하지 못하고 말이다. 이미 벌어진 일을 '지금의 주차난'을 토로하며 얘기한 들 해결될 길은 없다. 그저 원망하고 불평할 대상만 원하는 것이 아니면 말이다.

 

 가끔 생각한다. 이도 저도 다 어려우면, 좀 더 주차장이 넓은 아파트로 이사를 하면 이 모든 문제가 해결될지 말이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이사비용을 생각하며 열심히 계산기를 두들겨 보지만 쉽게 엄두가 나지 않는다. 같은 아파트 주민들에게 ‘양보와 양해’로 1세대 1 차량 주차를 확보해 달라고 부탁하면 될까? 그것도 너무 허무맹랑한 소리다. 다들 ‘만원’으로 그들의 집 앞 주차 권리 비용을 냈는데 양보해 달라는 것이 말이 될까? 애초에 시공부터 단추를 잘 끼웠어야 하는데 20년이 지난 후에 바꾸려고 하니 모든 것이 문제가 된다. 겨우 몇백 세대가 사는 우리 아파트 주차 문제도 이렇게 왈가왈부 말이 많은데 더 많은 인구가 밀집된 우리나라 곳곳에는 얼마나 많은 문제가 쌓여 있을까? 도통 해결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아파트 주차 문제와 더불어 앞으로의 많은 문제를 맞이할 새 정부의 일거리를 생각하며 어떻게 평정을 유지하며 살아야 할지 곰곰이 생각에 잠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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