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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카시아 Aug 17. 2023

1. 우리 집 외계인, 꿈꾸는 지구인 만들기 프로젝트

로드맵은 태어난 직후부터. 자녀의 미래는 부모에게 달려있다는 환상

외계인은 십대 아동청소년자녀, 지구인은 오늘도 그들과 동거하며 고군분투 감정소모 중인 우리 양육자들

학습도 사회성도 모두 부모가 더 신경 쓰면 해결될까?


Point 1. 내 아이의 질 좋은 수면을 위하여 엄마는 신생아 때부터 배운다 수면교육
Point 2. 자연스러운 영어 노출을 위해 엄마표 영어와 영유 콤보는 늦어도 5살 때부터 적기를 놓치면 안 돼
Point 3. 각종 방문, 패드 교육으로 한글 교육 뚝딱
Point 4. 사회성, 운동 발달 위해 합기도 태권도 축구 교실은 필수
Point 5. 방과 후 사교육은 다른 애들만큼은 해야지. 피아노 태권도 수영 발레 전 과목 학원, 영어, 수학, 논술, 사고력 수학 주말까지 바쁘다 바빠


적어도 100만 원을 훌쩍 넘기는 사교육 비용, 내가 이렇게 비용을 들이면 뚝딱 내가 꿈꾸는 이상적인 지구인으로 만들어질까 싶었는데, 어째 우리 집 외계인은 점점 더 괴상해져만 간다.


비용 대비 성과가 나지 않는, 순이익 마이너스의 양육 프로젝트. 태어나서부터 사춘기 중고등학생까지 육아는 끝이 없고, 어렵기는 너무 어렵고, 이제는 더 괴물이 된 아이의 인성까지 고민해야 하는 우리 부부, 잘하고 있는 거 맞나요?


내가 뭘 잘 못해서 애가 이렇게 된 건 아닐까. 내가 너무 더 질이 좋은 교육을 시키지 못해서 그럴까. 내가 어릴 때 영어 적기를 놓쳐서 애가 이렇게 영어를 헤매고 어려워하나, 다 내 탓인 것만 같은 순간.

이제는 애가 내 15년 가까이의 노력은 몰라주고 방해하지 말라고 문 쾅쾅 소리소리 지르는 통에 나는 점점 작아지고 위축된다.


내가 낳은 자식한테 무시받는 이 기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서럽고 서글픈 심정


서점에 나가면 각종 엄마표 책들이 도배되어있다. 엄마표 영어, 엄마표 놀이, 아빠 자녀 교육법, 입시를 알면 XX, 영유아 수면 놀이 교육부터 영어 수학


입시, 심지어 인성을 위한 육아서까지 늘 정답만 가르치는 각종 책들은 어느새 내 방 책꽂이에 여러 권 꽂혀 있고, 뭔가 부모와 아이 모두 행복한 로드맵이 내 손 안에서 결정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정답은 나에게 오면 늘 소화되지 않는 오답들로 배출된다.


근데 정말 그럴까? 자녀의 미래는 부모 하기 달렸다 그 말이 맞을까? 정말 그렇게 부모가 짜놓은 로드맵이 훌륭하면 아이는 그 로드맵 대로 자랄 수 있을까? 그 신화적 인물, 본 적 있나요 여러분? 저자들은 정말 그 로드맵처럼 훌륭하게 키우고 있는지 아시나요?


애착이론에 대한 반박

애착이론의 대가 Bowlby(보울비)와 애착실험을 통해 애착 유형을 분류한 Main은 양육자와의 애착관계의 질에 따라 안정애착과 불안정 애착 내에 회피애착, 저항애착, 혼란애착으로 분류하며 애착의 질은 유아의 감정, 행동, 주의, 기억 및 인지에 영향을 미치며 이는 철저하게 부모의 정서와 상호작용 능력에 달려있으며 심지어 양육자의 성인 애착 유형과 유아의 애착 유형의 상관이 높아 애착 패턴은 세대 간 전이되는 양상이 있음을 보고하였다.

즉, 양육자가 불안정 애착이라면 아이도 불안정 애착일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아이의 애착 유형은 상당수 양육자에게 달려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애착이론을 굉장히 비판하였던 발달심리학자인 주디스 리치 해리스는 저술한 ‘양육가설’에서 이렇게 말하며 애착이론을 반박한다.


“그거 애착실험에서 아이 기질적 요인 빼고 엄마의 애착능력만으로 그렇게 애착분류를 판단해도 되는 거야?

아이가 얼마나 순하냐 까다롭냐에 따라 우리 양육자들도 반응하게 되고 이런 반응성이 애착 패턴에 영향을 미치는 건 왜 생각 안 하는 거야?

그러니깐, 성질 더러운 애한테는 양육자도 더 성질 더럽게 굴게 되고, 순한 애한테는 양육자도 더 많이 웃게 되고 그렇다고. 

그리고 아이에게 부모가 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거 맞아? 장기연구를 따라가 보면 결국 중요한 건 아이가 어린 시절 어떤 양육 환경을 경험했는가 보다는 환경의 영향이 더 크던데? 아이는 커갈수록 부모와 가정이 아니라 사회 또래 동네 분위기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고..”


우리 가정만의 맞춤식 고려

Nurture냐 Nature냐, 양육이나 본성이냐, 어떻게 기르느냐가 더 중요하냐 아니면 타고난 게 중요하냐, 보울비의 애착이론, 주디스 리치 해리스의 집단 사회화 이론 그 두 가지는 모두 다 고려되어야 한다. 애착환경도 타고남도 그리고 자녀의 사회환경도 우리는 모두 다 고려해야 한다.


아동청소년 상담자는 부모를 만날 때 부모의 보고 만으로 아이와 부모를 판단하지 않는다.

부모의 정서, 인성, 기질, 양육태도 검사를 고려하게 되고 아이의 기질 인성 인지 능력 정서를 포함한 종합심리평가를 고려하게 된다.

그리고 아이의 기질적 특성을 바탕으로 부모의 양육에서 오는 소진감을 “그럴 수 있다”라고 타당화한다. 그럼과 동시에 부모가 양육에서 왜 그렇게 특별히 불안하고 화가나는지에 대해 면밀히 공감적으로 탐색해 나가게 된다. 때로는 자신의 애착대상인 부모님과의 관계 또는 어린 시절 성장 배경에서 나에게 충족되지 않은, 좌절된 욕구와 감정을 근거로 이해를 돕는다.


즉, 우리 가정의 맞춤식 고려가 필요하다.


양육은 정답이 없다.

양육은 정답이 없고, 내 자녀와 양육 환경을 가잘 잘 아는 나와 자녀가 그 정답에 가까운 것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고려할 근거들은 있다.

타고남 본성 Nature 측면의 기질차이, 연령 별, 개인별 뇌발달의 차이.

이러한 과학적 근거들을 통해 우리 아이가 발달의 어디에 와 있구나, 우리 아이가 이런 기질이므로 앞으로 특별히 이런 어려움이 우리 아이를 힘들게 하겠구나라고 예상해 볼 수 있다.


우리가 주식에서 종목과 시황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대응하는 것처럼 자녀도 그렇다. 자녀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이해는 유용하다. 어떤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아이에 대한 이해를 근거로 강한 믿음으로 키워가는 과정에서 큰 오류를 범하지 않을 수 있다.

좋은 종목을 잘 분석하지 않으면 멘털이 나갈 때 투매하면서 큰 손실을 보게 된다. 가장 저점에서 팔게 되는 것과 같은 큰 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우리는 종목에 대한 엄청난 믿음이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 지금 현재 업황이 좋지 않지만 앞으로 개선되고 나아진다는 큰 그림을 분석하여 알고 있어야 투매하지 않고 부여잡고 있을 수 있다.

 

아이에 대한 타고난 기질과 발달에 대한 뇌과학적 측면을 이해하고 있다면 이 녀석이 외계인을 넘어 괴물이 되어갈지라도 요동하지 않고 내 삶에 집중할 수 있다. 앞으로 나는 이런 얘기를 해 나가보고 싶다.




참고문헌

주디스 리치 해리스, 양육가설

David J. Wallin, 애착과 심리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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