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은 타고나는 것일까 아니면 후천적으로 길러지는 것일까?
외계인은 십대 아동청소년자녀, 지구인은 오늘도 그들과 동거하며 고군분투 감정소모 중인 우리 양육자들
지능(intelligence)은 유전자로 결정되는 것일까 아니면 환경을 통해 길러지는 것일까? 아직 지능과 관련한 유전자를 분명하게 밝혀내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학습 능력과 관련한 유전자의 영향도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많은 연구들은 결국 유전과 환경 모두 지능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지능은 아무리 노력해도 타고난 상태에서
바뀌지 않는 것 아닌가요?
라는 질문에는 매우 옛날 학자인 카텔이 지능과 관련하여 언급한 유동성 지능(fluid intelligence)과 결정성 지능(crystallized intelligence)에 대한 설명이 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태어나서 20대 중반 정도까지 발달하다 점점 쇠퇴하는 유동성 지능은 타고난 반사적 학습 지능으로 비언어적인 문제해결능력을 말한다.
반면, 노인이 될 때까지도 꾸준히 성장해 나가는 결정성 지능은 경험을 통해 습득되며 교육 경험 환경 문화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습득해 나가는 어휘력이나 배경지식 같은 언어적인 학습과 관련이 있다.
결국 타고난 뇌도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지속적으로 학습되어 가는 과정에서 향상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타고남과 환경, 어떤 것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쌍둥이 연구에 의하면 결국 유전자는 환경 보다 개인의 지능 결정에 더 큰 역할을 보인다. 우리가 ‘키’를 생각해 볼 때 부모님의 키가 클 경우, 그 외계인도 더 큰 키로 자랄 가능성이 높은 것처럼, 지능도 그러하다. 그러나 똑똑한 유전자를 가지며 태어날 수 있으나 지나치게 자극이 불충분하고 과도한 영양 결핍의 환경이라면 이 타고난 유전자를 잘 지켜내지 못하고 지능을 낮추게 된다.
또한 외계인에게 지속적인 학습자극을 주는 것, 지속적인 노력과 그 노력을 해 나갈 수 있게 하는 환경과 동기강화 등의 안정적인 교육 환경은 분명 타고난 지능의 향상을 이끌 것이다.
유전적 특성 외에도 출산 전후의 이벤트가 인지 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면, 산모의 불충분한 영양,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약물 복용 또는 술과 담배, 질병, 출산 시의 조산, 난산 등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인지능력을 감소시킬 정도의 중대한 영향요인이 될 수 있다.
인지 능력인 IQ는 뇌의 회백질의 부피와 상관을 보였다. 이는 어린 아동보다 나이가 많을수록 더 강력한 상관을 보였으며 특히 뇌의 고차원적인 문제해결과 사고를 담당하는 영역인 전두엽과 대상회의 회백질 부피와 지능지수의 상관이 가장 강력했다.
여기서 회백질이라 함은 MRI 관찰 시, 뇌의 영상에서 회색으로 보이는 부분을 말하는데, 다양한 뉴런의 신경세포가 밀집되어 있는 부위로 인지기능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로 쓰인다. 즉, 회백질의 부피가 크다는 것은 더 많은 뉴런을 보유하고 있음을 말하며 계산 능력의 증가와 같은 지능을 높이는 다양한 긍정적 관계가 전반적인 뇌 네트워크 상에서 존재하고 있음을 시사해 볼 수 있다.
회백질의 부피가 작다는 것은 신경세포의 일부를 잃었다는 의미로 뇌 네트워크 내의 신호전달 효율성이 떨어지는 인지기능의 저하를 의미할 수 있다. 이러한 인지 저하가 있을 경우는 뉴런과 뉴런을 연결하는 시냅스 수준의 발달적 비전형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된다. 이런 경우, 생활연령이 증가할수록 또래와 비교하여 양적 질적 발달에 있어 차이를 보이며, 생활연령 대비 어려움을 보이게 될 것이다.
타고난 뇌가 인지저하가 있든 없든, 느리던 아니면 보통의 발달을 따라가던 외계인들은 자기만의 속도로 꾸준히 성장해 나간다.
상담 현장에서 10년 이상 지켜보게 되는 청소년의 경우, 느린 학습자 일지라도 결국 꾸준한 학교 학습 및 또래관계의 노출과 다양한 사회적 학습 기회 등을 통해 인지능력은 꾸준히 성장을 보였다.
이러한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느린 학습자 인지는 국가기초학력지원센터의 사이트에서 느린 학습자 선별 체크리스트 (https://k-basics.org/studyView.do?menuSeq=671&datadetailSeq=6184#none)로 확인해 볼 수 있으며, 만약 느린 학습자로 우려되는 경우는 근처 소아정신건강의학과에 종합인지평가 및 심리평가를 통해 나온 결과를 토대로 이후 중장기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타고난 뇌를 지켜내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우리 지구인은 때로는 외계인의 뇌를 발전시키는 것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타고난 뇌를 잘 지키는 것의 중요성을 간과하게 될 때가 있다. 타고난 뇌를 잘 지켜내기만 하면 외계인은 저마다의 색깔과 속도로 천천히 지구인으로 자라난다.
과도한 스트레스 와
불충분한 수면
인간의 뇌는 짧은 기간의 스트레스에는 큰 손상 없이 잘 대응할 수 있지만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를 촉진하여 우리 몸의 단백질 합성을 억제하고 면역 기능을 낮추며,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에 손상을 주어 해마 영역의 부피 감소와 관련이 되고 기억과 학습 모두의 장애를 유발하게 된다.
단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외상 수준을 의미하는 것으로 외상 수준이라 함은 일상의 가벼운 스트레스가 아닌 정서 성적 언어적 신체적 학대 수준 정도의 극심한 스트레스가 지속되어 우울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수준을 말할 것이다.
만약 잠이 부족한 채 학업적 압박감에 압도되어 매일을 보내게 된다면 이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를테면, 초중고 시기 과도한 학습으로 인한 스트레스 증가는 역설적으로 학습기능을 낮추게 된다는 것이며, 매일매일 아침에 학교에 갔다가 여러 개의 사교육을 마치고 집에 오는 외계인의 경우, 만약 주말까지도 사교육 학원을 오가며, 각종 테스트와 숙제들로 하루의 스케줄이 꽉 차 있다면 이는 위험경보이다.
보통 우울 불안 조울, 정신증 등 다양한 정신 병리는 외계인이 사춘기 시절 발병된다. 이 시기는 다양한 호르몬 변화와 뇌의 리모델링을 해 나가는데 여기에 많은 스트레스, 불충분한 수면, 과도한 압박이 더해지면 외계인의 자라나는 뇌는 버티기가 어렵다.
2022년 9~10세 연령 어린이 약 83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의하면, 9시간 미만의 잠을 잔 어린이는 9~12시간의 수면을 취한 어린이에 비해 주의력, 기억 및 억제 조절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에서의 회백질이 적거나 부피가 작았다. 즉, 수면 시간이 부족하다면 뇌 인지 발달에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외계인의 장기적 로드맵이나 학원 숙제를 챙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날그날의 충분한 수면과 휴식임을 고려하게 한다.
보통 지구인들은 외계인의 학업 성과가 잘 나오지 않아, 또는 공부를 잘 하지 않으려 해서, 이로 인해 갈등이 심해져서, 또는 공부든 뭐든 무기력해 보여서, 심지어 학교 등교를 거부하여서 등의 이유로 상담센터,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게 된다. 때로는 학교 위클래스 등을 통해 자해 상흔에 대한 보고를 받아 병원 진료를 오게 되는 경우도 있다.
지구인은 외계인이 정신병리로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치료적 개입을 시작된 뒤에도 한참동안 알아차리지 못하다가 치료적 개입이 오래 지났는데도 원래 외계인의 모습으로 회복되지 않을 때 비로소 알아차린다. 지나친 학업, 과외보다 원하는 대로 선택하게 하고, 원하는 대로 내버려두었으면 어땠을까 하고 말이다. 또는 좀 더 일찍 무기력해진 외계인의 내면을 살폈으면 어땠을까 말이다.
그렇지만 과거보다는 앞으로가 중요하다. 외계인의 위험경보신호를 알아차려서, 치료를 받기 시작한 경우는 굉장히 괜찮은 지구인의 가정이라는 의미이다.
이 시간은 앞으로의 외계인이 지구인으로 자라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들 중 한 순간을 차지할 테니, 우리 외계인이 어떤 특성이 있고 어떤 스트레스에 취약한지 알게 되는 소중한 시간이 되어줄 것이므로, 그리고 생각보다 외계인은 꽤 튼튼하고 상당한 회복력이 있음을 알게 되고 안심하게 될 수 있을 테니 참 다행이다.
우리 지구인은 상당한 압박과 불안한 사회 속에서 중심을 잡고 외계인을, 외계인의 뇌를 지켜야 한다. 지구인의 매일의 원칙을, 앞으로가 아닌 현재를 잘 돌보며 사는 것에 우선을 두는 것은 어떨까? 매일 푹 자고, 푹 쉬고, 그리고 남는 시간에 앞으로를 위한 좀 더 힘든 과제들을 하는 것으로 말이다.
지켜라! 외계인의 뇌,
원칙은 매일매일
현재를 잘 돌보는 것에 두기로 하자
여러 양육 컨텐츠, 교육 등은 마케팅이 참 많죠. 마치 무엇을 안하면 뒤쳐질 것 같이 불안을 자극하고..
오래 아이들 지켜본 후 내린 결론은, 사실 타고난 뇌를 잘 지켜주는것, 원하는 바를 발견할때 지지해주는 것, 지나치게 먼저 앞서가지 않는것이 중요했어요.
어떤 공부든 아이의 자발성이 선행될때 더 강력하다는걸.. 많은 부모님들은 아실꺼라 생각해요.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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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thelf, D., et al. The Contribution of Novel brain imaging techniques to understanding the neurobiology of mental retardation and developmental disabilities (2005)
Yang FN, Xie W, Wang Z. Effects of sleep duration on neurocognitive development in early adolescents in the USA: a propensity score matched, longitudinal, observational study. Lancet Child Adolesc Health. 2022
A N Davision. The biochemistry of brain development and mental retardation. 1977.
Hilger, K. et al. Predicting intelligence from brain gray matter volume. Brain structure and Function, 2020
Louis Cozolino, 정신치료의 신경과학, 사회적인 뇌 치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