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카시아 Sep 23. 2023

세상을 살만하게, 앞으로가 기대되도록


나를 믿기 어려워 우울하고 불안한 청소년들을 만날 때, 가장 중요한 건,

나를 괜찮게 여기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삶은 결국 혼자 걸어가는 것이기에 나를 믿고, 나와 가장 잘 지낼 수 있게 도와야 합니다.


상담 첫 날부터, 너가 좋아하는 것은 뭐니? 넌 뭘 잘하고 싶니? 넌 무엇을 오랫동안 꾸준히 해 왔니? 잘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뭐니? 하루 동안 주로 무엇을 많이 하니? 좋아서 하는 건 뭐니? 등을 물어보며, 이 친구가 좋아하고, 잘 하고 싶어하는 것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꼭 상담 첫 날 마지막은 “내가 잘하는 것이 있구나. 내가 좋아하는 것이 있구나. 내가 인정받았구나. 나를 알아주는구나”라는 마음을 품고 떠날 수 있도록 의도합니다.


슬프고 속상하고 우울한 일로 상담시간 전부를 쏟지 않도록 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슬프고 속상한 마음을 나눠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데 너가 한주동안 그러면 해낸 것은 뭐니? 한거는 뭐야? 그 힘든 와중에도 한 것이 있구나.” 라는 것을 발견해 줍니다. 우울함에만 머물러있다 떠나면 그 우울함을 고스란히 떠안고 가게 되는 것이지요. 우울함은 내려놓고, 자부심, 희망감, 대견함 등을 가져갈 수 있게 돕습니다. 뭔지 모르지만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뭔지 모르지만 그래도 내가 나의 목표를 위해 나의 힘을 쏟고 있구나 느낄 수 있도록 말입니다.

뭔가 반가운 일을 얘기하면, 박수치며 덩실덩실 하기도 하고, 손을 맞잡고 십대가 된 마냥 꺅 하면서 같이 소리를 지르며 신나하기도 합니다.


삶은 고단하므로 그 고단함을 버티게 해주는건 온전히 내가 가진 나의 힘을 아는 것. 상담을 마치고 난 뒤에는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고 가진 게 많다는 것을 전달받고 돌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안전하고 믿을 수 있고 포괄적이며 새롭고 또한 그 안에서 균열이 복구될 수 있는 애착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관계는 또한 과거의 정신적 외상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자원을 포함하여 환자가 가진 자원의 개발을 증진해야 한다.” –‘애착과 심리치료’ 중

이전 14화 말과 행동의 이면을 살펴주어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