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외계인들은 점점 더 우울해져 간다.
외계인은 십대 아동청소년자녀, 지구인은 오늘도 그들과 동거하며 고군분투 감정소모 중인 우리 양육자들
짜증이 많아진 우리 외계인, 별 얘기 안 했는데도 큰 소리로 화내며 문 쾅 닫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주말에 하루종일 자기 방에 있어서 살짝 문을 열어 보면 누워 자고 있다. 공부는 물론이고 어떤 것도 집중해서 하는 모습을 보기가 어렵다. 매일 우울해 보이며, 흥미나 즐거움을 거의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대부분은 거의 말을 하지 않거나, 문을 닫고 하루의 대부분을 자기 방에 머무르며, 사는 게 지겨워보이고 늘 지쳐있다.
우리 외계인은 사춘기라는 진통을 앓고 있는 것일까?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며 지나가 버리기엔 조금은 위험한 상황 일 수 있다. 만약 이러한 모습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일시적인 기분 저조가 아니라 사실은 정신병리적인 우울함일 수 있다. 즉, 발달상 건강한 수준의 반항 짜증과 병리적인 정신건강 어려움의 구별은 분명히 있으며, 지구인이 아래 있는 소아청소년 우울 척도 문항으로 우리 외계인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것이 아직 서툰 소아 청소년은 우울감이 짜증을 쉽게 내거나 신경질 적인 태도로 표현되거나, 복통이나 편두통 등의 다양한 신체 증상흥미나 즐거움을 으로 표현된다. 또는 지나치게 잠을 많이 자거나 학업 등 집중이 요해지는 활동에 몰두하지 못하고 과도하게 게임이나 유튜브 등을 무의미하게 오랫동안 지속하는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 또래와 있을 때 일시적으로 흥미나 즐거움이 드러나다가도 또래와 헤어지거나 집에 있을 때 기분이 가라앉고 우울해지는 감정기복을 보이게 된다.
아동용 우울 척도는 최근 2주간
나는 항상 슬프다, 나에게 제대로 되어가는 일이란 없다, 나는 모든 일을 잘 못한다, 나는 어떤 일도 전혀 재미가 없다, 나는 나 자신을 미워한다, 나는 자살하고 싶다, 나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을 전혀 원하지 않는다, 나는 언제나 피곤하다, 내가 예전에는 무척 잘하던 과목의 성적이 요즘 뚝 떨어졌다. 등의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최근의 기분 상태뿐 아니라 생리적인 반응의 변화, 부정적인 사고, 의욕 저하, 자살 사고 등을 파악하는 문항들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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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gangnam.go.kr/office/psygn/contents/psygn_depression/1/view.do?mid=psygn_depression
우울증, 우울장애는 치료가 필요한 신경생리학적 불균형 상태로, 원인으로는 유전적 소인, 기질적 취약함이 첫 번째이다. 이는 외계인 각각이 동일한 스트레스 자극에 노출이 되었을 때 우울장애라는 병리로 동일하게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질적 취약함을 가지고 있냐의 차이는 다른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다는 의미로, 우울의 기질적 취약함이 있다면 다른 아이들은 버텨내는 스트레스에 우울장애 증상을 보이게 된다.
두 번째는 신경내분비학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인 cortisol 코티솔이 우울 장애 발생에 기여할 것이라는 설명인데, 여러 연구 중의 한 연구에 의하면 코티솔은 세로토닌 재흡수와 관련이 있으며, 코티솔이 사람의 말초혈액 림프구에서 세로토닌 전달체의 합성을 증가시켜 세로토닌 재흡수를 증가시키는 것이 관찰되었고, 이러한 기전이 뇌세포에서도 일어나 우울장애 발생에 기여할 것이라 설명하는 근거이다. 즉, 우리 뇌의 이완과 수면을 증진시키며 행복감을 포함한 광범위한 감정을 느끼는데 기여한다고 보고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뇌의 재흡수를 증가시켜, 세로토닌이 뇌내에 머무르는 양이 줄어듦으로써 우울감에 기여한다는 설명이다.
앞에도 이야기했듯이 인간의 뇌는 짧은 기간의 스트레스에는 큰 손상 없이 잘 대응할 수 있지만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 분비를 촉진하여 우리 몸의 단백질 합성을 억제하고, 면역 기능을 낮추며,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에 손상을 주어 기억장애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번 우울장애로 추측되면 병에서 회복되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을까?
먼저 외계인의 우울하고 무기력한 정서, 부정적인 사고방식, 죽고 싶다는 자살 사고, 느릿한 움직임과 판단력 저하, 의욕 없음 등으로 인해 지구인이 좀 이상하다라고 파악하기까지 수개월 또는 몇 년이 걸린다. 왜냐하면 보통의 우울한 외계인도 대체로 학교를 잘 가기 때문에 ‘별일 없겠지, 사춘기라 저렇겠지’라고 생각하고 넘어가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학교 담임선생님을 통해 자해의 상흔을 보고 받거나, 학교 정신건강 설문에서 고위험군으로 파악되어 학교 상담센터인 위클래스를 통해 우리 아이의 정신건강이 위험 신호구나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학교에서는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권하게 되므로 보통 지구인은 동네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오게 되는데 외계인이 진료를 받고 종합심리검사를 받고, 결과 안내와 상담으로 이어지기까지도 대략 한 달 정도 소요될 수 있다. 물론 진료 후 약물치료는 바로 이어지게 되는데 약물이 외계인에게 효과를 보이기까지, 만약 처방된 약이 부작용이 있거나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잘 맞는 약으로 수정되며 외계인에게 맞는 약물을 찾기까지 몇 달이 소요될 수도 있다.
우울 발병 이후 오래 경과되지 않은 경우는 치료 효과가 빠르기 때문에 약물치료, 심리상담을 받고 반년 정도 안에 유의미한 변화가 있게 되나, 우울 발병 이후 오래 방치된 경우 약물치료에 대한 반응성도, 상담에 대한 효과도 더디게 되어 적어도 1년 이상은 소요될 수가 있다. 혹여나 우울이 아닌 조울이나 조현병, ADHD 등 공존 병리가 있을 경우, 또는 성격장애 특성을 보일 경우는 약물치료와 상담 치료가 더욱 오래 지속되며 매년, 오래도록 관리가 필요하게 된다.
외계인의 정신병리가 확인된 이후 가장 중요한 것은 외계인의 스트레스를 큰 폭으로 줄여주는 것인데, 우울장애 상태에서 스트레스가 지속되거나 더해진다면 십대 외계인의 충동성이 자해 및 자살시도로의 위험성으로 이어지게 될 수 있어 위기관리가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 청소년 자살 추이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고, 다른 연령대에 비해 10대, 20대, 30대만 유일하게 증가하고 있어서 더 주목된다. 왜 우리나라 어린 세대의 자살은 이렇게 증가하는가를 우리는 깊게 고민해야 한다. (출처- 2022 자살예방백서_ 보건복지부)
외계인들의 스트레스 원인은 학업 및 진로 스트레스, 또래관계 어려움을 주요 원인으로 볼 수 있는데, 여기에 지구인과의 갈등이 더해지면 스트레스는 더욱 가중되고, 외계인은 내 편이 없다는 외로움과 고립감, 의지처가 없다는 감정에 압도되게 된다.
정신건강의학과 종합심리검사를 통해 우울장애로 진단된 외계인들에게는 약물치료가 이루어지며 심리상담을 통해서는 그들의 우울감의 원인을 파악하며 심리적 어려움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돕게 되고, 스트레스가 되는 요인들의 환경 변화를 도움으로써 스트레스를 대폭 줄여주며, 지구인의 정서적 심리적 지지와 더불어, 자신이 가진 자원, 장점, 긍정적 욕구에 주목하며 미래에 대한 희망감과 스스로에 대한 가치감을 느낄 수 있도록 돕게 된다.
다음의 사례는 실제 사례를 각색한 것으로 우울한 청소년이 약물치료와 상담을 통해 우울감에서 회복되었을 때의 과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1. 방과 후 진로에 대한 불안감으로 긴 시간 동안 학원을 병행했던 내담자는 학원을 중단하고 방과 후 충분히 쉴 수 있도록 안내된다. 방과 후 자율적으로 원하는 대로 시간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좋아하고 하고 싶은, 스스로에게 의미 있는 일들로 시간을 쓸 수 있게 되며 외계인은 천천히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발견하게 되고, 학교를 좀 더 버틸만하다고 느끼며, 그래도 사는 것에 희망을 갖게 된다.
2. 자신에 대해 무가치감과 자책으로 괴로워하던 외계인은 치료과정을 통해 자신이 하루하루 잘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비교적 성과도 있음을 인식하고 인정하게 되며 자신의 가치감이 증가된다.
3. 하루종일, 밤새서 게임만 했던 외계인은 자신의 과거가 부끄럽고 후회된다. 그 시간에 다른 효율적인 것을 위해 노력했다면 지금은 좀 더 나은 상황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심리상담사와의 상담을 통해 면밀히 자신의 과거 속 나를 마주한 외계인은 내가 그토록 후회했던 게임중독의 상황이 사실은 나를 살렸다는 것을, 세상에서 만나지 못했던 유능감과 대인관계의 친밀감을 게임 속에서 대리 만족 할 수 있었기에 나는 그토록 게임에 몰두했음을, 그 시간을 통해 나의 우울을 버텨낼 수 있었음을 알게되고, 그런 자신을 진정 이해하게 되며 나를 받아들이게 되고 그 과정을 이겨낸 나의 현재도 더 소중하게 인식하게 된다.
심리상담은 때로는 마술적이기도 하고 예술의 영역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은 매우 과학적이다. 정신병리에 있어서는 늘 약물치료가 전제되어야 하는 즉, 필요조건이나 그 자체로 충분조건은 되기 어렵다 생각된다. 그러나 또 약물치료만으로는 이 변화가 농밀할까 싶다. 결국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반드시 필요하다.
청소년 우울은
사춘기 반항과 다르다.
따라서 구별이 필요하다.
사춘기 절정의 외계인들도 자신의 지구인에 의해 자율성이 침해될 때, 외부 요인으로 인해 일시적인 스트레스를 받을 때 외에는 일상생활을 잘 살아나가며, 의욕을 보이고, 대체로 부모와 잘 대화도 하며, 웃음도 많이 관찰된다. 그러나 우울한 청소년은 그럴 수 없다. 그럴 힘이 없다. 삶이 버겁고 살아나기보다는 차라리 죽는 게 낫다 느껴진다. 죽고 싶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러나 이렇게 우울장애로 고통받는 외계인들도 잘 치료받으면 놀랄 만큼 의욕적으로 자신의 빛깔을 뽐낸다. 어떤 분야에서 흥미와 재능을 드러낸다. 치열하게 삶을, 자신의 미래를 고민한다.
빛난다. 처음 만났을 때 표정이 없었는데 소리 내어 활짝 웃는다. 하고 싶은 것을 이야기한다. 에너지가, 생기가 느껴진다. 이는 기적과도 같은 감동을 준다. 의지를 가지고 살아가는 생명력은, 그 자체로 빛이 나므로
외계인 모두 자신의 빛을 빛내야 한다.
그 자체로 감동스러운 빛을
우울장애로 고통받는 외계인들도 잘 치료받으면 놀랄 만큼 의욕적으로 자신의 빛깔을 뽐냅니다. 어떤 분야에서 재능을 드러냅니다. 치열하게 삶을, 자신의 미래를 고민합니다. 처음 만났을 때 표정이 없었는데 소리 내어 활짝 웃습니다. 에너지가, 생기가 느껴집니다.
이는 기적과도 같은 감동을 줍니다.
저만 이 순간을 만나는게 참으로 아쉽네요.
참고문헌
소아우울증의 모든 것, 김성철
소아정신의학, 홍강의, 학지사
우울증 센터내원초진환자에서 혈중코티솔농도와 해밀턴 우울 평가 척도의 우울증상 항목과의 관계, 윤희준 외, 2015
2022 자살예방백서_ 보건복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