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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그녀의 타이밍.

'첫만남'

by JasonChoi

초등학생 시절 매주 일요일 아침마다 듣던 한마디.

'아들, 예배가게 그만 일어나야지.'

어머니의 이 한마디와 함께 나의 일요일은 시작되었다.
그 시절 일요일 아침에는 항상 같은 기분을 느끼며 눈을 떴다. 정확하게 말로 표현하기 힘들지만, 신비하면서도 편안하면서도 너무나도 즐거운 기분.

내 기억 속엔 눈을 뜨면 항상 창문으로 밝은 햇살이 들어오고, TV가 켜져 있었으며, 화면 속에는 언제나 미키마우스가 나오고 있었다.
나는 그런 일요일 아침을 너무나도 좋아했었다.
TV를 보며 아침을 먹고, 씻고, 옷을 입고
그렇게 예배 갈 준비를 하던, 매번 같은 패턴이지만 이상하게 지겹지 않고 즐거웠던 패턴이었다.
매주 돌아오던 그 일요일들 중에 하루, 나는 예배에 나가 그 아이를 보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에게 유독 더욱더 특별했던 일요일.

내 눈에 보이는 그 아이는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게 반짝반짝 빛이 나는 것처럼 눈이 부셨다.
교회에서 많은 활동을 하던 그 아이가 나는 너무 멋있어보였고 닮고 싶었고 즐거워보였던 것 같다.

그렇다.
나는 첫만남부터 그 아이를 동경하게 되었던 것 같다.
소심했던 나는 그 아이에게 말도 걸지 못하고, 처음 본 그 날부터 매주 교회에 나갈 때 마다 멀리서 한번씩 그저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충분했다.


나의 특별했던 일요일을 더욱 더 특별하게 만들어준 사람을 볼 수 있는 것 만으로도.

첫만남 이 후 같은 패턴의 매주가 반복이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초등학생이던 우리는 중학생이 되었고, 나와 그 아이의 관계는, 내가 처음 그 아이를 본 그 때와 똑같았다.
그 아이는 계속해서 교회 활동에 중심이 되는 역할을 하고 있었고, 나는 조용히 예배만 드리고 가는 아이였다.

그 때에 나는 교회의 싱어가 너무나 멋있어보였었는데 용기가 없어 신청하지도 문의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 아이는 초등학생때부터 예배때마다 싱어를 하고 있었고, 여타 다른 활동들도 많이 참여하는 아이였다. 나에겐 그런 그 아이가 여전히 동경의 대상이었던 것 같다.

정말 답답하게도 나는 아무런 용기조차 내지 못하여,
그 어떤 변화도 없이 중학생 시절이 지나갔다.
인사도, 말도 한번 걸어보지 못하고 그렇게.

나와 그 아이의 첫 대화는 생각보다 더 시간이 흐른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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