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남자 EP 38 (개정판)
"您来这里的目的到底是什么呢?"(부장님 여기 온 목적이 뭐예요?)
차오찡이 뾰로통한 표정을 지으면서 물어온다. 그 태도가 한마디로 싸가지가 없어보인다. 차오찡을 처음 본 이후로 계속 뭔지 모를 불만에 찬 모습으로 나를 쳐다본다.
우리는 영화관 근처 란죠우(兰州拉面)라면집에 자리 잡았다.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차오찡이 따지듯이 묻는 통에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머뭇거린다. 취조하듯 물어보는 그녀의 태도가 불쾌하지만 굳이 주말에 즐거운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아 웃으며 대꾸해준다.
"来这儿看你们的呀~哈哈"(뭐긴 뭐야 너희들 보러 나왔지)
"别开玩笑~"(농담하지 마세요)
그녀는 식상한 듯이 피식 웃으며 미리 시켜놓은 슈에화(雪花) 맥주 한 잔을 혼자 들이켠다. 그녀는 나를 똑바로 쳐다보지 않고 눈알만 움직여 한 번씩 나를 흘기는 모습이 여간 거슬리지 않는다.
장주임은 그런 그녀와는 달리 미소 띈 환한 표정으로 시종일관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런 그녀를 가끔씩 흘겨보는 차오찡은 뭔지 모를 불만이 가득차 보인다.
"炸酱面是谁的?还有红烧牛肉面和刀削面呢?"(자장미엔은 누구 건가요? 홍샤오니우로우미엔 다오시야오미엔도 나왔습니다.)
우리 셋은 각기 다른 라면을 시켰다. 나는 메뉴판에 자장면이 있는 것을 보고 시켰는데… 설마 했지만 역시 실패다. 한국의 자장면까지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두 번은 먹고 싶지 않은 맛이다. 그냥 걸쭉한 간장에 몇 가지 야채와 다진고기붂음을 버무려 하얀 면위에 얹혀 있다. 양념이 너무 짜다. 달달한 한국의 자장을 생각하고 먹었다간 큰 낭패를 본다. 반면 나머지 둘이 시킨 면은 그나마 웬만큼 맛이 보장된 중국 대표 면류이다. 음식을 향한 도전정신은 새로운 깨달음을 주지만 동시에 배고픔도 안겨 준다.
"部长! 您尝尝这个"(부장님~ 이것도 한 번 먹어보세요)
장주임은 몇 젓가락 먹지 않고 입맛을 다시는 나를 보더니 자신의 칼국수 그릇을 나에게 들이밀며 권한다. 차오찡은 고개를 숙인 채 장주임이 내 쪽으로 건네는 면그릇을 따라 눈알을 움직이며 자신의 면을 흡입하고 있다.
난 괜찮다고 했지만 그녀는 양이 많아서 다 먹지 못한다며 덜어가라고 한다. 역시 칼국수가 옳다. 탁월한 선택이다. 차오찡의 홍샤우니우로우면도 맛있어 보이지만 그녀는 자신의 것을 공유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这个真好吃啊! "(와~ 이거 정말 맛있다.)
"那你再点一碗吧"(그럼 한 그릇 더 드세요)
난 한 그릇을 더 시켜서 뚝딱 먹어치웠다. 쫄깃한 면발의 식감이 죽여준다. 음식점 가게 문 밖에는 주방장으로 보이는 눈이 파란 신장(新疆) 사람이 반죽 덩어리를 한 손으로 들고 한 손으론 넓적한 칼인지 판인지 모를 도구로 얇게 썰어 끓는 물에 투하시키고 있다. 반죽에서 썰리면서 돌돌 말려 튕겨나가는 면발이 솥으로 정확하게 다이빙하는 모습이 신기해 눈을 떼지 못한다.
"部长~您谈过恋爱没有啊?”(부장님 연애해보셨어요?)
“这也是不能说得秘密呀~”(이것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이야)
“您真无聊~”(정말 식상하네요)
“无聊就不聊啊~”(식상하면 말고)
“您又来了”(또 시작이시네요 쩝)
그녀는 나의 성의 없는 대답에 실망했는지 미소로 응시하던 표정이 시무룩 해졌다.
"那你有几个女孩子上过床啊?"(몇 명의 여자랑 잤어요?)
“..."
"你干嘛!?(너 뭐야!?)
느닷없는 차오찡의 질문에 자꾸 말문이 막힌다. 혹시 장주임이 경위서의 내용을 차오찡과 공유한 것은 아닐까? 의심의 눈초리로 잠시 장주임을 곁눈질로 쳐다봤다. 그녀는 아니라는 듯 잠시 고개를 사시나무 떨듯 한다. 차오찡은 나에게 불만이 있는 것이 확실하다.
더 이상 가만 보고 있을 수 없다. 위계질서가 무너지기 전에 바로 잡아야 한다. 여직원과 격이 없어지면 공사 구분도 흐려진다. 그만큼 회사생활이 힘든 것도 없다. 여직원 때문에 다시 또 곤경에 처하고 싶지 않다. 회사는 감성이 아닌 이성이 지배하는 공간이다.
"你说得太失礼了吧,你把我当做什么人了?"(너 너무 무례한 거 아니야, 날 뭘로 보고 그러는 거야?)
그제야 그녀는 자신이 수위조절에 실패한 걸 깨달았는지 고개를 숙이고 작은 목소리로 미안하다는 말을 내뱉는가 싶더니, 도리어 나에게 잘못을 묻는다.
"对不… 部长您也认真回答人家问的问题是才对的吧?" (미아...부장님도 사람이 진지하게 물어보면 성의껏 대답해줘야 하는거 아녜요?)
그녀는 잠시 전열을 가다듬고 다시 나에게 쏘아붙인다. 틀린 말이 아닌 것 같아 뭐라고 대꾸하기도 쉽지 않다. 내가 뭐 나이가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닌데 부장이라는 타이틀을 달더니 한국의 꼰대 부장들의 행동을 따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자기 반성이 든다. 자리가 사람을 변하게 하는 것이 맞는 듯하다.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한다더니 그 말이 틀리지 않았다.
"对不起,我对你们不太认真的,小事儿而生气了"(미안해, 내가 너희들 물음에 진지하지 못했네, 별 것도 아닌 거 가지고 화낸 거 같네)
그들도 이런 내 말을 듣고는 이내 자기들도 잘못한 거 같다며 어쩔 줄 몰라한다. 그들도 사적인 자리이고 나이 차이도 많지 않고 편안해서 그런 질문을 던진 것이라고 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나도 그들과 개인적으로 친해져야 하는 상황인데 내가 너무 과민했던 것 같다.
"好吧!那我们在公司外做个哥哥妹妹关系吧, 反正年龄都差不多嘛"(그래 사적인 자리에선 편하게 오빠 동생 하자 나이차도 별로 안 나는데)
"真的吗?"(정말요?)
"说话算话"(뱉은 말을 책임시셔야는거 알죠?)
그들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부장이라는 든든한 백을 얻은 기쁨 때문일까?
”희택 오빠 짱!“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말도 있듯이 장주임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한국말을 써먹는다. 무슨 뜻인지 모르는 차오찡은 빵 터진 웃음을 짓고 있는 우리 둘을 쳐다보며 자신은 끼어들 수 없는 세계가 있음에 소외감을 느끼는 듯 보인다.
난 그렇게 부하 직원들과 격 없는 사이가 되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