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남자 EP 36 (개정판)
일단 이 과장에게 이 건에 대해선 함구(緘口)해라고 부탁을 했다. 당장 이 결재 서류를 들고 총경리를 찾아갈 자신이 없었다. 뭐라도 변명이든 핑계든 만들어내야 했다. 회사 정리하러 보내 놨더니 회사 돈으로 여자 끼고 술이나 퍼 마시러 왔다고 하면 가만둘 상사가 있을 리 만무했다. 이건 완전 징계감이다.
"部长! 我有一个好方法..." (부장님~ 제가 좋은 방법이 하나 있는데...)
"咦? 是什么呢?说说看!" (예? 뭐예요? 얘기해봐요~)
이 과장은 잠시 나에게 가까이 다가오라고 손짓한다. 담배냄새에 절은 시궁창 냄새가 귀속을 통과해 코로 내려온다. 그는 자신이 이 비용을 별도로 처리해 줄 수 있다고 한다. 그의 말로는 태평양그룹 직원들을 통해 그 비용을 처리하자는 것이다.
그는 그들과 친분도 있고 그들도 같이 술을 마셨으니 크게 상관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부총경리와의 식사 1000위엔만 자사에서 처리하고 나머지 10000위엔을 태평양그룹에서 처리하자는 것이다. 난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나야 나쁠 것이 없는 제안이지만 이 과장이 이런 호의를 베푸는 데는 뭔가 이유가 있지 않을까?
"部长!可我有一个条件" (부장님 근데 한 가지 조건이 있어요)
'그럼 그렇지'
리과장은 합작사 공장 착공 비용이 집행될 수 있도록 총경리를 좀 설득해 달라는 것이다. 드디어 본색을 드러낸다. 사실 리과장이 이 회사에 온 목적이 그것이니 당연한 일인 건 사실이다. 법인 설립 이후 공장 착공이 계속 지연되고 있으니 자신은 답답한 노릇인 것이다. 그는 부총경리도 공장 착공 관련 진척사항이 없어 본사(태평양그룹)로 부터 많은 질책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그 또한 질책을 면피할 수 없다. 난 그 어떤 말도 해줄 수가 없다. 안된다고 할 수도 없고 그러겠다고도 할 수 없는 황당한 상황에 처했다. 우리 회사의 의도를 먼저 내비쳐서도 안되기 때문이다.
"那个嘛... 再想想吧" (그 건은 음... 생각 좀 해봅시다.)
"还需要考虑?想到什么时候呀? 不管怎样工厂也得建。该做的快点儿做不就好吗?" (
무슨 생각이 필요하십니까 도대체 언제까지 생각하실꺼예요? 어차피 진행해야 하는 공장 착공 좀 빨리 진행하자고 하는 게 잘못된 것도 아니고)
이 과장은 답답하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며 한 숨을 내쉰다. 꼬리를 밟힌 생쥐 꼴이 되어버렸다. 일단 시간을 좀 벌어야 한다. 난 급한 일이 있다는 핑계로 먼저 옥상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아까 온 문자를 다시 확인했다. 저장되어 있지 않은 번호다.
[不好意思... 您是谁?这号码都没见过 ](실례지만... 누구신지요? 번호가 저장되어있지 않아서요)
난 책상 위에 놓인 결재서류를 서랍 속 깊숙이 집어넣어버렸다. 일이 손에 잡히지가 않는다. 사내 메신저 창에 장주임의 메시지가 뜬다.
[部长~那个不会是事实吧? ] (부장님~ 설마 그거 사실 아니죠?)
[你说什么意思?] (무슨 소리야?)
[是昨天的费用批件的内容 ] (어제 비용 결재서류에 그 내용이요)
미처 생각지 못했다. 리과장이 결재를 올리려고 장주임에게 경위서 번역을 맡긴 것이다. 상황이 좋지 않다. 소문이라도 나면 난 뭐가 되는가? 이놈의 경위서가 결국은 내 발등을 찍는구나. 나는 그녀에게 혹시 다른 사람도 아냐고 물었고 다행히 그녀는 자신밖에 본 사람이 없다고 한다. 결재되어 재무팀으로 넘어가면 다 알게 될 일이다. 정말 이걸 묻고 가야 하는 것인가?
[我太失望了,你这么快忘记我呀! 是和你上床的美女呀~ 你的手表在我手中,想要就联系吧 嘎嘎嘎] (실망인데, 이렇게 빨리 잊어버리는 거야! 너랑 잤던 미녀님이시다 너의 손목시계가 여기 나한테 있네 필요하면 연락해 하하하)
'아니 어떻게 내 번호를 알고 문자를 한 것이지? 도대체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난 그녀에게 다시 문자를 보냈고 시계를 어떻게 하면 받을 수 있겠냐고 물었다. 그녀는 주중에는 힘들다며 일요일에 쉬니까 그때 만나서 주겠다며 밥이라도 사라고 엄포를 놓는다. 다시 만나고 싶지 않지만 방법이 없다. 손목시계도 소중할뿐더러 어쩌면 그녀를 통해서 어제 벌어진 상황을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해소되지 않는 숙취로 업무를 할 수가 없다. 술이 웬수다. 퇴근시간이 되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일찍 가서 쉬어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사무실을 벗어나 거리로 나왔다.
"部长!稍等一下~" (부장님! 잠시만요~)
장 주임이다. 그녀는 나의 뒤를 따라온 듯하다. 표정이 어두워보인다. 잠시 머뭇거리더니 입을 연다.
"您可还没有答复我的聊天短信" (아까 제가 물어본 거 답변 안 해 주셨는데요?)
"说什么? 啊!那个嘛? 可我连这个都给您报告吗?" (뭐 말이야? 아! 그거? 아니 그런데 내가 장주임한테 일일이 그런 걸 다 보고 해야 하는 건가?)
"那不是..." (그건 아니지만요...)
그녀는 말문이 말을 잇지 못하고 한쪽 검지 손톱으로 다른 검지 손톱 위를 긁으면서 눈을 내리깔고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보인다. 난 순간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졌다. 그녀가 나쁜 마음을 먹고 그 사실을 사무실에 퍼뜨리면 나에게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다.
"张主任,对不起!今天我身体不舒服就对你太敏感了吧,当时我工作很忙没空答复你" (장주임~ 미안! 내가 몸이 좀 안 좋아서 예민하게 반응했나 보네, 아까는 일이 좀 바빠서 메신저 답변을 못했어 이해해줘)
"没有~这就是我的失礼,真抱歉。你身体还好吗? 昨晚您喝多了吧?" (아녜요~ 제가 경솔했던 것 같네요 죄송합니다. 그나저나 몸은 괜찮으세요?, 어제 술 많이 드셨죠?)
"没错,胃不舒服头疼" (응, 그것 때문에 속도 좀 안 좋고, 머리도 아프네)
"您拿这个吧,这对熟醉有效的,那我还有事儿做先回办公室了" (이거 드세요, 술 깨
는데 좀 효과가 있을 거예요, 저 가볼게요 아직 일이 남아서요)
그녀는 두 손 모아 조그만 약봉지를 건네고는 등을 돌려 사무실로 돌아간다. 이걸 전해주려고 일부러 나온 건가? 생각지도 못한 그녀의 관심에 잠시 얼이 빠져 그녀의 뒷모습이 사무실 문안으로 사라질 때까지 그녀를 바라봤다. 그리고 순간 꼭 해야 할 말을 잊어다는 걸 깨닫고는 핸드폰을 꺼내 들어 그녀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那个不是事实,你别误会,希望你保密吧] (그건 사실이 아니야, 오해 말아요, 비밀을 좀 지켜줬으면 해)
잠시 뒤 그녀의 답장이 왔다.
[我也就这么想到了,谢谢部长告诉我事实,我会保密的,那么这也是不能说得秘密呀,我们俩之间的秘密越来越多的呀 哈哈] (네 그럴 것 같았어요, 고마워요 부장님 알려줘서, 비밀 지킬게요, 그럼 말할 수 없는 비밀 더 늘었네요, 우리 사이에 비밀이 갈수록 많아지네요 히히)
그녀와 나 사이에 비밀이 많아지고 있다. 앞으로 또 어떤 비밀이 생길 것인가? 일단 약을 먹고 자야겠다. 또 취해서 잠에 든다. 술에 취하고 약에 취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