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남자 EP 35 (개정판)
"아~ 머리야"
깨질듯한 두통과 어지러움에 미간을 찌푸린다. 간신히 한쪽 눈을 개슴치레 뜬다. 하얀 천장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방안은 익숙지 않은 냄새가 가득하다. 눈알을 양 옆으로 돌려 본다. 나의 옆에 하얀색 이불 언덕이 솟아있다. 이불에 무언가가 덮여 있다. 가중되는 두통과 어지러움을 이겨내고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여긴 도대체 어디지?”
내 집이 아니다. 그리고 내 옆 이불 속에 뭔가가 있다. 이불을 살짝 들어 올렸다.
"헉! 누...누구?"
나체의 한 여자가 등을 돌린 체 누워있다. 순간 고개를 아래로 떨구고 바라본 나의 몸도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있다는 것을 그제야 알아챘다.
"什..么呀? 很冷啊~”(뭐…야? 추워~)
잠이 덜 깬듯한 목소리로 그 나체의 여자가 이불을 끌어당긴다. 난 다시 잽싸게 이불을 덮었다. 순간 머릿속으로 다시 어젯밤을 상기시키려 하지만 밀려오는 두통에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다. 시계를 바라보니 8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헉! 출근!"
난 이불 속에서 나와 바닥에 그녀의 것으로 보이는 여자 속 옷과 뒤섞여 널브러진 여러 옷가지들 중에서 내 옷을 찾아 입는다. 그리고 냉장고를 열어 생수 한 통을 목구멍으로 들이부었다. 한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고 화장실로 향한다. 대충 세수와 양치를 마치고 나오니 그 나체의 여성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브래지어를 몸에 끼워 등 쪽 고리를 채우고는 돌리고 있다.
"你要走了?” (가려고?)
"哦~不好意思!我得上班了已经迟到了" (응, 미안해요 출근해야 돼서요, 이미 늦었어요)
“好吧! 那我再睡一会儿咯, 你先走吧” (그래, 난 좀 더 잘께 , 먼저 가)
그녀는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간다. 난 어디 둬야 할지 모를 시선을 이리저리 옮겨가며 가방을 챙겨 들고 호텔방을 뛰쳐나왔다. 닫혀가는 호텔 방문 틈으로 그녀의 "짜이찌엔!(또봐!)"라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哎哟!部长!您就来了!”(아이고~ 부장님~ 이제 나오셨어요?)
어제 같이 술을 마신 리과장이다. 그의 모습을 멀쩡해 보인다. 슬금슬금 조용히 들어오던 나와 눈이 마주치고는 큰 소리로 나의 지각을 대중에게 공표한다. 조용히 모니터만 바라보던 직원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본다. 멋쩍은 표정으로 손을 들어 보이고는 조용히 나의 자리에 앉는다. 파티션 밑으로 몸을 숙인 채 정신을 가다듬어 어제 상황을 상기해본다. 숙취로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部长~您没事吧? 喝一杯咖啡吧!" (부장님~ 괜찮으세요? 커피 한잔 하세요!)
“谢谢,张主任, 你忙吧!” (고마워, 장주임, 일봐요)
장주임이다. 작은 쟁반에 올려진 커피를 내 책상 위로 슬며시 밀어 넣으며 안쓰러운 듯한 표정으로 물어온다. 그 뒤에 쑨메이는 장주임의 선공에 아쉬워하며 들고 있던 커피를 자신이 마시며 제자리로 돌아간다. 난 애써 괜찮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고맙다는 말과 함께 혼자 있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로 돌아간다. 속이 메슥거린다. 나는 조용히 화장실로 향한다. 정체 모를 음식물들이 위액과 섞여 고약한 냄새와 함께 올라온다. 그렇게 몇 번을 토하고 나니 좀 속이 편안해지는 기분이다. 입안을 씻어내고 세수를 하고 나니 한결 낫다. 자리에 돌아온 나는 못 보던 결재서류가 놓여있는 것이 보인다.
'뭐지?'
결재 판을 열어 내용을 들여다 보고는 놀라움과 당황함에 나도 모르게 실소가 터져나왔다. 회식비용 11,000위엔(약 180만 원) 이 적혀있다. 그리고 첨부 서류로 경위서가 붙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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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총경리 주관 전 부장 환영 식사 비용
부총경리 외 2명(전 부장, 이 과장) **궁중 반점 식사 - 1000위엔
* 전 부장 주관 접대 연회 비용
전부 장외 3명(리 과장, 왕**, 조*) **KTV - 8000위엔
* 전 부장 숙박 및 접대부 비용
전 부장 **호텔 - 2000위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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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뭐지?'
자초지종을 알 수 없는 나는 첫 항목의 부총경리와의 환영 식사 이외엔 아무것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리고 아침에 나체의 여성 옆에 누워있던 나의 모습으로 짐작해 봤을 때 나머지 두 항목의 비용이 나로 인한 것이라는 정황 증거가 확실해 보인다. 작성자는 리과장이다. 리과장은 이 모든 내용을 알고 있다는 얘기다.
"李科长~你来跟我谈谈" (이 과장 잠깐 얘기 좀 할까요?)
난 그를 회사 건물 옥상으로 불렀다. 그는 내 뒤를 따라 나오며 담배를 입에 하나 물고는 나에게도 한 개비를 권한다. 나는 손사래를 치며 거절한다. 지금 피면 바로 토할 것 같은 어지러움이 밀려올 거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部长~您酒醒了吗? 昨晚您可太厉害了,我不认得您玩儿得那么爽" (부장님 술을 좀 깨셨어요? 어제 정말 죽여주시던데요, 부장님이 그렇게 화끈하신 분인지 몰라뵀네요)
"你说什么意思?" (그게 무슨 말이에요?)
"难道你不记得了?" (어제 기억 안 나세요?)
그는 어제 부총경리와 식사가 끝나고 얼큰하게 취한 내가 2차로 한잔 더 하자고 제안을 했다는 것이다. 부총경리는 피곤하다며 둘이 간단히 한잔 하고 들어가라며 법인카드를 나에게 쥐어주었다는 것이다.
그는 내가 양주에서 미인들이랑 술을 마시고 싶다며 좋은 곳으로 안내를 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마지못해 이 과장이 KTV(중국의 유흥주점의 명칭)로 안내했고 거기서 우연히 태평양그룹 본사 직원 2명을 만나 합석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비용을 내가 계산했다고 한다. 그것도 접대부랑 숙박비용까지 포함해서... 호주머니의 지갑을 꺼내 열어보니 정말 부총경리의 법인카드가 들어있다.
이 모든 게 사실인지 아닌지 알 길이 없다. 문제는 아무도 내 편이 아니라는 것이다. 술이 문제다. 결국 이 술이 또 한 번 나를 시험에 들게 만드는구나. 리 과장은 태평양그룹 본사 직원들도 같이 있었으니 확인해 보라는 것이다.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이 비용을 총경리께 상신(上申)하면 어떤 징계가 떨어질지 걱정이다. 새는 비용을 감시하라고 이 자리에 앉혀놓았는데... 내가 그 새는 비용이라는 걸 알게 되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这都是真的吗?" (이게 전부 사실이에요?)
"我昨晚劝你好几次可我阻止不了您了反正这费用该怎么办呢,副总经理也还不知道呢"(제가 걱정돼서 부장님을 여러 번 말렸는데... 부장님 고집에 저도 어쩔 수가 없었어요, 그나저나 이 비용은 어떡하죠? 부총경리도 아직 모르시는데...)
안쓰러운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며 얘기하는 이 과장 말투와는 달리 짝 다리를 짚고 서서 한쪽 다리를 떨며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나에게 의심의 품게 하기에 충분한 모습이다.
[喜宅~ 你上班了吗? 你没丢什么东西了吗?嘎嘎](희택~ 출근했어? 뭐 잊어버린 거 없어? ㅋㅋ)
‘이건 누구지?’
모르는 번호의 문자메시지다. 나는 모르는데 보낸 이는 나의 이름을 알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정말 나의 중국 생활은 예상치 못한 일들의 연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