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담배를 연구하다?!

평범한 남자 EP 34 (개정판)

by 글짓는 목수

"立科长!这是什么费用呢?" (리 과장! 이건 무슨 비용이죠?)

"这不是在批件上写着嘛?" (그건 결재서류에 적혀있지 않습니까?)


리타오 과장은 나의 물음에 귀찮은 듯한 말투로 대꾸한다.

예상했던 그 의문의 비용 결재가 또 다시 올라왔다. 관리 본부장인 나의 결재가 있어야 부총경리 그리고 총경리까지 결재가 올라갈 수 있다. 한국과 중국 50:50 합자 회사는 중국인, 한국인 다시 중국인, 한국인으로 순으로 내부 결재가 이루어진다. 합자 회사인 만큼 의사결정을 일방적으로 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한 안전장치이자 견제장치이다. 중국 정부도 외자기업의 100% 투자는 제한하고 있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중국기업과 손을 잡아야만 한다. 기브엔 테이크는 사업의 기본이다. 드넓고 광활한 시장을 얻으려면 무언가를 내어놓아야 한다.


때문에 합자회사는 의사결정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중방(中方)측과 한방(韩方)측이 서로 견제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비용 및 투자 관련 결재에 있어서는 더욱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리과장이 올린 결재서류에는 태평양 그룹(합자회사) 본사 접대비용이라고 적혀있다.


"太平洋集团总公司招待费用,3000块?这就完了吗?没有什么具体解释?"

(태평양그룹 본사 접대비용 3000위엔(약 50만 원), 이게 다입니까? 구체적인 설명은 없어요?)

"这上周跟副总经理一起去的"(그거 지난주 부총경리님이랑 같이 간 겁니다)

"所以呢?"(그래서요?!)


그는 뾰루퉁한 표정이다. 짜증 섞인 말투로 대꾸하고 나를 한 번 흘겨본다. 어이가 없다. 비록 내가 나이는 어리지만 엄연히 이 조직의 중간 책임자이다. 이건 그냥 나를 무시하는 행동으로 밖에 생각이 되지 않는다. 내가 한국에서 여태껏 겪어왔던 한국의 꼰대 부장의 위엄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 배운데로 써먹는 법이다.


"你跟谁一起吃饭喝酒的? 拿给我名片看看 (누구랑 식사하고 접대했는지, 명함 가져와봐요!)

"没有名片!" (명함 없어요!)

"这像话吗你?花了3000块钱连客户的名片都拿不到?"(말이 돼요? 3000위엔 [약 50만 원]이나 쓰고 고객의 명함 하나도 못 받았다고요?!)

"..."


그는 내 눈을 피하며 딴청을 피운다. 그도 더 이상 얘기해 봐야 답이 없다는 걸 느꼈는지 똥 씹은 표정으로 사무실 천장만 쳐다본다. 나는 결재서류를 덥고 그에게 다시 내밀었다. 그가 결재서류를 받지 않자 나는 그냥 그대로 바닥에 던져버린다. 리과장은 나의 이런 과격한 행동을 예상하지 못했던지 놀란 당황한 표정이다.


"拿回去吧~ 你再写给我支付详细内容!"(가져가요~ 다시 지출 상세 내용 써오세요!)


그는 바닥에 떨어진 결재서류를 집어들고서 그의 자리가 아닌 부총경리실로 들어간다. 그가 들어간 지 몇 분이 지나자 부총경리가 나온다. 그의 손에는 그 결재 서류가 들려있다. 그 뒤에 그림자처럼 리과장이 입가에 미소를 띠고 따라온다.


"全部长,这是上周我跟太平洋总公司财经部门一起吃饭的费用,你有什么问题吗?"(부장, 이거 지난주 내가 태평양 본사 재경팀 사람과 식사한 비용인데 무슨 문제가 있나?)

"没有太大的问题,只是立科长没有告诉我详细内容,还有这事儿总经理知道的吗?"

(아니요. 큰 문제는 아닙니다만, 이 과장이 지출 내역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어서요, 그리고 이 접대 건은 총경리님께 보고가 된 내용인가요?)

"这不必告诉总经理呀?" (이걸 총경리님께 알릴 필요가 있나?)

"咦?你的意思是?!" (예? 무슨 말씀이신지?!)

"你没看过公司章程?" (자네 회사 정관 못 봤나?)


그는 지그시 나를 내려다보며 절제된 나지막한 어조로 물어온다. 그제야 난 순간 감전된 사람처럼 머릿속이 찌릿함을 느꼈다. 생각이 짧았다. 신중하지 못한 나 자신이 한심스럽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회사 정관(회사 내규)에 비용 전결 규정을 확인하지 못했던 것이다. 3000위엔 이하는 부총경리 전결이다. 그 말은 3000위엔 이하는 부총경리 재량으로 비용 처리를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제야 리 과장이 과거 올렸던 비용 결재 건의 대다수가 3000위엔 이하라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2000~3000위엔 사이의 불분명한 비용 지출이 많다.


이전에 있었던 주재원은 뭘 했던 것인가? 희택이 이곳에 오기 전에 관리본부장은 현장 생산 부장이었던 사람이었다. 중국어도 모를 뿐더러 이런 비용에 대해 신경도 쓰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난 그의 앞에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부장의 직급을 달고 가장 기본적인 사내 규정도 모르고 있었으니 말이다. 사회 초년생의 티를 벗어낼 수 없어 보인다. 그에게 난 그냥 일개 하룻강아지일 뿐일지도 모른다. 난 결재서류에 사인을 해서 그에게 건넬 수밖에 없었다.


"음... 확실히 내가 예상했던데로구만"

"어떻게 할까요? 총경리님?"


장총경리는 담배에 불을 붙이며 연기를 내뿜는다. 그리고 소파에 등을 기대고 잠시 생각에 잠긴다. 난 그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다.


"투자 자본금을 최대한 온전히 회수하려면 정관부터 바꿔야겠구먼!"

"정관을 바꾸려면 동사회 승인이 있어야 되는데 중방 측에서 동의를 할까요?"

"그렇군... 쩝... 그럼 비용 처리 건에 대해선 적당한 명분을 만들어 별도 지출 경위서를 첨

부하라고 공지해"

"넵, 알겠습니다"


나는 사내 온라인 게시판에 총경리의 특별 지시사항으로 회사 원가 절감의 명분을 내세워 1,000위안(약 17만 원) 이상의 비용 결재에 대해서는 별도의 경위서를 첨부하라고 공지했다. 그리고 별도의 경위서 양식을 첨부해서 올렸다. 공지 이후 사무실 운영비용을 제외하고는 한 동안 공지한 금액 이상의 결재가 올라오지 않았다. 사실 사업이 잠정 보류 중이 회사에 큰 비용 결재 건이 있을 리가 만무한 상황이다.


“全部长~今晚没事吧?跟我一起吃一顿晚饭怎么样?"(부장~ 오늘 저녁 별일 없지? 나랑 저녁이나 먹지 그래?)

"只跟我一起吗?"(저랑 만요?)

"是 你来这儿以后没有跟我吃过一顿饭的吗,顺便有话跟你谈谈"(응~ 여기온 후 나랑 밥 한끼도 안 했잖나, 할 얘기도 좀 있고)

“好的“ (그러시죠)


갑작스레 부총경리가 퇴근 시간이 다가올 때쯤 나에게 저녁을 먹자는 제안을 해왔다. 느닷없는 그의 제안에 좀 당황스럽긴 하지만 그와 좀 더 친분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퇴근시간 그의 차에 올랐다.


그의 차는 아우디 A8이다. 차 안이 깔끔하다. 우리 회사와는 별개로 태평양 그룹 본사에서 그에게 내어준 차이다. 확실히 규모가 큰 회사라는 것이 느껴진다. 아직 사업 초기라 장총경리도 K5를 타고 다니는데 부총경리가 아우디를 타다니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그에게도 합자사에서 준중형급 신차를 제공하게 되어 있지만 그는 그 혜택을 거부했고 대신 매달 별도의 품위 유지비가 집행되고 있었다. 그는 태평양 그룹에서도 별도 급여를 받고 있는 듯 보였다. 그와 이런저런 사적인 얘기를 나누는 도중 문자 메시지가 왔다.


[部长~您别喝多了!副总是酒鬼~ 你小心吧!他心里有鬼 :) ]

(부장님~ 많이 마시지 마세요! 부총경리 술 정말 잘 마셔요~ 조심해요! 그는 무슨 꿍꿍이가 있을지도 몰라요 ^^)


장주임이다. 이건 애정 어린 충심인가? 아님 충심 어린 애정인가? 그녀의 문자를 읽고 난 후 다시 바라본 부총경리의 미소 섞인 표정 뒤에 숨겨진 또 다른 모습이 느껴지는 듯하다.십여분을 달려 도착한 곳은 으리으리한 궁궐 같은 중식당이다. 중국 전통 복장인 치파오를 곱게 차려입은 여종업원이 방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全部张!您来了!请请这里边儿来坐" (전 부장! 오셨어요! 여기 안쪽으로 앉으시죠)


도착한 방에는 이미 리타오 과장이 앉아있다. 우리가 들어오는 것을 확인하고는 이내 일어서 웃으며 나를 반갑게 맞이한다. 낮에 회사에서의 나에게 보여줬던 행동은 온데간데없고 상당히 호의적인 태도로 돌변해있다.


'도대체 뭐지? 이 분위기는… '


뜻밖의 부총경리와의 저녁초대와 당황스러운 리과장의 환대 속에서 만찬이 시작되었다. 고급스러운 술과 음식들이 원형 테이블에 올라오고 ‘깐깐깐’(干:마를 간 - 술잔을 비우다는 건배라는 뜻)을 외치며 도수가 40도 가까이 되는 빠이주(배갈)를 쉴 새 없이 비우고 채우고를 반복한다. 안주도 제대로 집어먹을 새 없이 목이 타들어가는 빠이주를 연거푸 마셨더니 이내 술기운이 온몸을 감돌기 시작한다.


"副总~您今天不是说过有话跟我谈谈的吗?到底是什么事呢? 请您尽管说吧~"

(부총경리님~오늘 저랑 상의할 일이 있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무슨 일인가요? 말씀해보세요)

"没什么。我只是想和全部长打好关系,听说你在韩国总公司企划部工作的,果然是很厉害!"(별거 아니고, 전 부장이랑 좋은 관계를 가지고 싶어서지, 듣기로 한국 본사에서도 기획실에서 근무했다던데 듣던 데로 능력자 구만)

"哇~真的吗? 全部长您又年轻又能干真了不起哟~来来~副总! 我们为全部长喝一杯吧!"

(와 정말요? 전 부장은 젊고 능력 있고 정말 대단하네요 부총경리님 우리 전 부장을 위해 건배하시죠!)

"好好 来来! 为全部长继续发展干杯!"(그래 자자! 전 부장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건배!)


옆에 앉은 리과장은 부총경리를 도와 나를 띄워주며 비싼 담배라며 빨간색에 금색의 흘려 쓴 정체 모를 한자가 적힌 담뱃갑에서 담배를 꺼내 나에게 건넨다. 난 담배에 불을 붙여 한 모금 빨아들인다. 머리가 핑 돌면서 몸속이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다.


둘의 지속적인 술과 담배 공세에 정신이 혼미해진다.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건지 알아내기도 전에 내가 먼저 넉다운될 것 같다. 정신은 버텨야 한다 외치고 있지만 몸은 이미 통제불능 상태가 되어가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겠지만 중국에서는 술 잘 마시는 것 또한 무시할 수 없는 필수 비즈니스 능력이다. 모든 중요한 비즈니스는 술과 담배가 빠질 수 없다. 오죽하면 옌지우 옌지우(研究,烟酒 : 두 단어의 발음은 같지만 다른 뜻으로 전자는 연구하고 고민한다는 뜻이고 후자는 술 담배를 뜻한다.)라는 말이 있다.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서 우선 같이 술 담배를 하면서 고민해보자는 뜻으로 중국인들 사이에서 진담 섞인 농담으로 통한다. 뭐 노골적인 접대 요구라고 보면 될 듯하다. 술과 담배는 중국 비즈니스에선 빠질 수 없는 필수 매개체인 것이다. 면전(面前)에서 술, 담배를 거절한다는 건 '난 너랑 할 말 없어'라는 뜻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나는 왜 꼭 이렇게 몸까지 버려가면서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 건지 이 세계를 이해할 수 없다.


그들의 속내를 알아내고 어떻게든 여기 사업을 빨리 정리해야 한다. 회사를 위해 나의 몸 속 혈중 알코올 농도는 계속 올라가고 있다.


정신이 혼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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