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과 애정 사이

평범한 남자 EP 33 (개정판)

by 글짓는 목수

"你想吃什么"(뭐 먹고 싶어?)

"我都无所谓,部长您想吃点儿什么呢?"(전 괜찮아요, 부장님 드시고 싶은 거 있으세요?)

"今天你帮我忙,你想吃什么就吃什么吧" (오늘은 네가 내 일을 도와줬으니, 네가 먹고 싶은 걸로 결정해)

"恩... 那我们吃火锅吧!"(그럼 우리 중국식 샤브샤브 먹어요)

"好!你说了算"(그래, 네가 원하는 데로)


장주임은 뛸 듯이 기뻐하며 자신이 아는 훠궈 음식점으로 안내한다. 회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크진 않지만 장사가 잘되는지 식당 안은 사람들로 붐벼 자리가 없을 정도다. 그녀는 종업원과 몇 마디 주고받고는 나에게 온다.


"部长~这店的火锅很好吃的生意红火,我们等一会儿,没关系吧?"(부장님 이 가게 훠궈 정말 맛있어요, 장사도 잘되고 우리 좀 기다려서 먹어요 괜찮죠?)

"我无所谓,那我在外边抽一根烟好吧"(괜찮아, 난 밖에서 담배 한 대 필께)


나는 음식점 밖으로 나와 담배를 하나 꺼내 물었다. 뉘엿뉘엿 해가 지고 있다. 아직 겨울의 한기가 물러나지 않은 초봄의 저녁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담배 끝에서 피어나는 연기에서 온기가 느껴진다.


갑자기 또 다른 온기가 한쪽 손에서 느껴진다. 장주임은 어느 샌가 내 뒤에서 살며시 나의 나머지 한 손에 깍지를 끼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란 나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들어 빼낸다. 그녀는 뭐가 그리 우스운지 놀란 나의 표정을 보며 연신 웃음을 감추지 못한다.


"部长~ 你这太可爱了吧?" (부장님 반응 너무 귀여우신 거 아녜요?)


나는 놀란 표정으로 그녀의 웃고 있는 모습을 그냥 넋 나간 사람처럼 한동안 쳐다본다. 나는 당황한 나머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망설이다 말할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三号客人请进" (3번 손님 들어오세요)

"部长~到我们了,进去吧" (부장님 우리 차례예요, 들어가요)


피다만 담배를 끄고 안으로 들어간다. 종업원의 안내로 우리는 식당 안 빈자리로 향했다. 식당 안은 온통 훠궈에서 피어나는 진한 향이 섞인 수증기와 붐비는 사람들의 열기로 후끈거린다. 그녀는 메뉴를 받아 들고 자연스럽게 내 옆으로 와서 앉는다.


“部长,你吃点儿什么呢?" (부장님 뭐 드실래요?)

"你先坐在前边好不好?"(너 일단 앞쪽에 좀 앉아줄래?)


나는 시선을 메뉴판에 고정한 채 손가락으로 앞 쪽 자리를 가리키며 장주임에게 말했다. 그녀의 눈을 바라보고 말할 자신이 없다. 그녀의 표정이 어땠는지 알 수 없지만 그녀는 말없이 내 옆을 떠나 앞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그녀와 적당한 거리 유지가 필요할 것 같다. 나의 이성과 감성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녀를 통제해야 한다는 강한 의무감 같은 것이 생겨난다.


'기선 제압이 필요해, 그래도 부장인데… 얕보였다간 한도 끝도 없이 기어오를지 몰라'


"部长~那么我帮你点菜好吗?" (부장님 그럼 제가 대신 주문할께요)

"随你的便吧,我都无所谓" (네가 알아서 해, 난 다 괜찮으니까)


그녀는 주문 용지에 나와있는 여러 가지 훠궈 재료에 이리저리 체크를 하고는 종업원을 부른다.


"部长~ 喝一杯啤酒可以吗?"(부장님 맥주 한잔 괜찮아요?)

"可以啊~" (좋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식탁은 갖가지 재료들로 가득 차기 시작한다. 태극모양의 훠궈 냄비 안에는 빨간 국물과 하얀 국물이 펄펄 끊기 시작한다. 그녀는 갖가지 재료들을 그녀만의 순서와 방식대로 빨간 국물과 하얀 국물 속으로 투하한다.


“部长,你喜不喜欢辣的?“(부장님 매운 거 좋아하세요?)

“我喜欢”(응 매운거 좋아해)


장주임은 빨간 국물 안에서 살짝 데쳐진 고기와 채소를 나의 앞 접시에 올려놓으며 흐뭇한 미소를 보인다.


"在韩国长辈先吃东西对吧?"(한국에서는 연장자가 먼저 음식을 먹는 거죠?)

"你连这个都知道?" (이런 것도 알아?)


그녀는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관련 책이나 드라마, 영화 등을 꼭 챙겨 본다고 한다. 그리고 돈을 모아서 내년엔 한국 여행을 다녀오고 싶단다.


그녀는 두 손으로 받쳐 든 맥주병을 나의 앞으로 내민다. 드라마에서 본 대로 흉내 내는 모습이 귀여워 보인다. 나는 얼떨결에 두 손으로 그녀의 잔을 받다가 이내 나의 직위를 인식하고 잔에서 슬그머니 한 손을 떼어 놓는다. 그 모습을 본 그녀는 또 소리 없는 웃음을 짓는다. 나의 부장 연기가 그녀의 눈에는 어색해 보이는 듯하다.


"部长, 您为什么整理财务支付明晰呢?" (부장님은 근데 왜 재무지출 내역을 정리하시는 거예요?)

"恩… 总经理就让我做这事儿,所以我就做嘛" (총경리님께서 시키시니까 하지)

"哈哈哈 这当然啊, 难道您不知道为什么总经理吩咐你做这事儿吗?" (하하하~ 그건 당연한 거고요, 설마 총경리님이 왜 이 일을 지시하셨는지 모르시고 하시는 건 아니죠?)


나는 장주임의 말에 순간 움찔한다. 그 모습을 그녀가 눈치채진 않았을까 하는 걱정과 함께 내가 그녀를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도 주임이면 회사생활을 최소 4~5년은 했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나보다도 회사생활 경력이 더 많은 사회생활 선배이다. 그런 그녀의 해맑은 모습에 속아 그저 갓 졸업한 사회 초년생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부장 타이틀을 달고 나니 자리가 사람을 바뀌게 한다는 말이 틀리지 않은 것 같다. 스스로가 신입사원이었음을 망각하고 이제는 진짜 부장 행세를 하려한다. 물론 부장행세를 해야하는 것이 나의 임무이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연기일 뿐이다. 내가 너무 연기에 몰입을 하고 있는 것인가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我当然知道啊~,可我不必告诉你吗"(당연히 알지, 근데 내가 너에게 알려줄 필요는 없잖아!)

"原来如此, 您这么说了我有点郁闷" (그렇군요, 그렇게 말씀하시니 좀 서운하네요)

“我们别谈起工作的事好不好?“(우리 업무얘기는 그만 하는게 어때?)

“好的。我应该乖乖的听部长的命令”(알겠어요. 전 부장님 명령을 따르겠사옵니다)

“你别这么说这不是命令啊”(그렇게 말하지마, 명령이 아니라…)

“哈哈哈 开玩笑的啦”(하하하 농담이예요)


장주임은 당황해하는 나의 모습이 재미있는지 웃음을 감추지 못한다. 나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난감하다. 이상하게도 그녀의 웃는 모습이 싫지가 않다.


“部长你知道吗?办公室里的女职员们大部分都对你很有兴趣“(부장님 그거 아세요? 사무실에 있는 여직원들 대부분 부장님한테 관심있는거”

“为什么?”(왜?)

“你说呢?”(부장님 생각은요?)

“我哪儿知道?”(내가 어떻게 알아?)

“你又年轻又有能力,而且你长得也很帅嘛,所以没有一个女生不感兴趣呢”(부장님은 젊으시고 능력도 있으시고 게다가 잘생기기까지 하셨으니까요, 여자가 관심을 안가질 수가 있겠어요?)

“哈哈哈 不至于吧”(하하하 설마!)


장주임의 말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사실 사무실에서 여직원들이 나를 쳐다보는 시선들을 느끼긴 했지만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다. 한국에서는 여직원들 사이에서 요주의 인물이었지만 여기서는 인기남이 되었다. 기분이 나쁘지 않다. 아무래도 내 나이에 부장 타이틀이 적지 않은 역할을 한 것이 분명하다.


어딜가나 남자는 명함과 자리가 자신을 대신한다. 사람들은 자리에 걸맞는 말과 행동을 하게 되고 그것을 자신의 모습과 동일시 한다. 그러다 그 자리와 명함이 사라지면 자신이 사라져 버린 것 같은 공허함을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나도 지금 부장이라는 타이틀에 자신을 맞춰가고 있는 중이다. 나중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 말단 사원으로 내려가면 그 때는 아마 그 공허함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계속 부장으로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是真的,你不相信?我不会说谎的”(정말이예요, 못믿겠어요? 전 거짓말 안해요)

“我信我信,我真没想到这么受女生的欢迎 哈哈哈”(믿어믿어, 내가 여자들한테 그렇게 인기가 많은 줄 몰랐네 하하하)

“部长你小心谁会勾引你的”(부장님 조심해요 누가 부장님을 꼬시려들지 몰라요)

“哈哈哈 我知道了我相信你不会勾引我”(하하하 알았어 난 믿어 넌 날 꼬시지 않을꺼라고)

“我?当 当然啦 我我只是保护你” (저요? 그…그럼요 저..전 그냥 부장님을 보호해줄 뿐이예요)


장주임은 나의 예상치 못한 말에 당황한 기색으로 말을 더듬으며 대답한다. 그 모습이 재미있고 한편으로는 귀엽다는 생각이 든다. 방금 전까지 생기발랄하게 말하던 장주임은 할 말을 잃었는지 말없이 음식만 먹는다. 북적거리는 식당 안에서 잠시 동안의 둘만의 적막이 흐른다. 그녀는 앞에 놓인 맥주를 홀짝홀짝 들이켠다.


“这个真好吃,这是什么呀?" (이거 정말 맛있네, 이거 뭐야?)

"真的吗? 那个事猪脑啊,我喜欢的,没想到你也喜欢" (정말요? 그거는 돼지 뇌예요, 제가 좋아하는 건데 부장님도 좋아하실 줄 몰랐네요)


나는 순간 위 속에 음식물들이 역류하려는 것을 억지로 참아냈다. 그런 나의 모습에 그녀는 다시 이전의 생기 있는 미소를 되찾은 모습이다.


"部长~您来这里的目的是什么呀?还有你这么年轻怎么这么快当个部长呢? "

(부장님 여기온 목적이 뭐예요? 그리고 어떻게 이렇게 빨리 부장을 다셨어요?)

"这个嘛?不能说的秘密哟" (... 그건?... 말할 수 없는 비밀이지롱)

"你又来了,无聊!~" (헐~ 또 시작이네요, 재미없어~)

"无聊就不聊呗" (재미없음 그만이지 뭐)

"哈哈哈 部长你太幼稚了吧? " (부장님 너무 유치한거 아녜요?)


그녀는 나의 재치 있지만 식상한 대답에 웃음을 지어 보이면서 잔을 들어 건배를 제안한다. 그녀의 얼굴은 식당 안 훠거의 열기와 술의 취기가 더해져 한층 붉어져 있었다. 나도 그녀의 웃음과 미소에 취해가고 있는 기분이다. 꽤나 중독성이 있다.


"我不管您来这里的理由是什么,我会尽力帮你的"(당신이 여기 온 이유가 무엇이던, 전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


나의 눈을 응시하며 말하는 그녀의 시선을 피할 수가 없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진지한 충성 맹세에 말문이 막힌다. 그녀의 말이 나에게 알 수 없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는 기분이다. 천군만마를 넣은 군주의 마음이 이러하지 않을까? 아님 적진에 홀로 떨어진 비밀요원에게 본드걸이 온 느낌이랄까? 양주에 온 이후 처음으로 느껴본 든든하고 따뜻한 관심이다.


내가 이곳에 온 이유가 자신과 다른 직원들을 구조 조정하러 온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되면 어떻게 될까 나를 도와준다는 것은 자신과 동료의 자리를 내어주어야 한다는 사실도 모른 채 결의에 찬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가슴 한구석을 아프게 만든다.


"可为什么呢?" (그런데 왜?)

"因为我喜欢你!"(그건 당신을 좋아하니까요!)

"..."


군신의 관계가 충심이 아닌 애정이 엮였다는 것만 빼면 완벽해 보인다. 그녀가 남자였다면 삼국지의 도원결의의 한 장면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무엇으로 엮이든 일단 내 편이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나의 임무를 완수하려면 일단 적보다는 아군이 많아야 하니까 어쩌면 그녀를 통해서 뭔가를 이뤄 낼 수도 있지 않을까?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不知所措' (어찌해야 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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