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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목수 Sep 13. 2019

글을 쓰며 바뀐 것들

[글 쓰는 삶을 위한 일 년] 수전 티베르기엥

   글을 쓰기 시작한 지 1년 반이 지났다. 아무 생각 없이 적기 시작했던 블로그와 브런치에 이제 여러 글(에세이, 서평, 소설, 일기, 회고록, 영화평 등)들로 채워져 나의 생각과 흔적을 대변하고 있다.


  세상에 나들 드러낸다는 두려움이 컸다. 그 두려움을 걷어내는 과정이 글쓰기였다. 나를 숨기며 살아온 시간이 길었던 만큼 뿜어져 나오는 글이 풍부해졌다. 세상 속에 작은 톱니바퀴처럼 보이지 않게 살아가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한국이란 나라에선 더욱더... 사회 속에서 찾을 수 없는 나를 글 속에서 찾아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제 글쓰기는 나의 삶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다글 쓰는 삶을 살기 시작하면서 변화가 생겼다. 

Writier is the person who has writing habit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일단 글을 쓰기 위해 읽어야 했다. 처음엔 뭘 써야 할지 몰랐다. 키보드 자판에 손을 올려놓으면 화면의 커서만 점멸 신호등처럼 깜빡일 뿐 손가락은 멈춰있다. 읽으면서 생각이 정리되고 글감이 생겨났다. 책 속에서 얻은 지식과 감동을 나의 현실과 비교하게 되었다. 책 속에서 얘기하는 내용과 현실의 괴리가 세상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만들었다. 과거 나는 사람들의 말에 나를 맡기고 살았다. 교사와 상사의 말이 진리인 줄 알았고 동료와 친구의 말에만 공감했다. 말에 깊이가 없다. 아니 깊이가 없는지 몰랐다는 것이 맞겠다. 이해와 깨달음보다는 주입과 복종의 말이 대부분이다. 상대방을 앞에 두고 하는 말은 내가 깊이 있는 생각을 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글은 생각하게 만든다. 생각하는 삶이 시작되었다.


주변을 관찰하게 되었다.


  일을 할 때, 산책을 할 때, 쇼핑할 때 등등 주변 사람이나 사물을 유심히 관찰하는 습관이 생겼다. 특히 호주라는 낯선 나라에선 관찰 거리가 더욱 많다. 밖으로 나가면 호기심 천국이 된다. 트레인을 타고 가다 옆자리에 앉은 흑인 여성에게서 낯선 체취가 느껴진다. 그녀가 스마트폰 속에 시선을 고정한 채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다. 궁금하다 뭘 보고 있을까? 나랑 같다. 그녀도 유튜브를 본다. 흑인들은 흑인이 나오는 유튜브를 본다. 지금 내가 한국 유튜브를 보는 것처럼... 다민족으로 이루어진 호주라는 나라는 각각의 문화와 생활을 가지며 산다.

섞여 산다고 섞이는 것은 아니다.


메모를 하게 되었다.


  나이가 들어 기억이 오래가질 않는다. 순간의 감정과 느낌 그리고 떠오른 과거의 추억을 메모장을 켜 핵심 단어들로 메모해 둔다. 때론 사진을 찍어 둔다. 나중에 책상에 앉았을 때 그것들이 기억의 고리가 되어 글을 써 내려간다. 붐비는 트레인 역에서 순간 멈춰 서서 메모를 하다 사람들과 충돌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몰래 사진을 찍다 오해를 받은 적도 적지 않다. 그런 난감한 상황조차도 나에겐 글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당황스러움은 잠시지만 그 기억과 추억은 글로 남는다.


솔직해지기 시작했다.


  자신을 속일 수 없다. 기록은 사실과 기억에 근거한다. 소설(픽션) 또한 작가의 기억과 상상력의 조합인 것이다. 허구는 꾸미고 창작하는 것이지 거짓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다. 상상과 꿈 또한 기억에 근거한 잠재된 세계인 것이다. 깜빡이는 커서 앞에 앉아 있으면 머릿속에 과거 기억들과 나의 감상들이 뒤섞여 새로운 진실들이 떠오른다. 거짓이라면 그렇게 시원시원하게 적혀내려 갈 리 만무하다. 그러다 욕심이 생긴다. 진실들을 감추고 싶어 진다. 독자를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픽션을 가미하고 상상과 꿈을 접목한다. 뼈만 있던 글들이 살과 피부가 붙기 시작한다. 글이 유기적 결합체로 존재감이 커진다. 뭐라고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존재가 된다.


갈등에 빠진다.


  진실된 글은 현실의 나와 충돌한다. 세상에 불편한 진실들이 많다. 불편하지만 들어내어야 하는 것이 작가이다. 그 과정 속에서 내면의 나와 세상과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게 된다. 드러낸 불편한 창작이 타인을 언짢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범죄자와 비슷한 구석이 있다"

                                             - 김영하의 [옥수수와 나] 중에서-


  작가도 사람이다. 미움과 증오, 음흉함 등의 악한 감정도 가지고 있다. 현실에서 분출하지 못하는 감정과 행동들을 글 속에서 토해낸다. 그것이 내면 깊숙이 악마를 숨기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더 이상 위인전이나 동화 속에서 공감을 받지 않는다.


외로움과 친해진다.


  책을 읽고 사물을 관찰하고 메모를 하는 일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짐을 뜻한다. 물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어울려 대화하고 정감을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글도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 속에서 소재와 영감을 얻기 때문이다. 하지만 혼자 있는 시간이 나에게 깊은 생각에 빠지게 하고 외로움이 차오르면 글도 차오른다. 작가는 분명 외로운 사람이다.          

Write about Dream

   일 년 반이 흐른 지금 나의 글쓰기는 일기로 시작해서 글감이 있는 서평이나 영화평으로 이어졌고 다시 에세이(오피니언, 퍼스널, 여행), 회고록으로 머릿속 기억과 생각 속에서 끄집어내어 쓰고 있다. 다음은 꿈과 상상이 섞인 소설이다. 쉽진 않다. 기억 속에 꿈과 상상을 붙여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일까 소설가들을 우러러보게 되었다.                  


  공모전에 여러번 글을 올렸다. 물론 당선되진 않았지만 정성을 들여 수십 번을 고쳐 썼던 글이기에 애착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당선작의 글을 읽어 보았다. 대상을 받을 만한 글이었다. 글의 주제와 가장 부합했고 공모전의 취지에 잘 들어맞은 글이었다. 나의 글은 아직 많이 부족하다. 부족하기에 계속 읽고 쓸 것이다.


  고민하지 않고 그냥 느낌과 생각의 흐름을 따라 써내려 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 전체를 생각하고 글을 쓰려다 보면 결국 시작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모든 것은 과정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쓰다 보면 방향이 보이고 의도치 않던 글감들이 계속 떠오른다. 그것이 글을 더욱 풍족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Writing = Life

 "삶이란 어느 한 사람이 살아온 과정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이 그 과정 속에서 기억하는 내용, 그리고 그것을 기억해서 이야기하는 방식, 그것이 바로 삶이다." 

                                                - [글 쓰는 삶을 위한 일 년] 중에서 -


  삶은 글과 닮아있다. 우리의 삶 속에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기억 속의 이야기가 기록될 때 비로소 삶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현재의 우리는 과거 글을 통해 삶을 배운다. 글이 바로 역사인 것이다. 삶은 기록되어 글이 될 때 비로소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다. 신기하게도 기록하게 되면서 삶을 더욱 의미 있게 살고자 하는 의지도 생겨난다. 나의 일상이 글감이 되기에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기대되는 삶이 되어간다.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마음이 생긴다.  

One year to a writing life

   얼마 전 읽은 책[글쓰는 삶을 위한 일 년]일기에서 시작해서 소설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어떻게 써야 할지에 대해 체계적으로 설명하며 작가의 길을 열어주고 있다. 각 장르마다 대표적인 예시 작품과 연습문제를 넣어 스스로 글을 적으면서 연습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글쓰기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혀 없이 시작한 나였기에 전문적인 글쓰기 코칭이 담긴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책을 읽고 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욕망이 다시금 샘솟는다.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 나도 모르지만 그냥 기억과 상상을 따라 쓰다 보면 나만의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1인칭 아니면 2인칭 그리고 배경, 인물들, 내가 세상에 하고자 하는 얘기를 설정하고 그냥 무작정 써 내려가다 보면 언젠가 원석이 나오지 않을까? 깎고 다듬고 갈다 보면 원석이 보석이 되어갈 것이다. 얼마나 긴 잉태의 기간을 거쳐야 할지 모르지만 언젠간 세상에 나올 날을 기대해 본다.


  나는 오늘도 이렇게 한 편의 삶을 쓰고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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