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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목수 Oct 01. 2019

나를 찾아가는 길

책 읽기와 글쓰기의 시작

나를 드러내는 것이 두려웠다.


  나는 홀로 기도하고 찬양하는 것을 좋아한다. 과거 지방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 힘든 일이 있거나 괴로울 때 주말마다 가까운 교회를 찾았다. 교회 예배당 한 구석에 앉아 혼자 기도하고 찬양하며 하늘에서 듣고 있을 누군가를 향해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을 토해내었다. 세상은 내 말에 귀 기울여 주지 않지만 하늘에 있는 누군가는 아무말 없이 들어주었다.


   그냥 세상 속에 묻혀서 나란 존재를 잊고 살아왔다. 세상이 그걸 원한다고 생각했다. 회사에서도 가정에서도 지인들 사이에서도 나의 생각은 중요치 않았다. 내가 타는 차와 내가 다니는 회사 그리고 내가 받는 연봉이 더 중요해 보였다. 나는 그것들을 놓치지 않으려 안간힘을 다해 살았다. 아니 살았다기보다 버텼던 것 같다. 그것들을 놓치면 내가 없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양질 비례의 법칙'인가? 나의 질(가치)은 내가 가지고 있는 물질의 양과 비례한다고 생각해왔다. 나를 죽이고 대신 물질로 나를 채워가는 삶을 살았다. 계속 무시되는 나의 말과 생각은 이제 내 안에 갇혀 버렸다. 그냥 조용히 나를 죽이고 세상의 한 톱니바퀴로 숨 죽이며 살아야 입에 풀칠을 할 수 있는 세상이다. 월급이라는 돈의 노예가 되어 갔다.


   지인의 권유로 책을 만났다. 난독증과 활자 기피증으로 나에게 책이란 부담스러운 존재였다. 남들보다 두세 배는 더 많은 시간을 더 들여 책을 읽어야 했다. 게임이나 영화를 즐겼던 나에게 쉽지 않은 변화였다. 게임과 영화는 시간은 빨리 가지만 남는 것이 없었다. 그렇게 나를 죽이고 즐기고를 반복하는 일상 속에 삶의 의미를 잃어가고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부터 왜 내가 이런 모습인가를 조금씩 알아가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머릿속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거짓과 가식으로 위장한 현실 속의 사람들과는 달리 책은 진실을 알려 주었다. 그 이후 사람들과 같이 하는 시간보다 책과 같이 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늦은 퇴근 후에도 근처 도서관을 찾았고 주말이나 휴일에도 가까운 카페에서 책을 읽었다. 생각이 많아지면서 알게된 책과 현실의 괴리가 나를 힘들게 했다. 현실이 나를 속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책 속에선 나를 글로 표현하라고 한다. 시키는데로 해볼까? 무엇을 써야 할지 몰랐다. 노트북 화면 속 깜빡이는 커서만 멀뚱히 쳐다보다 덮기를 수십 번, 읽은 것을 적기 시작했다. 책을 보고 느끼고 생각한 내용을 글로 옮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서평을 적기 시작한 지 3년 다 되어간다. 읽고 쓰는 삶이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책을 덮으면 글을 쓰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생각이 정리되고 나의 삶이 그 속에 기록되기 시작했다. 매일 책 속에서 또 다른 나를 발견하면서 성장하고 있다.


 '네 자신을 알라'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이 이제 조금 이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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