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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교만 사이

[그리스 로마 신화_신박한 정리] 박영규

by 글짓는 목수

“감히 신인 나에게 도전하다니 오만하구나. 널 살려둘 순 없지만, 내 너의 능력을 인정해 널 다시 살게 해 주마 하지만 다신 신에게 대들지 못하게 인간이 아닌 존재로 만들어주마”


아테나 여신과 아라크네 여인의 길쌈 대결은 인간의 능력이 신의 능력과 비등해지려 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신화 속의 교훈이라고 해야 할까? 신은 인간이 자신과 같은 능력에 도달함을 그리 달갑게 여기지 않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 말은 인간만이 신의 능력에 다가갈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신의 능력에 도전하다가 거미가 되어 버린 불운한 한 여인의 이야기가 오만함의 마지막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아테나 여신은 그리스로마 신화 속 신들 중에서 나에게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그건 아마도 여신의 탄생 신화와 그녀가 일으킨 많은 에피소드 때문일 것이다. 사건 사고가 많아야만 오래 기억된다. 그리스로마 신화에는 수많은 신들이 등장하지만 그 신들 중에서 가장 유명한 신이라면 아마도 올림푸스 12 신이 아닐까? 이 열 두 신은 가진 능력도 뛰어나지만 그들이 가진 개성이 인간의 모습과도 아주 많이 닮아있다.


5가지 키워드 - 암투, 연애, 영웅, 모험, 괴물


5개의 키워드가 그리스로마 신화를 모두 설명한다. 그리고 이건 인간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과 크게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신은 자신을 본 따서 인간을 만들었다는 성경 속 이야기가 그리스 로마 신화에도 딱 들어맞는다. (유일) 신이 우주를 창조한 성경과 우주(카오스)가 신을 창조한 그리스 신화는 시작부터 완전히 틀어지긴 했지만 말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 속에 등장하는 신들은 정말 인간과 같이 말하고 행동한다. 완전해야만 할 것 같은 신이 다들 한 성격 하는 개성만점 캐릭터들이다. 성격이 무난하고 온순하면 보통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모난 돌이 정을 맞으면 아프지만 그걸 지켜보는 자들은 그게 오히려 더 재미있다. 그런 무난하고 조용한 신은 이야기에서 그 비중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파란만장해야 재미있고 오래 기억된다. 그래서 평범하고 무난한 사람이 기억에 남지 않듯이 무난한 신도 신화 속에서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올림푸스 12신 (제우스, 헤라, 데메테르, 포세이돈, 아테나, 헤파이스토스, 아폴론, 아르테미스, 아레스, 헤르메스, 아프로디테, 헤스티아)

올림푸스 12번째 신


제우스는 자신의 아버지(크로노스)와 할아버지(우라노스)가 독재정치를 펼치면서 나락으로 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자신은 12명의 신들에게 권력을 분산시켜서 신들의 세계를 통치했다. 1인 독재가 아닌 12인의 의회통치로 권자의 자리를 유지했다. 서로 협업하며 견제하도록 설계했다.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하고 무너질 수밖에 없음을 잘 알고 있던 현명한 신이었다. 제우스가 임명한 12 신 중에 가장 존재감이 없는 신을 꼽으라면 헤스티아를 들 수 있다. 존재감이 없으면 교체된다. 그 12번째 자리는 헤스티아(여)에서 디오니소스(남)로 교체되었다. 왕좌와 권력에 관심이 없는 가정의 수호신 헤스티아는 그 자리를 디오니소스에게 양보했다. 인간의 유전자가 섞인 반신반인(半神半人)이 올림푸스 12 신의 신전 올라간 건 디오니소스가 유일하다. 그 때문에 올림푸스 신전의 12 신의 남녀 균형이 깨져버렸다. 6:6에서 5:7로 성비가 깨졌다. 신들의 세계에서부터 가부장 제도가 시작되었다. 전 세계 어디에도 여자가 남자보다 많은 의회는 찾아보기 힘들다. 12번째 신이 대체된 이유는 디오니소스가 뛰어나고 유별하기도 하지만 헤스티아가 너무도 온순하고 순결한 사건 사고 없는 모범적인 신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그런 헤스티아의 성격 때문에 제우스를 비롯해 다른 대부분의 신들의 존경을 받았다.

헤스티아와 디오니소스


아버지를 빼 박은 맏딸


아테나(로마식 : 미네르바) 여신은 전쟁과 지혜의 여신이다. 그녀가 양손에 든 창과 방패는 그녀가 모순의 여신임을 의미하기도 한다. 지혜롭고 정의로울 것 같지만 질투와 시기심도 만만치 않은 여신이다. 그 모습은 아버지인 제우스를 꼭 닮아있다. 그래서 제우스가 가장 아끼는 자녀 1 순위는 단연 아테나 여신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아버지의 머리를 깨고 그 안에서 태어난 딸이다. 모체가 아닌 제우스의 몸에서 태어난 자녀가 둘이 있는데 첫 번째가 아테나이고 두 번째가 바로 디오니소스이다. 디오니소스는 제우스의 허벅지에서 태어났다. 그래서 그는 풍요의 신이 되었다.

아테나

아테나는 지혜의 여신이자 제우스의 첫 여자 아니 첫 여신인 메티스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다. 그런데 어떻게 제우스 머리에서 나왔냐고? 메티스가 낳을 아들이 자신을 위협할 수 있는 존재가 된다는 예언을 들은 제우스가 임신한 메티스를 삼켜버렸다. 그런데 메티스가 그 안에서 아테나를 낳았고 아버지인 제우스의 머리를 깨고 세상 밖으로 나왔다. 어머니인 메티스는 제우스의 머리에 남아 계속 지혜를 불어넣어 주고 아테나는 세상에 나와 어머니의 지혜와 아버지의 공격력을 갖춘 문무를 겸비한 여신이 되었다. 그래서 지혜와 전쟁의 상징이 되었다.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제우스에 비견할 만한 능력을 가진 신을 둘 꼽으라면 그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아테나와 티탄 족의 후손인 프로메테우스가 아닐까 생각된다. 인간(남자)을 만들고 인간에게 불을 안겨준 프로메테우스는 신과 인간의 대립 구도를 만들어낸 장본인, 아니 장본신이다. 그래서 제우스의 큰 노여움을 사서 쇠사슬에 묶여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는 벌을 받는다.


그리스의 수도는 아테네


그리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아테네가 아닐까. 그도 그럴 것이 그리스의 수도가 아테네이고 아네테는 그리스 문명의 발상지이자 서양철학이 싹튼 곳이며 신화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그 도시의 이름이 아테네 인 것은 아테나 여신 때문이다. 그 중요한 성지를 다스릴 신을 정할 때 포세이돈과 아테나가 맞붙었다. 포세이돈은 제우스의 형으로 그 영향력과 힘이 막강한 신이었다. 그녀에게는 큰 아버지 뻘인 존재였지만 아테네의 사람들은 포세이돈이 보낸 말이 아닌 아테나가 보낸 올리브 나무를 선물로 선택했다. 민주제 직접 선거에서 큰 아버지를 제치고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승리했다. 제우스는 포세이돈이 형이었기에 아마도 그 분쟁에 관여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아테나가 승리한 것을 보고 얼마나 감격을 했을까? ‘역시 내 큰 딸’이라며 자랑을 하고 다녔을 것이다.

아라크네

오만(傲慢)으로 거미가 된 여인


아테나 여신은 아버지인 제우스를 닮아 질투나 시기심이 강했다. 제우스는 누구나 알듯이 그리스로마신화의 중심 신들의 신이다. 제우스를 능가하는 신은 없다. 그건 제우스가 자신의 능력에 도전하는 자는 신은 가만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프로메테우스가 그런 존재?!) 그의 권위에 도전하는 자는 죽음을 면치 못했다. 아테나도 그런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아 경쟁심이 강했다. 그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아나크네 와의 길쌈 올림픽이다. 아테나는 신전에서 옷을 짜는 길쌈의 여신이기도 했다. 그녀가 가장 길쌈에 능한 여신이었다. 그런데 인간 세상에서 길쌈에 가장 뛰어난 능력을 가진 여인이 있었는데 그녀가 바로 아라크네다. 그녀는 자신의 능력을 자랑하다가 아테나의 눈에 띄게 되고 아테나는 길쌈 올림픽을 제안했다. 둘의 길쌈능력은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비등했다. 그런데 아라크네가 수를 놓은 작품은 신들의 문란한 생활을 묘사한 작품이었다. 아테나는 그것에 분노했다. 하찮은 인간에게 신들이 농락당하는 수모에 분노한 아테나는 아라크네를 작품을 찢어버리고 그녀를 거미로 만들어 버렸다. 다시는 신에게 도전하려는 것을 원천 차단해 버린 것이다.

메두사

교만(驕慢)으로 뱀머리가 된 여인


아테나에게 희생당한 또 하나의 유명한 여인이 바로 메두사이다. 메두사는 아름다운 미모와 비단 같은 머릿결을 가진 여인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머릿결이 아테나 보다 훨씬 아름답다고 자랑하고 다녔다. 그녀가 그럴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그녀가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건 바로 그녀의 남자가 포세이돈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버지의 형이 사랑하는 여인이었다. 그런데 결정적 사건이 벌어진다. 이 둘이 아테나의 안방인 파르테논 신전에서 육체적 교합을 하는 일이 벌어졌다. 아테나는 자신의 신전을 더럽힌 이 둘을 가만 둘 수 없었지만 올림푸스 12 신 중 하나인 포세이돈은 자신도 어쩔 수 없는 존재였다. 그 분노가 메두사에게로 향한다. 아테나는 메두사의 머리카락을 뱀으로 만들고 그녀가 다시는 남자와 사랑을 나눌 수 없도록 그녀의 눈을 보면 돌이 되어 버리는 저주를 내린다. 그리고 결국 나중에는 아테나의 도움을 받은 페르세우스에게 목이 잘린다. 그 잘린 머리는 아테나의 상징인 정의의 방패(이지스)의 장식이 되어버린다.


“하나님은 교만한 자를 물리치시고, 겸손한 자에게 은혜를 주시니라”

- 야고보서 4:6 –


“교만이 오면 망함이 오고, 겸손한 자에게는 지혜가 있느니라.”

- 잠언 11:2 -


이처럼 아테나 여신은 오만과 교만에 찬 인간을 벌주는 신으로 자주 묘사된다. 아버지인 제우스가 신들의 세상에 정의를 구현하는 존재였다면 아테나 여신은 인간 세상에 정의를 구현하는 신이었다고 하면 적절할까? 기독교에서도 인간에게 가장 큰 죄악은 교만이라고 말한다. 제우스와 아테나 또한 오만과 교만에 찬 존재(신과 인간)에게 벌을 주는 신이었다.


인간이나 신이 나 오만과 교만은 결국 그 대가를 치르게 되어 있다. 신화도 성경도 그것을 말하고 있다.

내가 아테나 여신에게 끌리는 건 아마도 내가 가지지 못한 검(힘)과 방패(지혜)에 아름다움(감성)까지 갖춘 존재이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스로마 신화 신박한 정리_ 박영규


- 오만과 교만의 차이점 (GPT의 비교)

오만은 행동으로 드러나는 거만함에 초점을 맞추고,

교만은 마음속의 자만심이나 자부심이 지나친 상태를 뜻합니다.

즉, 오만은 행동적인 표현, 교만은 내면적인 태도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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