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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일출과 달콤한 아침

발리에서 생긴 일 ep12

by 글짓는 목수 Mar 21. 2025

呜呜 我不能再上去了”(으어엉엉, 너무 힘들어  올라가겠어)

呀, 里蹲下来怎么办啊”( 여기서 이렇게 주저앉으면 어떻게 )

“Let’s take a rest here for a while, we still have time until sunrise.”( 쉬었다 가요아직  뜨기까지는 시간이  있으니까)


  바투르 화산 중턱 즈음 올랐을 때였다웬웬은 울음을 터뜨리며 땅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나는 헤드렌턴으로 그녀의 얼굴을 비추었다짜증 가득한 표정을  얼굴에는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것들로 범벅이 되어있다새벽부터 일출과 함께 찍을 프로필 화보 사진을 위해 이쁘게 화장까지 했는데... 땀과 눈물로 범벅된 화장은 그녀의 얼굴을 조커로 바꾸어 놓았다나도 온몸이 땀으로 젖어버렸다전날  내린  때문에 숲 속은 더욱 습했다땅까지 젖어 질퍽해져 있었다신발에는 진흙이 쩍쩍 들러붙어 오르는 발걸음을 더욱 무겁게 하고 있었다웬웬은 그런 진흙 바닥에 아랑곳 않고 주저앉은 모습을 보니 정말 죽을  같이 힘든 모양이었다.


快起得日出之前到山然已经来里应该看到美的日出才好” (이제 일어나 어서 해뜨기 전에 올라가야지여기까지 왔는데 멋있는 일출은 보고 가야지 않겠어?)

哪儿有意思呢。毕竟也得下爬上去呢 “ (멋있긴 개뿔이나 멋있겠다어차피 내려올 산을 도대체  올라가는 거야?)

得死干活着呢? “ ( 어차피 죽을 건데  사냐?)

了,直是作家,真难得相“ ( 시작이네하여튼 글쟁이들은 상종하기 힘들어.)

呀!你别这样好不好?” ( 자꾸 이럴래?)

我不去,打死我都不去” ( 때려죽여도  )

“Wenwen, please give me your backpack.” (웬웬가방을 나에게 )


  그때 카렉이 웬웬의 등에  가방을 받아서 자신의 앞가슴에 둘러메었다카렉은  뒤로 가방을 메고 올라가는 짐꾼이 되었다마치 히말라야를 등반하는 셰르파 같아 보였다카렉의 그런 호의에 웬웬은 일어나서 걷지 않을  없었다웬웬은 자신의 가방이 꽤나 무겁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녀는 전날 밤에 산에 올라서 일출을 배경으로 찍을 화보 촬영을 위해 각종 의상과 액세서리들을 가방에 잔뜩 집어넣어 가지고 왔기 때문이었다산에서 먹을 식사를 위한 식자재를 가득 담은 카렉의 가방도 가벼워 보이지 않았다

 

  앞뒤가 가방으로 빵빵해진 카렉은 천천히  위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달라붙은 그녀의 레깅스에는 그녀의 탄탄한 허벅지와 종아리 근육에 한껏 힘이 들어가는 모습이다나와 웬웬도 다시 그녀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붉은색의 암석들과 그것들이 부스러진 자잘한 돌멩이들이 눈에 띄게 많아지고 있었다화산 폭발  흘러나온 용암이 굳은 암석들이었다.


“Aaaah~ ”(어어어~~ 아악 !)

霈云你没”(페이윈괜찮아?)

“Are you Ok?!”(괜찮아?)


  어둠 속에서 발을 헛디뎠다발에 뭔가 미끄러운 것이 밟혔다 물체에 몸의 무게 중심을 옮길  그것이 구르듯이 미끄러졌고 나는 무게 중심을 잃어버리고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어버렸다바위에 꽁지뼈를 찧었다통증이 상당했다한동안  통증에 정신이 혼미해서 일어날  없었다그때 헤드렌턴 불빛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기다란 막대기 같은 것이었다흙이 잔뜩 묻어있는 막대기는 그냥 나무 막대기는 아닌  보였다나는 손을 뻗어  막대기를 집어 들었다. 덕지덕지 묻어있는 흙을 털어내자 비로소 그것이 악기라는 것을   있었다대나무로 만들어진 피리였다꽤나 오래된 것인지 곳곳에 손때가 타서 거뭇하고 윤기가 있었다.


那是什呀? 你踩掉那了?”(그게 뭐야그걸 밟은 거야?)

”()

倒霉”(재수 없게버려버려!)

“Let me see, I think I saw this somewhere…”(어랏?! 그거 어디서  듯한데…)


  카렉은 전날 같이 산에 올랐던  남자가 일출과 함께 자욱해진 안갯속에서 불던 피리소리(Jesus, Joy of Man's Desiring BWV Cantata 147) 기억난다며 말했다 피리를 직접 보진 못했지만 여태껏 바투르 화산에서 수없이 올라 다녔지만 그런 피리 소리를 들어본  그때가 처음이었다고 했다

 

  핏빛으로 물든 안갯속에서 피리 소리가 울려 퍼질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들려오는 피리소리에 웅성거리던 소리를 멈추고  피리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고 했다그리고 서서히 안개가 걷히고 드러난  남자의 그림자는 피리를 부는 모습이었다고 했다.


  나는 조용히  피리를 가방 안에 집어넣었다그리고 카렉이 내민 손을 잡고 다시 일어섰다엉덩이 뼈에 통증이 남아있었다그렇다고 가는 길을 멈출  없다길을 떠난 자는 반드시  길을 스스로 돌아와야 한다그것이 산이 인간에게 알려주는 삶의 진리이다힘들어도 오르고  오르면 언젠 가는  이상 오르지 못하는 곳에 닿게 마련이다

 

  그럼 이제 다시 내려와야 한다 정상의 자리는  다른 사람이 오를  있도록  자리를 비워줘야 하기 때문이다사람마다 각자가 다른 정상의 자리가 있다힘들게 오랜 시간을 오른 사람은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함일 것이다 높은 곳에 오르면   곳과  넓은 것을   있게 된다힘들고 고된 시간은  많은 것을 깨닫고 느끼게 되는 과정이다지금 나와 웬웬 그리고 카렉은 어둠 속에 가파른 산길을 숨을 헐떡이고 땀에 젖어 오르고 오르면 분명 보고 느끼게  환희가 기다리고 있음을 믿는다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우리는 다시 산을 올랐다.


于到山”(우아드디어 정상이다.)

~太漂亮了”(저것 우아너무 이쁘다)


  우리가 산 정상에 도착했을 때 앞에 우뚝 솟은 (아방산)에서 해가 올라오고 있었다 위에 올라있던 세계 각국에서  등산객들의 탄성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새빨간 점이 점점 번지듯이 커져가며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나와 웬웬은  장면을 한동안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형언할  없이 벅차오르는 기분을 표현할 길이 없었다여태껏 보아온  어떤 일출보다도  의미심장하게 느껴졌다.


  태양이 산의 그림자를 벗어나 온전하게 모습을 드러내자 하늘은 조금씩 푸른빛을 띠기 시작했다그리고  아래 그림자에 가려져 있던 화산 호수와 호수 앞의 마을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아래는 옅은 안개가 깔려 마치  폭의 아름다운 그림 같았다빛이 어둠을 몰아내고 세상을 깨우고 있었다그리고 마을과 호수를 덮고 있던 안개가 서서히 걷히면서 선명한 풍경을 드러내고 있었다.


霈云拍我照片 快快”(페이윈사진  찍어줘 어서어서!)


  웬웬은 언제 옷을 갈아입었는지 진흙이 잔뜩 묻어있던 바지가 아닌 드레스 같은 치마를 입고 나타났다알고 보니 바지 위에 치마를 입었다마치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쓰는 아이보리의 밀집모양 모자까지  전의 짜증 가득한 표정은 사라지고 입가에 미소를 띠며 일출을 바라보고 있다그리고 빨리 사진을 찍으라며 나에게 소리친다나는 호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그녀를 찍었다일출이 만든 그녀의 실루엣은 마치 하늘로 날아오를 듯한 천사 같아 보인다.


拍了”(찍었어?)

拍了”()

我看一下这个再拍。”(어디 ... 이걸로 다시 찍어줘)


  웬웬은 다시 나에게 뛰어오더니 내가 찍은 사진을 확인한다흡족해하지도 그렇다고 실망스럽지도 않은 표정이다배경이 너무 아름다우니 웬만해선 사진이 나쁘게 나올 수가 없다. 그녀는 좀  나은 사진을 위해 자신의 최신 핸드폰을 나에게 건넨다거울을 보며 화장을 고치고 가방에서 다른 액세서리들을 꺼내 이리저리 포즈를 취하며 나에게 촬영을 지시했.


  나는 어느새  작가에서 사진작가로 바뀌어버린 듯했다.    작가니까 크게 상관은 없다다만 사진보다는 글이  마음에 든다그건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드는 마력이 있기 때문이다보이는 것을 통해  다른 것을 보게 하는 사진과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차이라고 할까? 사진은 선택되고 잘리지 않은 풍경과 인물을 '나'라는 프레임으로 선택하고 잘라내는 것이다. 편집이다. 글은 머릿속에 추상적인 이미지를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것이다. 거기에 시간의 흐름까지 추가하면 서사가 된다. 영상이 바로 사진의 서사이다. 사진은 구체적인 전체를 부분적으로 잘라내고 영상이 그것들을 연결시키는 것이다. 사진이 전체에서 부분을 잘라내 보여주는 것이라면 글은 부분에 전체를 보여주는 연상(聯想)의 방식이다.


  나는 사실 사진을 보면서 다른 이미지를 상상하고 그것을 글로 옮긴다마치 그림을 그리듯이 글을  내려가는 것을 좋아한다그래서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한다물론 그리  찍지는 못하지만 말이다지금  앞에 저년이 계속  씹은 표정으로 자꾸 이러쿵저러쿵 잔소리를 하며 사진의 구도를 잡아주고 지적하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이건 내가 일반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선호하는 스타일의 사진을 찍지 않는다는 말일 것이다나는 나에게 의미 있는 것을 의미 있는 구도에서 찍는다. 그것을 보며 상상한다. 한 장의 스틸 컷이 주는 현재의 느낌이 과거와 미래를 만들어 낸다. 한 장 정지된 이미지가 만들어내는 과거와 미래의 이미지와 연결되며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Hey~ you ladies, have some this.”(이것  먹어봐)


  그때였다 정상 만들어진 작은 움막에서 카렉이 쟁반에 음식을 들고 나오고 있었다. 그 안에는 간단한 조리를 할 수 있도록 되어있었다. 그녀는 커피와 삶은 계란과  바나나를 으깨어 만든 샌드위치였다커피잔에서 뜨거운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주변 곳곳에서도 뜨거운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때 나는 이곳이 살아있는 활화산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커피잔에서 올라오는 향과 화산에서 올라오는 아지랑이의 유황의 냄새가 섞여 오묘한 향기가 만들어졌다.


“Wow~ it’s so delicious.”(우아너무 맛있는걸)

“It’s very unique taste that is steamed banana and boiled egg mixing together”(그러게 바나나를 이렇게 쪄서 삶은 계란이랑 섞으니 맛이 오묘하게 맛있는데.)

“Really? Oh, thank goodness. It’s steamed and boiled by volcanic water. ”(그래다행이다이거 화산수로 찌고 삶은 거야)

“Oh~ really?”( 정말?)

“Yes, eat more there are a lot.”(많이 먹어 모자라면 말해  있으니까)

“Thank you so much”(고마워)


  눈과 입이 즐겁다고통 뒤에 보이는 것과 맛보는 것은 무엇이든 환희를 가져다줄  있다아무리 맛있는 것과 좋은 것들에 둘러싸여 있어도 그것들 보다  맛있고 좋은 것만 찾아 헤매는   밑에 사람들은   없다.


  찬란한 일출과 달콤한 아침 칠흑 같은 어둠  지독한 고통을 견디고 찾아왔다.


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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