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무슨 맛으로 먹을까? 내가 어렸을 땐 가장 대중적이고 많이 소비된 커피는 자판기 커피, 혹은 믹스커피였던 것 같다. 둘둘둘이라는 말이 있었을 정도로, 설탕, 커피, 프림을 가득 담아 달달하고 고소한 커피는 밥 한 그릇 먹고 난 뒤 입가심으로 아주 딱이었다. 그러고는 비엔나커피도 유명했는데, 달달한 커피 위에 휘핑크림이 올라가 있는 커피는 커피전문점이 생기기 시작했을 무렵이었던 것 같다. 그 당시엔 카페에 전화기도 있었고, 앉아서 옆 테이블에 전화를 하거나, 삐삐를 치고 기다렸다가 통화할 수 있어서 젊은 세대들이 많이 갔던 것 같다. 그 후엔 헤이즐넛 커피가 유행했고, 그 커피는 향은 참 좋은데 맛은 무슨 맛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갑자기 아메리카노가 갑자기 현대인의 필수가 되어버렸다. 적당히 쓴맛의 검은색 커피에 얼음을 타 먹는 것이 여름에, 그리고 따끈하게 먹는 것은 겨울에 인기를 끌었다. 하루의 루틴이 되어버린 향 좋은 쓴 물은 나도 참 좋아한다.
16세기 중반, 오스만 제국은 예멘을 정복하며 커피를 제국 전역에 확산시켰다. 이스탄불의 골목마다 등장한 카흐베하네(Kahvehane), 즉 커피하우스는 커피만 파는 곳이 아니었다. 이곳은 정치 토론, 시 낭송, 음악 연주, 장기 게임이 가득한 사회적 문화적 집합장소였다. 아마데오 프레치오지의 〈Ottoman Coffee House〉나 미히르디치 지반얀의 〈A Coffee House in Tophane〉 같은 그림은 이러한 풍경을 정밀하게 기록한다. 화폭 속 남성들은 낮은 탁자와 쿠션에 둘러앉아, 작고 짙은 향의 잔을 기울이며 세상의 소식과 이야기를 나눈다. 커피하우스의 향은 전쟁과도 연결된다. 1683년, 오스만 제국의 빈 포위전이 실패로 끝난 뒤, 후퇴한 군대가 남기고 간 커피 자루가 유럽인의 손에 들어갔다. 전설에 따르면, 유럽인들은 당시 커피를 볶아 마시는 방법을 몰랐기에 그 커피 가루를 ‘낙타 사료’ 정도로 여겼다고 한다. 그런데 게오르크 프란츠 콜시츠키는 이 자루를 들고 빈으로 돌아가 오스만에서 배운 방법대로 커피를 볶아 추출하고, 여기에 설탕과 우유를 넣어 부드럽게 만든 음료를 판매했다고 한다. 그곳이 바로 1683년에 빈에 첫 번째 커피하우스 ‘블루 보틀(Blue Bottle)'이었다. 비록 역사적 사실과 전설이 뒤섞여 있지만, 오늘날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시작된 블루보틀 커피는 이 전설에서 이름을 가져왔다. 17세기 빈의 한 작은 가게 이름이 21세기의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로 부활한 셈이다. 커피는 여전히 ‘대화를 위한 무대’를 제공하며, 그 향과 온기는 시대와 장소를 뛰어넘어 사람들을 모으는 힘을 가진다.
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