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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치도치상 Dec 09. 2023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될 수 없는가 II

플라톤의 이데아가 “상상 속의 이상형”이라고?

철학이 비즈니스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비즈니스 컨설팅을 해 보지 않은 저로서는 잘 모릅니다. 그러나 철학이 ”삶의 무기“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은 압니다. 삶에 직접적으로 유용한 이득(benefits)을 가져다주지 못하죠. ”삶의 무기“가 되는 것이 철학이었다면 요즘 광풍이 분다는 초등 의대 준비반이 아니라 초등 철학 준비반이 있었겠죠.


굳이 “삶의 무기”라는 비유를 가져다 쓴다면 무기의 재료가 되는 철, 플라스틱 등을 공급해 주는 역할을 철학이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겠습니다만, 무기요? 글쎄요.


저자의 플라톤 이데아 편을 읽다 보면 (p.272-275) 억지로 끼워 맞추기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습니다. 이데아를 가리켜 “상상 속의 이상형”이라고 해석하더라고요. 플라톤의 이데아가 그런 의미인 줄 몰랐습니다. 저는 그렇게 배운 적이 없어요.


이 이데아 (Idea)라는 단어로부터 우리가 사용하는 아이디어가 왔습니다. 네 맞습니다. 플라톤이 말한 이데아는 “상상 속의 이상형”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말합니다. 우리말에서는 아이디어를 좁은 의미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어서 영어로 아이디어의 의미를 알아보죠.


영어로는 생각(thought)과 아이디어(idea)가 구분됩니다. thought은 스치는, 혹은 흘러가는 생각을 말합니다. 여기서 thought을 두고 뭔가 발전(forming)시켜 나간 것이 idea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스쳐 지나간 생각이 아니라 정형화된 특정한 생각 (formed thought)이 idea입니다.


그런데 Idea가 “상상 속의 이상형”이라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Idea를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숫자, 언어 등이 그렇습니다.


숫자 0,1,2,3,4…는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실제(existence)하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존재합니다. 숫자는 형이상적인 개념 (metaphysical concepts)입니다. 플라톤적으로 말하면 일종의 이데아입니다. 숫자가 “상상 속의 이상형”인가요? 큰일 날 소리입니다. 아마 숫자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0과 음수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우리가 누리는 이 과학적 발전들은 없었겠죠.


언어 역시 플라톤적으로 이데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언어 역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존재하는 형이상적 개념입니다. 실제 우리가 맞닥뜨리는 세상의 사물 그 무엇도 언어는 없습니다. 단지 언어가 그 사물을 지칭할 뿐이죠. 그래서 언어는 “상상 속의 이상형”인가요? 아니오. 존재하죠. 이데아로서 존재합니다.


숫자와 언어가 “삶의 무기”가 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무기의 재료 정도는 될 수 있겠죠. 수에 계산이 밝은 사람은 아마도 비즈니스 사회에 중용될 터이고 언변이 화려한 사람에게도 그러할 겁니다. 이렇게 철학은 "삶의 무기"가 아니라 재료를 공급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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