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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치도치상 Feb 19. 2024

인생은 클린스만처럼

정신 승리의 표본

위르겐 클롭이라는 감독이 있습니다. 독일 사람인데 현재 영국 프리미어 리그의 리버풀의 감독(manager)입니다. 그가 리버풀의 부흥을 이끌었죠. 현재 프리미어 리그 1위 팀이고 19-20 시즌은 리그 우승도 했고요. 그전에도 도르트문트라는 독일 클럽과 함께 분데스리가 (독일 1 리그) 우승을 했어요. 펩 과르디올라와 더불어서 현대 축구 전술에서 가장 빼어난 감독 중에 한 명으로 손꼽힙니다.  


그가 이번 시즌을 끝으로 리버풀을 떠난다고 합니다. 많은 축구 팬들이 아쉬워하고 있죠. 저도 한동안은 리버풀과 클롭의 조화를 보지 못할 것 같아서 매우 아쉽습니다. 이제는 리버풀 선수들도 노쇠하고 있어 한참은 또 선수들까지 물갈이될 판이네요.


그가 리버풀과 계약할 때 내세운 조건이 하나 있다고 합니다. 절대로 선수들 라커룸에 카메라를 설치하지 않는다였다고 하네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영국 리그에서 유행처럼 라커룸에 카메라를 설치해서 리얼리티 티브이 쇼를 보듯 하는 게 유행이었거든요. 유튜브 찾아보시면 손흥민 선수가 뛰는 토트넘 영상도 있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라커룸에서는 별일이 다 일어납니다. 선수들이 경기 전에, 전반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경기가 모두 끝났을 때 라커룸에서는 아마 감독이 호통을 칠 때도 있을 것이며, 서로 죽일 듯이 노려볼 때도 있을 것이고, 선수들 간의 다툼이나 앙금이 남는 일들도 비일비재하겠죠.


그가 염려했던 것이 바로 그거였습니다. 그러한 다툼이나 갈등이 미디어에 공개되었을 때 선수 생명이든 감독직이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요. 더더군다나 선수들의 한 경기, 한 경기에 절대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겁니다.


요즘 댓글을 보면서 새삼 느낍니다. 큰일이 났구나.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강인을 죽어라 욕하는 중입니다. 어떻게 10살이나 어린 후배 "새끼"가 감히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주장에게 대드냐고요. 어떤 사람은 또 손흥민을 욕하는 중입니다. 주장으로서 해야 할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고요.


이강인과 손흥민 선수 간에 충돌이 있었다는 미디어 보도를 보았을 때 저는 클롭이 생각이 났습니다. 그리고 클롭과는 대조적으로 미디어 플레이를 "하고 앉아있는" 위르겐 클린스만과 그의 코칭스태프들이 생각났습니다. 그러고 보니 같은 독일 사람인 데다가 이름(First name)도 똑같네요. 위르겐.  


어떤 위르겐은 선수들의 커리어와 경기 결과를 대단히 중시해서 라커룸에 카메라 한 대 조차 들이는 것을 거부했고요. 어떤 위르겐은 자신의 책임 회피를 위해서 "손흥민과 이강인의 다툼이 경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라고 미디어에 떠드는 중입니다. 그리고 그의 전략에 놀아나는 한국 미디어와 욕을 하는 사람들을 생각해 봅니다.


이강인 선수가 손흥민 선수에게 얼마나 대들었는지 저는 모릅니다. 어떻게 새파랗게 젊은 놈이 10살이나 많은 선배에게 "감히" 반항할 수 있는지 모릅니다. 하극상인지 저는 모릅니다. 우리 문화에서는 선후배 간의 질서, 예의가 중요하니까 이해는 합니다. 


한 발자국 떨어져 봅시다. 이 사단으로 누구에게 이익이 돌아가는지 생각해 보면, 누가 욕을 최종적으로 얻어먹어야 하는지는 비교적 간단하게 알 수 있습니다.


한 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듭디다. 나도 클린스만처럼 살고 싶다.


클린스만이 위대한 선수인 것은 두말할 여지가 없습니다. 그러나 경쟁심(competitiveness), 승리에 대한 집착, 우승컵에 대한 열망 등이 그다지 없는 걸로 봐서는 선수 시절은 끝났는데 아직도 그때 영광으로 우려먹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감독으로서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요. 아시안컵 4강에 든 것을 자화자찬하는 걸 보면요.


그런데 말입니다. 긍정적인 멘탈리티, 누가 뭐라 해도 외국 재택근무를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 모습, 감독 계약금에다가 "천문학적(이라고 하네요)" 위약금까지 손에 넣고 유유자적 빠져나가는 모습 등 이런 멘탈리티와 자세는 부럽더라고요. 더더군다나 요르단 전을 진 것은 내가 잘못해서가 아니라 "너희가 그렇게 좋아하는 이강인과 손흥민"의 불화가 경기력에 영향을 미쳐서 그렇다고 주장하며, 책임을 떠넘겨 버리고 미디어의 시야에서 사라진 모습은 정말 부럽더군요.


캬.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그러려면 일단 미국에 자택이 있어야 하는데 하루하루 벌어먹고사는 저로서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네요. 어쨌든 요즘 삶의 모델이 없어서 공허했는데 클린스만 덕에 배웠습니다.


인생은 위르겐 클린스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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