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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치도치상 Mar 01. 2024

키오스크가 불편한 이유

아날로그 감성, 성경 I

저는 키오스크가 불편합니다. 커피를 주문할 때 불편해요. 저는 보통 플랫화이트를 마십니다. 메뉴에 있으면 상관없지만 없으면 난감해요. 키오스크에서 주문 메뉴를 결재하고 출력한 다음 프런트에 가서 일하는 직원을 호출을 합니다. 138번 주문했는데 우유를 2/3만 넣어달라고 다시 얘기를 해야 합니다. 저도 불편하고 점원도 불편해요 (직원 분은 그냥 주는 대로 먹지라고 생각할 게 분명하므로, 미안합니다).


주문할 때 직접 직원에게 얘기를 하면 얼마나 좋나요? 키오스크는 점주 입장에서는 좋겠지만 저 같은 손님에게는 적합하지 않네요. 저 때문에 괜히 커피 만드는 직원들까지도 제게 "일해라 절해라" 주문을 받아야 하는 거잖아요. 스타벅스를 괜히 이용하게 되는 게 아니구나 생각합니다. 제 입맛에는 스타벅스 커피가 너무 쓰지만 키오스크 안 쓰고 직접 주문을 받는다는 점에서는 좋습니다.


제가 옛날 사람이고 old-fashioned라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과 소통하는 편을 더 좋아하거든요. 식당엘 가도 이 음식에 들어가는 재료는 뭔지, 맵거나 짠맛을 조절할 수 있는지 이것저것 물어보고 주문하거든요 (이런 거 보면 미국사람). 그런데 기계가 사람의 자리를 채워나갑니다. 안 그래도 결혼도 안 하고 애도 안 놓아 인간관계가 점점 줄어드는 판국에 음식 주문할 때도 사람을 만날 수 없네요.


성경적인 세계관이 꼭 그렇습니다. 때에 따라서는 이렇게 혹은 저렇게도 말할 수 있고요. 해석에 따라서 풍요로운 세계관을 이룹니다. 마치 "시"를 읽고 음미하는 것 같거든요. 단어를 함축적으로 표현하기에 어떤 사람에게는 이런 의미, 어떤 사람에게는 저런 의미로 다가오죠.


성경을 얘기하겠다고 하면 키오스크를 싫어하는 옛날 사람쯤으로 취급받기 십상입니다. 혹은 "개독교"가 떠오르면서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을 외치는 길거리 선교사들이 생각날 수도 있고요. 장황한 설교를 하고 싶은가라고 질문을 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어떤 사람에게는 크리스마스에 교회에서 느꼈던 즐거운 추억, 선물, 빵이 떠오를 수도 있고요. 뭐 어찌 되었건 고리타분한 이야기로 취급받겠죠.


성경이 하느님의 말씀으로 쓰였다지만 저는 매우 인간적인 얘기로 들립니다. 너무나 인간적이라서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이 글을 통해서 누구를 선교할 생각도 개종시킬 생각도 없습니다. 다만 키오스크 같은 기계적인 만남 말고 사람과 사람 간의 만남이 있고, 찬란함과 고통, 슬픔, 윤리와 비윤리, 모든 것이 담겨있는 성경의 얘기를 제 나름대로 풀어보고 싶었습니다. 성경을 통해서 키오스크를 싫어하는 아날로그 감성을 말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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