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남편을 사랑하며 지내요

동갑내기 부부의 사랑이야기

by 김윤
© jakobowens1, 출처 Unsplash

“자기야, 보고 싶어.”

뜬금없었던 나의 말에 남편은 잠깐 고민하더니 곧 대답했다.

“갈게, 기다려!”


그의 목소리가 하도 명랑하여 풋 하고 웃음이 나왔다. 햇살이 참 좋았던 어느 수요일, 점심시간이 다 되어가는 시간. 업무를 끝마치고 잠깐 시간이 남아 전화했다던 그는 내가 보낸 오전 시간이 어땠는지 점심으로 무얼 먹을 건지 물었다. 남편의 궁금증도, 목소리도 모두 나를 향하고 있음이 느껴졌기에, 그것만으로도 나의 마음은 좋은 기운으로 채워졌다. 햇살이 너무 좋았던 탓인지, 그의 목소리에 취했던 건지, 당신이 보고 싶다고 졸라댔다.


남편은 정말 집으로 올 기세였다. 회사와 집 사이의 거리는 편도 20Km, 왕복 40Km. 점심시간은 단 1시간. 오가는 시간을 제하고 나면 정말 딱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점심만 먹고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었다. 보고 싶다고 할 땐 언제고 남편이 진짜 온다고 하니 정신이 번쩍 든 나는 현실적인 계산을 했다. 남편의 일이 얼마나 고된지 아는 나는, 그냥 한 번 해본 소리니 편하게 식당에서 점심 먹고 남은 시간은 잘 쉬라고, 나는 나대로 잘 챙겨 먹겠다고 했다. 남편은 곧 구시렁대었지만, “운전하는 거 안 힘들다니까. 알겠어. 대신 오늘 일찍 마치고 갈게!” 역시, 명랑한 사람이다.


7년. 동갑내기인 우리 부부가 결혼으로 이어져 온 시간이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떨어져 있다고 서로를 그리워할 시점은 꽤 지났지만, 함께 있으면 가장 편하고 재밌는 사람은 역시 남편이다. 그래서 보고 싶다는 말도 주저 없이 꺼낸다.


남편이 미친 듯이 미울 때도, 자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힘들던 시절이 분명 있었다. 예상치 못한 돈 문제, 집안일 분담 문제, 싸울 일은 차고 넘쳤다. 부모가 된 후에는 각자에게 부여된 역할에 열렬히 피곤했고, 눈을 치켜뜨며 서로를 노려보기에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럼에도 나는 그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남편을 포기하는 것은 결혼 생활을 포기하는 것과 같은 말이었고, 결혼 생활을 포기하기에는 내 안의 사랑은 너무 가득했다. 평생을 연애하듯, 사랑하듯 살고 싶었다. 누군가에게 사랑을 듬뿍 주고 싶었고, 또 사랑도 받고 싶었다.


한껏 싸우던 시절은 그럭저럭 잘 지나간 듯하다. 언제고 다시 쳐들어올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어쨌든 1차전은 끝났구나, 하는 고요함이 우리 사이를 채우고 있는 지금이다.



더 많이 사랑하기 위해, 더 잘 살아내기 위해, 남편에 대한 글을 쓴다.

그를 사랑하는 일은 나를 사랑하는 것과 동일한 것이니까.






일주일 뒤, 남편은 정말로 점심시간에 맞추어 집에 왔다. (못 말려!) 아침 출근길에 배웅하면서도 봤지만 평일 점심시간에 만나는 그는 더 반가웠다. 주말에 남편이 끓여둔 얼큰한 김치찌개 국물을 베이스 삼아 라면 두 개를 맛있게 끓였고, 우리는 마주 앉아 후루룩 쩝쩝 참 맛있게도 먹었다. 남편은 오전에 있었던 회사 일 이야기를 했고, 나는 아이의 등원 이야기를 했다. 별 거 아닌 이야기에도 마음을 더하면 특별한 이야기가 된다. 마치 별 거 아닌 이야기로 웃고 떠드는 우리의 모습처럼.


그는 라면을 먹고 난 뒤 또다시 출근을 했고 나는 배웅을 했다.

한 번 더 포옹하고, 한 번 더 입을 맞추었다. 그날도 햇살이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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