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의 계절이다. 남쪽 동네에 살고 있는 나는 진해의 ‘로망스 다리’만큼 벚꽃이 황홀하게 드리우는 곳을 알고 있다. 그중에서도 매년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한 그루의 나무가 있는데, 이 사실을 그 나무와 나, 단둘만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헤벌쭉해진다. 올해도 어김없이 그 부지런한 나무는 가장 먼저 몽우리를 피웠다. 일 년 만에 다시 만나 어찌나 반가웠던지 몇 번이고 들여다보았다. 기특하기도 하여라. 어여쁘기도 하여라.
우리 부부는 6년간 같은 회사를 다니며 출근길을 함께 했다. 아침 시간은 언제나 촉박하고 피곤했지만, 벚꽃이 만개하는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는 그 반대였다. 도심을 벗어나 국도가 시작되는 시점부터 또 다른 도심이 나오는 5Km의 도로 양끝으로 활짝 핀 벚꽃나무가 셀 수없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황홀하고 아름답다는 말로 모두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의 풍경. 일렁이는 바람에 꽃잎이 살랑살랑 흩날리기라도 하면 그것이야말로 장관이었다.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 BGM을 잊지 않으며, 우리는 그렇게 봄날의 출근길을 함께 달렸다.
2주간의 벚꽃날 중에서도 절정에 이르렀던 날. 마침 신호를 받은 차 안에서, 벚꽃 사진을 찍고 싶어진 나는 주섬주섬 폰을 찾았다. 그 모습을 본 남편은 풍성한 벚꽃 나무 곁으로 슬금슬금 차를 몰고 갔다. 사진을 찍는 나의 폰 화면을 같이 들여다보다가 조수석의 창문을 살포시 내려주는 것도 잊지 않고 말이다.
“사진 마음에 들어? 더 찍고 싶으면 잠시 멈췄다 가도 되고. 어려운 거 아니니까.”
그것은 과연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까? 아침에 바삐 회사라는 곳에 가는 직장인에게, 벚꽃 사진을 찍을 만큼의 여유는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남편의 작은 배려는 당연한 것이 아니었기에, 그의 마음이 달게 와닿았다. 평소와 다름없는 그저 평범한 출근길일 수 있었는데, 때마침 봄과 함께 벚꽃이 만개했고, 그의 다정함은 나의 하루를 완벽하게 만들기에 더없이 충분했다.
그 나무를 지나칠 때마다 남편의 섬세한 마음을 떠올린다. 부부로 사는 일은 때론 힘겹고 괴롭지만, 우리가 함께 벚꽃을 즐기는 사이라는 사실을 느낄 때면 마음은 포근해지고 만다. 같은 길을 오가고, 같은 음악을 함께 듣고, 벚꽃을 즐기며, 함께 사진을 찍어보는 것. 그 사소한 일들을 함께 나누며 사계절을 채워가고 있다.
어제의 겨울이 가고, 다시 봄이 왔다. 모두가 좋아하고 사랑해마지않는 그런 따스한 계절. 아무렴 벚꽃도 좋지만, 남편이 더 좋은. 나에게 봄날은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