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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화 Nov 13. 2019

엄마가 평생 벌받았으면 좋겠어

동백꽃 용식이도 82년생 지영이도 엄마가 있었다

"또 엄마야? 지겨워" 나는 공감할 수 없는 엄마의 사랑 이야기가 나온다.


요즘 인기가 많은 드라마<동백꽃필무렵>을 보고 있는데 아들바보 용식이 엄마가 나온다. 아들을 위해서는 세상 억척스러움과 더러운 건 자기가 다 처리하고, 티 없이 맑은 어른으로 키웠다며 자부하는 용식이 엄마.


그리고 영화<82년김지영>에서는 지영이를 위해 "하고 싶은 거 다 해"라며 자기 일까지 포기하고 아기를 키워주겠다고 나서는 엄마. 자기가 딸이라 받았던 설움 앞에서는 참았지만 딸이 그 상황에 아파하자 더 아파하며 남편이 사 온 한약을 집어던지는 파격적인 행동을 하는 지영이 엄마.


용식이도 지영이도 엄마가 있다. 엄마라고 하면 나 때문에 희생만 하고 살아서 미안한 엄마가 있다. 그래서 엄마를 생각하면 가슴 한쪽이 찡한 엄마가 있다. 그 드라마와 영화를 보면서 자기 엄마를 생각하며 똑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도 그런 엄마가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엄마가 없다. 엄마를 생각하면 먹먹한 마음을 나는 뭔지 모른다.


그래서 미디어에서 모성에 관한 내용이 나올 때면, 누구나 똑같이 느끼는 보편적인 감정을 나는 느낄 수 없다는 거에 깊은 소외감을 느낀다.


조금은 억울한 마음도 든다. 그 감정은 내가 노력해서 얻을 수 없으니 말이다. 돈으로도 살 수 없고, 열심히 수련해서 보상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누구나 다 받는 것을 왜 나는 받지 못했을까 서러운 마음이다.


엄마에게 받는 사랑은 어떤 것일까 궁금하다.

어떤 마음으로 미안한 마음이 들까. 어떤 마음이 차오를까. 어떤 마음으로 벅찬 마음이 들까.

나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절대적 사랑을 주는 사람이 있다는 감정은 무엇일까.

그 모든 걸 누리고 당연한 듯 받는 느낌은 어떤 것일까.


나에게는 대단해 보이는 엄마의 사랑을 받는 사람들.

그 영양분을 받은 사람은 무언가 다를 것 같아서 부럽다.


나도 엄마를 생각하면 눈물을 짓는 사람이고 싶다.

고마워서, 미안해서, 사랑이 벅차서 눈물을 짓는 사람이고 싶다.




그동안 엄마, 아빠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편지로 쓰듯이 말하듯이 씁니다.



엄마.

엄마는 나랑 떨어져 지내는 동안 언제 내가 보고 싶었어?

나는 생각보다 자주 보고 싶었어. 보고 싶은 걸 참으려고 노력했는데 티브이를 보거나 영화를 보면 매일 엄마 이야기가 나오니까 참는 거 다 소용없더라고.


요즘엔 용식이랑 지영이가 너무 부럽더라. 용식이랑 지영이 옆에 든든하게 엄마가 딱 버티고 있잖아. 얼마나 안심이 될까, 의지가 될까 그 마음은 내가 가늠이 안돼. 내가 힘들 때 의지할 수 있고, 언제나 나를 응원하는 엄마가 있다는 건 정말 부러운 것 같아. 엄마는 그런 존재겠지?


이제는 엄마랑도 자주 연락할 수 있고 언제든 보고 싶으면 만날 수 있는데 뭐 그러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이 말 들으면 엄마가 속상할 수도 있겠네. 그런데 엄마 이상해. 엄마가 때때로 나한테 "사랑해. 우리 딸"이라고 말해도 그게 잘 와 닿지가 않아. 잘 믿어지지 않더라고.


떨어져 지낸 시간 동안 엄마의 빈자리가 당연해서 그런 건가.

아니면 엄마가 주는 사랑을 받는 게 어색하고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건가.

싫은 건 아닌데, 엄마를 아직 미워하는 것은 아닌데.

시간이 필요한 거겠지?


엄마가 말해주는 "사랑해"가 내 안에 차곡차곡 쌓일 때면 나도 용식이랑 지영이처럼 될 수 있겠지?

나도 남들처럼 엄마의 사랑을 받은 사람이 되겠지?


나는 평생 엄마가 벌 받으면서 살았으면 좋겠어.
엄마의 자식이라는 이유로 나는 엄마의 사랑을 못 받고 자랐으니까.
남들 다 갖고 사는 그 따뜻함 나는 없으니까.
이제부터라도 평생 나를 사랑해야 하는 벌을 받았으면 좋겠어.


내가 엄마 사랑을 의심해도 밀어내도 하찮게 여겨도 죽을 때까지 나를 사랑해야 하는 벌을 받았으면 좋겠어.

그러니까 이제부터라도 어디 가지 말고 그 자리에서 많이 사랑해줘.






  ***   부모님이 이혼하던 6살 때부터로 돌아가 그동안에 나에게 있었던 일들을, 슬픔들을, 원망들을, 그리움들을 꺼내는 글을 쓰고 있습니다. 말로 하지 못했던 말들을 글로나마 풀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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