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서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던 엄마
"아빠. 결혼식에 엄마 와도 돼?" 내 결혼식을 앞두고 나는 아빠에게 물었다.
결혼은 가족 간의 결합이라고 했던가.
남편과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내 인생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부모님과 대화를 많이 했다. 아빠와는 상견례, 친인척 연락, 전세버스 대절 등 결혼식 전반적인 것들에 대해서 의논을 했다. 생각보다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아서 아빠와 자주 통화를 했다.
아빠가 분주하게 움직일 때 나는 엄마를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엄마에게도 나의 결혼 소식을 알렸다. 엄마는 정말 기뻐하셨다.
공식적으로 결혼식 준비에 참여할 수 없는 엄마였지만, 전화로 살뜰하게 나를 챙겨주었다. 이것저것 세심한 것까지 물어봐주고, 결혼을 앞두고 남편이랑 싸울 때면 다독여주고 지혜롭게 풀 수 있도록 조언도 해주었다. 엄마도 내 결혼으로 조금은 들떠보였다.
그러던 중에도 엄마는 결혼식 참석여부에 대해 말이 없었다. 결국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엄마, 내 결혼식에 올 거지?
화촉점화 엄마가 못할 것 같은데 괜찮을까?"
그러자 엄마가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진짜 가도 돼? 나야 당연히 가고 싶지. 화촉점화? 그런 거 당연히 내가 못하지. 뒤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만족해."
나는 엄마가 당연히 내 결혼식에 오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평생 한 번밖에 없을 결혼식을 엄마가 보지 못하는 것은 나에게도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았다. 그런데 사실 엄마가 내 결혼식에 오는 것에 걱정이 되기는 했다.
"아빠가 나 와도 된다고 하니? 아빠 가족들은 싫어할 수도 있어. 물어봐줄래?"
엄마는 나에게 가족들이 와도 된다고 허락한다면 간다고 했다.
내 결혼식인데 가족들이 무슨 허락을 하고 말다니. 허락을 안 해도 나는 당연하게 엄마를 초대할 생각이었다.
엄마의 우려와 달리 아빠는 쿨하게 허락을 했다.
결혼식 당일이 되었다.
결혼식은 정말 모두가 말하듯 정신이 없었다. 결혼식 당일날 엄마와 이모, 외할머니가 오셨다. 뜻밖에 오신 외할머니를 보면서 기뻤고, 다 같이 신부대기실에서 사진을 찍었다.
그것이 결혼식에서 드러난 엄마의 유일한 모습이었고, 대부분은 멀치감치 예식장 구석진 곳에서 결혼식을 보고 있었다.
양가 모친이 나와 화촉점화를 할 때도, 양가 부모님께 인사를 할 때도, 결혼식이 끝나고 가족사진을 찍을 때도 엄마는 뒤에서 바라보기만 했다. 가족사진을 찍을 때 사진기 쪽을 바라보는데 엄마가 자리를 뜨는 것이 어렴풋이 보였다.
결혼식을 마치고 엄마랑 이야기를 더 나누고 싶었고, 친한 친구들에게 우리 친엄마라고 소개하고 싶었는데 엄마는 홀연히 예식장을 먼저 떠나버렸다.
엄마는 나중에 나에게 연락을 했다. 그 날 먼저 가서 미안하다고. 그 날 뒤에서 있는데 기분이 좋지 못해서 오래 있지 못했다고 했다.
한 번도 결혼식에 대해서 서운한 맘을 내색하지 않았던 엄마라 나는 엄마가 무덤덤하게 내 결혼식을 보고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 같다.
엄마는 그 날 나의 결혼식을 뒤에서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저 멀리서 부케를 들고 있는 나를 바라보는 엄마를 떠올려본다.
우산과 비로 가려져 선명하지 않은 엄마의 얼굴.
어쩌면 그 날 비가 와서 흐렸던 것이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 부모님이 이혼하던 6살 때부터로 돌아가 그동안에 나에게 있었던 일들을, 슬픔들을, 원망들을, 그리움들을 꺼내는 글을 쓰고 있습니다. 말로 하지 못했던 말들을 글로나마 풀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