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화 Nov 17. 2019

결국 부모에게 바랬던 것은

온전한 내편

오랜만에 엄마를 만나면 엄마는 늘 나에게 같은 말을 한다.


"힘들게 컸는데도 삐뚤어지지 않고 착하게 잘 컸어 우리 딸. 고마워."


부모님이 이혼을 했고, 그래서 나는 엄마의 빈자리가 늘 있는 상태로 아빠와 함께 컸다. 그 사실은 어떻게 해서든 변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의 가정환경에 대한 불만과 결핍은 늘 나를 약하게 하는 요소였다. 그래서 마음 한 구석에는 튼튼하지 못한 연약한 부분이 있다. 


그렇지만 내가 엄마가 말하는 잘 컸다는 부분에는 할머니의 사랑이 컸다. 자식보다 더 나와 내 동생을 사랑해주고 성인이 돼서도 언제나 걱정하고 챙겨주시는 할머니이다. 


깊이를 알 수 없고, 어떤 조건도 없는 사랑을 받는다는 것을 할머니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튼튼한 땅에 뿌리를 내릴 수 있었다. 


내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단단한 토양 같은 사랑과 따뜻함. 


그것이 우리를 달라지게 만들었고 다시금 아름다운 세상을 기대하는 마음을 갖게 했다. 


엄마와는 너무 오랫동안 떨어져 지냈고, 엄마도 새로운 가정에 충실해야 했었기에 우린 온전히 엄마의 사랑을 받을 기회가 없었다. 아빠는 아빠의 삶이 너무 바쁘고 복잡해서 나와 내 동생은 아빠의 사랑에는 부족함을 느꼈다. 


지내고 보니 사랑에는 함께 살고 가깝고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많은 사람이 필요한 것도 아닌 것 같다.



결국, 나에게 필요했던 것은 온전히 내편이라는 믿음이었다. 



언제나 옆에서 응원해주고 지지해주는 그런 존재가 옆에 있어주길 바랬다. 

그 믿음을 통해 안정감을 느끼고 싶었다. 

그런 존재가 내 부모이길 바랬다. 

이혼을 하고 하지 않고 보다는 그런 부모이길 더 바랬다.





  ***   부모님이 이혼하던 6살 때부터로 돌아가 그동안에 나에게 있었던 일들을, 슬픔들을, 원망들을, 그리움들을 꺼내는 글을 쓰고 있습니다. 말로 하지 못했던 말들을 글로나마 풀어봅니다.   ***


이전 09화 부모님의 이혼에는 내 삶도 있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