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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리 Feb 28. 2024

7년의 바다, 7일의 바다

20240228

토끼에게.

네 편지 잘 받았어.

네가 7년 동안 바다 위에서 일하고 있다니 너무 힘들 거 같다. 매일 산을 뛰어다니며 정상에서 내려다보기를 좋아하던 네가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다를 봐야 한다니!

그런데 토끼야, 혹시 바닷가에서 한걸음 한걸은 바다로 걸어가 봤니?

걸어가다 보면 밀려오는 파도와 만나게 될 거야. 그때 네가 잘하는 토끼뜀을 한 번 해봐! 그렇게 깡충깡충 하다 보면 파도에 쓸려 모래사장으로 밀려오는데 그 재미가 또 기가 막힌단다.

소금 짠물을 먹을 수고 켈록일 수도 있으니 눈감지 말고 숨쉬기를 잘해야 해.

그렇게 파도와 놀다가 지쳐 모래사장에 앉으면 작은  구멍들이 보일 거야. 구멍 속으로 손가락을 넣고 모래를 파다 보면 점점 커지는 구덩이가 될 거야. 구덩이 안에 채워지는 물이 옹달샘 같단다. 신기하다고 쳐다보는 사이에 모래가 무너질 수 있는데, 그때가 너의 특기인 빠른 발재간을 발휘할 기회야.

아! 바닷가 나무 그늘 아래에서 너의 큰 귀로 파도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는 시간은 네가 무척 좋아할 거 같아.

돌아오는 여름에 내가 네가 있는 바다로 놀러 가서 일주일 동안 신나게 놀아보자. 나도 네가 많이 보고 싶어.


거북이가.


ps. 오늘은 너무 바빠서 그림을 못 그렸다... 빨리 집에 가고 싶다. 바다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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