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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리 Mar 06. 2024

집안일은 진짜 내 스타일 아니야

20240306


"저기요, 저 여기 있어요!"

"제가 보이지 않나요?"

"우리가 안 보이나 봐."

"이상하네, 너무 작아서 그런가?"

"안 되겠다! 얘들아!! 다 나와봐!"

"어?"

"왜?"

"무슨 일이야?"

"뭔데 뭔데?"

"여기야! 이곳이 우리의 밥이야."

"와~ 잘 먹겠습니다!"

"어서 먹자!"

"난 주방을 먹을래."

"거실에서 놀 사람 여기 여기 붙어라!"

"우린 신발장으로 가자."

"난 화장실이 좋더라."

"와! 물을 만나니 힘이 세졌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해요.

작았던 티 끝이 점점 커지면서 손가락보다 길어지고 여기저기로 퍼져나가요.

구석에, 소파아래에 숨어있던 먼지들이 점점 커지면서 집을 잡아먹으려 해요.

물과 만난 먼지는 곰팡이로 강력하게 변신해요.

작을때는 힘을 못썼는데 뭉치니 이기기 쉽지 않네요.

이러다 우리 집이 진짜 먹혀버릴 거 같아요!

아무리 하기 싫은 집안일이더라도 집을 양보할 수는 없어요.

이제 그만 일어나서 청소를 해야겠어요.


ps. 집이 외양간처럼 변해간다. 여물처럼 빨래가 쌓여있고, 소똥처럼 쓰레기가 널려있고, 똥파리처럼 먼지가 날아다닌다. 집안일 진짜 싫다. 해야 돼서 더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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