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리 May 10. 2024

너도 요즘 애들이었어

20240509

"와! 얼마 만에 듣는 '시끄러!'예요. 과장님 트레이드 마크 나왔네."

9년 만에 만난 직장 후배가 헤어지기 직전 깔깔 웃으며 던진 말이다.

팀으로 발령받고 잔뜩 긴장해서 "안녕하십니까!"를 외치던 20대 김계장은 어느새 40살 김 과장이 됐다. 비슷한 시기에 들어온 네 명 중 가장 미안한 손가락이었다. 네 명 모두 똑똑하고 일도 잘하고 예쁘고 멋진 요즘 애들이었다. 게다가 하나같이 열심히여서 다른 팀 요즘 것들과는 달리 미운 구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넷 다 훌륭한 친구들이라 비교할 수 없었고, 지금도 그럴 생각은 없다. 한 명 한 명 모두 고맙고 소중한 친구들이다. 그들은 이런 내 마음을 알고 있으려나.


1월 어느 주말, 집 근처에서 만난 후배는 변함없이 다소 긴 커트머리를 귀 뒤로 단정하게 넘기고 있었다. 여전히 날씬한 몸으로 허리를 곧추 세우고 앉는다. 단정한 옷에 낮은 신발 취향은 변하지 않았나 보다. 보조개를 보이며 활짝 웃는 것도, 예쁘게 농담하는 것도 그대로다. 눈가에 주름은 조금 늘은 거 같고, 넉살은 좀 더 좋아진 거 같고, 핸드백도 멋져진 걸 보면 세월이 흐르긴 했나 보다. 직장 이야기하다 요즘 애들 너무 힘들다는 말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후배 입에서 MZ세대 대신 요즘 애들이라는 말이 나온 게 왠지 더 어울린다. 그나저나 후배 역시 나에게 요즘 애들이라고 불렸던 걸 알까 모를까.


요즘 애들의 승진턱♡


"밥을 먹고 커피 한 잔을 하면서 동안의 이야기를 하는 너는 여전히 재잘재잘 귀여운 아이구나.

그동안 인스타그램에서 승진으로, 업무로 힘들어하는 모습에 걱정했는데 그나마 다행이다.

근데 너 지금이 딱 그럴 때다.

그리고 굳이 버티지 않아도 돼.

세상은 넓단다.

네 꿈을 펼칠 곳은 거기가 아니어도 많아.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도 애쓰지도 마.

그리고 이제 언니라고 불러!
승진턱 고마워.

다음에 술 마시자!

마지막으로 언니가 육아휴직 들어가면서 일 떠넘기고 들어가서 미안했어."



내가 너한테 미안한 게 많네.. 2012년 카카오스토리 발췌



#한달매일쓰기의기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